생태환경위 연수, 강우일 주교 등 참여

“생태환경을 지향하는 것이 웰빙을 선호하는 소수의 전유물처럼 느껴진다. ‘적게 먹고 우리농을 이용하면 되지’라고 쉽게 말하지만 가난한 이들에게는 문턱이 높다. 가난한 이들이 생태환경을 지향하고 싶어도 선택하기 어려운 환경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교회 내 생태환경 분야 활동가들이 모여 교회 생태환경운동 발전을 위한 길을 찾고, 활동가로서의 고민을 나눴다.

지난 10월 13-14일 생태환경 활동가 연수가 서울 예수회센터에서 열렸다. 전 교구의 생태환경 분야에서 활동하는 신자, 수도자, 사제 30여 명이 참여했다. 이전부터 교회 내 환경사목 담당자들의 연수는 있었지만 지난 3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가 만들어진 뒤로는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생태환경위 위원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는 “(생태환경위는)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해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출범했으며, 전국의 활동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수는 강우일 주교와의 대화, 교구별 활동상황 공유, 기후변화와 교회에 대한 강연과 활동가로서의 어려움과 보람 등 개인적 경험 나누기로 이뤄졌다.

▲ 이번 연수에서는 활동가가 된 계기, 힘들거나 보람된 순간, 교회 안에 환경운동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 등 각자의 개인 경험을 나눴다. ⓒ배선영 기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김검회 사무국장(엘리사벳)은 생태환경을 교회 안에서 발전시키기 위해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여성과 관련 있다고 생각해 교회 안의 여성단체를 살펴봤는데, 교구 행사 때 한복 입고 꽃다발을 전하는 등 들러리에 그치는 모습을 보고 답답하다고 털어 놨다. 그는 여성연합회 등 교회 내 여성 모임이 생태환경 운동에 관심을 갖는다면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본당 공동체를 보며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일에서조차 소수의 특권, 웰빙문화의 전유물이 됐다”고 느낀 점을 말하며, “가난한 이들도 포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운동을 신자 사이에 대중화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감수성을 길러 내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먹거리 문제 등은 생활과 밀접하고 이데올로기나 이념에 따른 왜곡된 시선에서 자유롭지만, 결국 생태환경을 살리는 일은 신자유주의와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생태환경위의 활동이 신자의 삶과 동떨어질까 걱정하는 물음에 강우일 주교는 사회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교리가 교회 가르침의 핵심적인 부분이며 예수의 가르침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사회정의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본당과 교구 차원에서 교리교육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맹주형 사무국장(아우구스티노)은 20년간 가톨릭농민회와 환경사목위 등에서 활동하며 직업인과 활동가라는 두 가지 정체성 문제를 이야기했다. 운동이라는 방향을 지향하며 활동가로서 열심히 하지만, 생업이기에 경제적 부담에 대한 고민도 빠질 수 없다. “밥과 꿈”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기 어려움에 대한 진솔한 고민이었다. 그는 활동가에 대한 복지, 급여 등이 교회 안에서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만금, 내성천 그리고 지금의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까지 활동하다 만난 사람들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 지난 10월 13-14일 열린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활동가 연수에 참여한 활동가와 강우일 주교. (사진 제공= 맹주형 사무국장)

한편, 이번 연수에서는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선 뒤 심각해진 환경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예수회 박도현 수사는 전쟁무기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된다며 해군기지가 지어지고 돌고래 보호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보전연대의 김은순 씨(프란체스카)는 서로의 체험을 들으며 힘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연수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그는 “다른 활동가의 얼굴과 소속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활동가가 되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한 사람씩 들여다보는 시간이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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