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반대하는 평화의 발걸음

성주에서는 박근혜 퇴진과 함께 여전히 사드배치 반대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 저녁 7시 30분 성주 군민들이 성주군청 앞에서 촛불을 밝힌 지 오늘로 138일째다.

11월 26일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도해 서울 신자 17명이 사대배치 반대 평화의 순례에 함께했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있는 농협에서 출발해 사드배치 부지인 롯데 성주골프장 부근 소성리 마을회관까지 8킬로미터를 3시간 동안 걸었다. 이들과 성주 주민뿐 아니라 김천 시민, 일본에서 미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이들까지 370여 명이 참여했다.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김충환 공동위원장은 “최순실이 사드배치에 개입했다는 것이 드러났고, 박근혜 퇴진 운동이 가열찬데도 사드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뭔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퇴진하면 (사드배치가) 보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그에 따르면 성주에서 사드를 찬성하는 사람은 없으며, 이곳 민심도 박근혜 퇴진에 대부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 11월 26일 사드배치 부지가 있는 롯데 성주골프장까지 평화의 발걸음 행진에 370여 명이 참여했다. ⓒ배선영 기자

같은 날 저녁 대구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만민공동회가 열렸고, 방송인 김제동 씨와 3만여 명이 함께 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오늘도 할머니들은 성주군청에서 촛불을 지키고, 젊은 사람들은 대구로 성주 깃발을 들고 많이 간다”고 말했다. 성주군청 앞에서 매일 열리는 촛불집회에는 150-200여 명이 참여한다.

사드배치 반대를 위한 성주의 싸움에는 전국을 넘어 일본, 미국 등에서도 지지를 보내고 찾아오기도 한다. 이날도 일본의 교토에서 미군기지와 X밴드 레이더 반대를 외치는 일본인들이 참여했다.

▲ 사드배치 반대 평화의 발걸음에 참여하기 위해 온 일본인들. ⓒ배선영 기자

대구에서 온 한 청년은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프랑스 국기 모양의 깃발을 들고 행진했다. 진상효 씨(안셀모, 20)는 현재 한국이 민주주의와 주권이 빼앗긴 상황이기에 직접 이런 깃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주의 분위기가 궁금해 이곳을 찾았고 곳곳에 붙은 현수막을 보고 상황의 심각함을 절감했다고 했다.

실제로 담벼락, 트럭, 벽 등 성주 곳곳에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현수막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사드반대’ 깃발을 들고 행진에 나선 김천시의회 박희주 의원(무소속)은 가톨릭교회도 사드배치에 한목소리를 내 주길 당부했다. 그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개별적으로 집회에 나오는 신자는 많지만 (자신이 속한) 성당 차원에서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세례받은 지 4년이 된 천주교 신자다. 그는 김천 평화 성당의 신자인데, 본당 사제가 이 문제에 관심이 없어 실망했다. 그는 “전쟁은 안 된다, 우리의 가르침이 평화이고 사랑인데, 시간 되면 같이 나가자든가 이런 말을 해 주면 좋은데, 신부님이 (촛불집회에) 한 번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는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인데, 니 동네, 내 동네가 어딨냐”며 “오히려 TK 지역과 지역 성당에서 부끄러운 줄 알고 박근혜 하야와 사드 반대에 더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담벼락에 걸린 사드배치 반대 현수막. 성주 곳곳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배선영 기자

한편, 평화의 발걸음을 쉬는 중간에는 성주 주민들과 원불교 측에서 따뜻한 차, 어묵, 떡국을 준비해 나눴고, 작은 음악회, 성주 학생들이 쓴 사드배치에 관한 시들을 감상했다.

경북 의성군에서 온 김수상 시인은 사드배치 반대 투쟁을 하며 광장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학, 연극, 음악, 미술 등 각종 문화예술의 방법으로 투쟁이 이뤄진다. 그는 투쟁위원회 안에서 투쟁을 기록하는 글쓰기 모임을 한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만난 이은지 씨(글라라, 명동성당)는 그동안 사드를 왜 반대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직접 와 보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평화를 위한 큰 원에서 자신이 하나의 점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눈발을 맞으며 8킬로를 걸었다.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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