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4명, 교황에 도전적 공개서한

반쯤 은퇴한 상태인 추기경 4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랑의 기쁨’이 문제가 있다며 교황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나섰다.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2016)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과 2015년에 두 번 열린 가정에 관한 세계 주교시노드의 후속문서로 발표했다.

이들 네 추기경은 전 볼로냐 대교구장인 카를로 카파라 추기경, 몰타 기사단장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전 교황청 역사학위원장인 발터 브란트뮐러 추기경, 그리고 전 쾰른대교구장인 요아힘 마이스너 추기경이다.

추기경은 교황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임무를 지닌 이들로서 대개는 가장 열렬한 옹호자로 행동하는데, 이처럼 추기경들이 교황에게 공개 도전하는 일은 근현대 교회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며, 특히 이들이 그간 교황의 권위와 위계제도, 일치와 교도권에 대한 순명을 강조해 온 보수파에 속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록 지난 2015년의 주교시노드 기간 중에 추기경 13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질의서를 보낸 사실이 공개되기는 했지만, 이 편지는 언론에 누출되어 공개되었으며, 또한 이 편지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 가운데 몇몇은 언론 보도 뒤에 자신들은 서명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4명은 스스로 이 편지를 여러 언론기관에 보냈는데, 14일에 보수적 매체인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에 전문이 실렸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난 9월 19일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신앙교리성 장관인)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에게 보낸 편지에 아무 답장이 없기에 편지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2014년 10월, 시노드에 참여한 추기경, 주교와 대화하는 교황. (사진 출처 = 바티칸 라디오)

이들은 자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랑의 기쁨’의 내용 중에 보이는 “모든 모호한 부분을 일소”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한 “정의와 자비의 행위”로 이 서한을 보낸다면서, 도전적인 태도로 ‘사랑의 기쁨’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쓴 다른 문서들에 어긋난다고 대비시켰다.

“교황 성하께서는 대답하지 않기로 결정하셨다. 우리는 그의 군주로서의 결정에 대해 성찰을, 그리고 토론을 조용히 그리고 존중의 자세로 계속하라는 초대장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행동에 대해 문서 전체를 제공함으로써 하느님백성 전체에게 알리는 바이다.”

이들의 질문은 모두 5가지로 교황에게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질문의 초점은 현재 (국법상으로만) 이혼 뒤 재혼자가 영성체를 할 수 있는 어떤 상황이 있는지, 가톨릭 신자가 특정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하는 “절대적 도덕 규범”이 여전히 존재하는지, 그리고 윤리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양심의 역할에 대한 가톨릭의 가르침을 교황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등에 있다.

현재 가톨릭 교리에는 가톨릭 신자의 결혼은 하느님의 뜻으로 맺어진 "혼인성사"로서 인간이 풀 수 없으며, 오직 어떠한 이유로 원래의 혼인 자체가 무효였음이 교회 법원에서 확인되어야만 "새 결혼", 즉 이혼이 가능하다. 여러 이유로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재혼한 이들은 가톨릭의 관점에서는 "중혼", 즉 간통 상태로 간주되는 중죄인으로서 미사 중에 성체성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교황은 ‘사랑의 기쁨’에서 이혼과 재혼과 같은 이른바 “비정상적”(irregular) 상황에 대해 윤리에 관한 결정을 할 때 더 이상 일괄 결론을 내리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는 재혼자에게 영성체를 허용하는 데 대해 새로운 교회법이나 규정을 내놓지는 않고, 대신에 각 개인의 상황에 “사목적 식별”을 하도록 촉구하고, 재혼자들에 대해 “사목적 자비의 논리”를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지난 9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주교들이 이혼 후 재혼자들이 어쩌면 궁극적으로 영성체를 허용받을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 이 교황권고에 담긴 부분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지침을 사제들에게 내놓은 데 감사하는 편지를 보낸 바 있다.

한편, 이번 추기경들의 공개서한 발표 뒤 이미 한 대주교는 이 서한을 공개 비판했다. 서한이 공개된 그날 호주 브리즈번의 마크 콜러리지 대주교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명확한 교회법과 달리) 사목적 돌봄은 (원래) 모호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편지에 보이듯 당장 눈에 보이는 답이 안 보인다고 안달할 것이 아니라 사목적인 참을성이 필요하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blogs/ncr-today/four-cardinals-openly-challenge-francis-over-amoris-laetitia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