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화된 '아시아 교회'를 위한 '삼중 대화'
|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가 설립한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이 ‘아시아 주교회의 복음화 노력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관심’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 내용을 2회에 걸쳐 싣습니다. 1. "가난한 이들과 대화, 그들의 편에서 이해하는 것" - 문희종 주교 기조 강연 2. "가난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예수의 계시" - 주제 발표 |
5월 21일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학술 심포지엄은 문희종 보좌주교의 기조 강연에 이어 두 개의 주제 발표로 이어졌다.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에 관한 사회교리적 고찰’, ‘아시아 주교회의 복음화관과 교회론’에 대한 발표는 각각 이기우 신부(서울대교구, 중앙보훈병원 원목)와 황경훈 박사(우리신학연구소 아시아평화연대 센터장)가 맡았으며, 김근수 소장(해방신학연구소)과 전원 신부(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가 논평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사회학적 영역 아닌 믿음의 대상”
이기우 신부는, 서울대교구에서 빈민사목을 처음 시작한 경험과 빈민사목에 대한 그의 논문을 토대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하느님의 선택에 순명하는 것”이라는 당위성과 함께, “종교적 진리는 사회적으로 증거될 때만 설득력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먼저 그는, 자신이 했던 빈민사목은 신학생 시절부터 가난한 이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을 받아들이며 시작된 것이고, 빈민사목위원회의 ‘명례방 협동조합’, ‘명례방 스카우트’ 등도 가난한 이들이 겪는 구체적인 고통을 봤기 때문에 대안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가난한 이들을 직접 만나고 삶의 현장을 함께 겪을 때,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기우 신부는 1991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를 맡았다.
또 그의 논문을 통해, 빈민사목의 교회론적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나눔과 연대의 통공, 청빈과 사도적 가난을 계승하는 성령의 파견이 나선형적으로 순환되는 가운데, ‘물질적 가난-정신적 가난-자발적 가난’의 순환을 통해 ‘가난함의 순환구조’를 한국사회 안에서 관철시키고 있다”며,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와 이를 통한 교회의 복음화가 한정적으로나마 이뤄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기우 신부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부유한 이들도 신자”라는 논리로 현실적 저항을 받는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왜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가”는 따지고 논쟁할 문제가 아니라 예수의 계시를 믿느냐의 문제라면서, “그것을 의문시한다면, 왜 하느님은 이집트의 강성한 민족이 아니라 히브리 노예를 당신의 백성으로 삼았는가, 왜 예수는 가난하고 아픈 이들만 찾아 다녔는가를 따져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계시적 요구를 사회학적 영역으로 끌어들이지 말라면서, “성체가 예수의 몸이라는 것을 믿는 것과 가난한 이들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똑같이 예수의 말씀이기 때문에 믿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예수는 모든 부자를 미워한 것이 아니라 나누지 않는 부를 단죄한 것”이라며, “한국 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사회의 경제성장에 따른 ‘중산층화’라는 블랙홀, 특히 레지오, 꾸르실료 등 교회 내 프로그램이 중산층화되는 현상을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는 교회의 지상 과제이자, 복음화의 공리이며, 중요한 것은 당위성이 아니라 방법론이라고 짚으면서, 현재 한국 교회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론은 “빈민사목의 선교 본당 확대, 사제 양성과정에서 사회교리 교육 강화, 평신도 사회교리 강사 양성 과정 마련”이라고 제시했다.
이기우 신부 발표의 논평을 맡은 김근수 소장은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 논의에 앞서 시급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교회가 가난해질 수 있을 것인가”라면서, "가난한 이들은 교회를 선택했지만, 교회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선택을 망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난한 교회’없이 가난한 이들에 대한 복음화 논의는 무의미할 것이라며, “가난하지 않은 교회는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고, 진심으로 맞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우리가 성찰해야 할 것은 복음화에 대한 기여보다, 가난한 이들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삼중 대화’, 아시아에 있는 교회가 아닌, 토착화된 ‘아시아의 교회’를 위하여....
두 번째 발제를 이어간 황경훈 박사는 제5차 반둥총회를 중심으로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FABC)의 복음화관과 ‘삼중 대화’ 그리고 이 둘의 관계를 통해 선교의 주체로서 아시아 지역교회의 교회론을 살폈다.
아시아 지역은 세계 인구의 2/3가 살고 있는 가장 넓은 대륙이다. 다양한 언어와 민족 등 문화적 특성과 종교, 정치 체제가 존재하는 이 지역은 또한 ‘빈곤’을 또 하나의 특성으로 삼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는 아시아에서 교회가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빈곤, 다문화, 다종교 간의 ‘삼중 대화’에 헌신해야 한다고 천명해왔다. ‘삼중 대화’는 “아시아인들의 진정한 발전과 해방, 토착화, 종교간 대화”를 지향하는 것이며, 이는 아시아의 주요한 선교 양식으로서, 아시아의 현실을 드러내는 표현 양식이라는 것이다. 또 ‘삼중 대화’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대화 정신을 아시아에서 끊임없이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황경훈 박사는 삼중 대화가 공의회의 대화정신을 창의적으로 발전시켰다고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 “‘삼중 대화’는 공의회 여러 문헌의 정신과 메시지를 ‘하나로’ 보는 해석학적 특성을 가졌다”며, 이러한 해석학적 접근은 무엇보다 아시아의 다원주의적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중 대화라는 하나의 방법론은 “아시아의 민중과 문화, 종교를 연결시키는 유기적 틀을 구축”하고, “그 종교문화적 다원성과 복합성을 단순 객체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주체로 고려하며 ‘상호 보완적 관계’로 봤다”는 지점에서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제5차 반둥회의는 ‘선교’를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과 지역 문화, 타종교 전통과의 대화”라고 규정하며, “‘삼중 대화’의 주체로서 토착화된 지역교회가 바로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이라고 강조한다.
황 박사는 그러나, 삼중대화와 그 열매인 인간해방, 토착화, 종교간 대화는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면서, “반둥회의는 아시아에서 예수를 선포한다는 것은 하느님나라의 가치를 ‘증거’하는 ‘대화와 행위를 통한 선포’이고, 기존 교회 중심적 교회를 넘는 ‘하느님나라 중심적’ 공동체론을 제창했다”고 설명했다.
‘하느님나라 중심적 교회론’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완전한 평등과 친교의 공동체이며, ‘참여 교회’로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론을 계승한다. 따라서 ‘기초교회공동체’ 또는 ‘기초인간공동체’를 지향한다.
황 박사는 20여 년 전 한국에 도입된 ‘소공동체운동’을 그 예로 들면서, “‘하느님 나라 중심의 공동체’는 인격적 나눔이 가능한 소공동체 모습이어야 하며, 평등과 친교, 참여의 공동체이자, 지역사회로 확장하는 공동체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 교회의 소공동체운동이 교회의 울타리를 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성과 속’의 구분을 강조하는 이원론적 사고, 그리고 신앙의 언어가 일반 사회와 연결되는 데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소공동체운동이 교회 밖으로 확장되려면, 지역 단체나 시민 단체, 본당과 소공동체가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인식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이 절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논평에서 전원 신부는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 문헌의 의미를 확인했다. 그는, “문헌 안에 흐르는 정신은 이원론적 사고와 질서 정연한 사고, 범주를 규정하는 서구문화를 불편해하며 ‘통합’과 ‘조화’를 강조한다”며, “아시아의 선교와 토착화 맥락에서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대화’는 다름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치’를 발견하고 진정한 아시아의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회의 존재 이유는 하느님나라의 가치를 증거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올바르지만, ‘하느님나라 중심적’ 공동체론이 아시아 교회론에 일대 전환을 이루는 대안적 교회론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하면서, “하느님 나라 중심은 교회론이라기 보다 교회가 당연히 지상에서 살아야 하고 실현해야 할 목표로 보고, 신학적이고 선언적으로 머물렀던 교회론이 사목적이고 실천적으로 구현됐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소공동체 복음나누기 마지막 단계인 행동과 실천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교회가 소공동체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교회의 변화와 쇄신, 미래상과 그 안에 담긴 진보적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고 토로하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며, 어떻게 한국 교회를 진보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신학자들의 몫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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