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종 주교,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심포지엄 기조 강연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가 설립한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이 ‘아시아 주교회의 복음화 노력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관심’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 내용을 2회에 걸쳐 싣습니다. 

아시아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한국 교회는 무엇을 성찰하고 극복해야 할 것인가.

5월 21일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에 관한 사회교리적 고찰’, ‘아시아 주교회의 복음화관과 교회론’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으며, 이기우 신부(서울대교구, 중앙보훈병원 원목)와 황경훈 박사(우리신학연구소 아시아평화연대 센터장)가 각각 발제를 맡고, 김근수 소장(해방신학연구소)과 전원 신부(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가 논평했다. 발제에 앞서 수원교구 교구장 대리 문희종 보좌주교가 기조 강연에 나섰다.

먼저 문희종 주교는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FABC) 1차 총회 성명서인 ‘오늘의 아시아의 복음화’와 제5차 반둥 총회 성명서 ‘3000년대를 향한 공동여정’을 통해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한국 교회에 요청되는 신학적, 사목적 성찰 지점을 살피고, 제언했다.

아시아 지역 주교회의의 자발적 협의체인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는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 15개국 주교회의를 정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1970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첫 회의를 한 뒤, 주기적으로 총회를 열고 있다.

먼저 문 주교가 언급한 1차 총회 성명서는 1974년 타이베이 총회의 결과물로, “오늘의 아시아 상황은 급속하고 심원한 변형을 그 특징으로 지적하며, 근대화에 따른 급격한 사회적 변화는 세속화, 전통문화의 붕괴를 초래하고 그로 인한 심각한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문헌은, 이러한 아시아의 현실을 자각하며 그리스도인이 ‘시대의 징표’를 읽고 투신해야 할 과업을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메시지와 생명이 우리 백성들의 정신과 생활 안에 참으로 육화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그 초점은 진정한 의미의 지역교회를 건설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희종 주교는 문헌이 제시한 방법론인 ‘삼중 대화’, 즉 지역문화, 타종교, 가난한 이들과의 대화에 대해, “대화는 ‘생활의 대화’ 형태를 취해야 하며, 특히 가난한 이들과의 대화에서는 그들의 가난함과 억눌림을 함께 겪고 그들 편에서 이해하는 것이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맥락에서의 ‘복음화’, 또는 ‘선교’란 “단순히 그리스도 신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며, “복음에 집중하는 것은 아시아 백성이 처한 구체적 현실, 특히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의 삶의 현장에 관심을 갖는 것이며, 가난한 이들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에서 동화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해방에 투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5월 21일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이 '아시아 주교회회의 복음화 노력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관심'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정현진 기자

1990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5차 총회에서는, 민주주의 운동 확산과 민족과 국가 간 붕괴, 국가 통제주의, 전투적 근본주의 또는 종교적 근본주의가 등장하는 1990년대 아시아 교회의 상황을 “격동과 변화의 도전”으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희망의 표지로서, “새로운 연대 의식의 확산,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을 위한 운동, 환경 운동, 공동체와 교회에 대한 갈망” 등을 들고 있다.

반둥총회 문헌은 1차 총회 문헌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교회의 선교 사명의 중심에 ‘하느님 나라의 실현’을 두고, “복음화와 인간의 진정한 발전, 해방이 떨어질 수 없는 과업”임을 확인하며, “교회의 당면 과제는 타교회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타종교 형제자매들과 더불어 정의와 평화를 위해 수고함으로써 하느님의 나라가 아시아 안에서 보다 가시적으로 현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문 주교는, 이 문헌이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인간에 대한 집중”이라면서, “하느님나라의 가치 증거는 인간의 진정한 해방과 연결되는 것이다. 대화 그 자체가 아니라 대화를 통한 인간 해방이 목적이며, 그 해방은 하느님 나라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이에 대한 ‘사목적 대응책’으로서 문헌은 1990년대 교회가 되는 새로운 길을 ‘기초교회공동체’와 같은 ‘소그리스도교 공동체’ 특히 상호 동참하는 교회를 형성하도록 요청하며, 모든 이의 해방을 위해 타종교와 삶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나누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이른다.

문 주교는 이것이 선교의 본질적 측면을 재정립하는 것이고, 교회가 되는 새로운 방식의 중심에 ‘성령의 활동’이 있음에 주목하면서, ”선교의 본질은 가르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증거’로 이어지는 것이며, 하느님에게 사로잡힌 사람들의 면모를 통해 영적 체험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그는 이 두 문헌을 통해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세상 안으로 들어가는 교회, 세상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교회, ‘야전 병원’으로서의 교회가 천명되었다”면서, “한국 교회가 그동안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과 운명을 같이 하고 독재 정권에 대항하며, 불의한 사회, 경제, 정치적 구조에 맞서 투신해 온 경험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새롭게 자리매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오늘 한국사회, 아시아에서 교회의 대화 상대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우리에게 요청되는 변화와 결단은 무엇이며, 한국 교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한국 교회가 ‘삼중 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한국인과 아시아인의 삶 안에 깊이 투신하며, 온갖 종류의 불의와 부조리에 대항해 하느님나라의 가치를 분별하고 실현시키는 교회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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