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태

아무리 생각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는 불가피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나도 그녀의 남은 임기, 후속되어야 할 번다한 정치 일정 등을 생각할 때 형식적으로라도 대통령으로서의 임기는 보장해 줘야 할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 아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상식 이하의 무능력과 자질 부족이다. 정치인을 상대로 무능을 질타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것은 그런 차원이 아니다.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전 국민이 그런 인식에 다가가게 될 것이다.

아아. 우리가 그런 사람을, 그런 철저한 무능력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다. 거듭 얘기하지만 모든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최순실 사태는 최순실이라는 작금의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박근혜 씨가 권력을 쥔 이래 간단없이 지속되면서 우리를 절망으로 몰아온 모든 사태의 대단원이라는 것이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나는 그 가장 최초이자 단적인 사건이 바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임명 사건이라고 본다. 보라. 그 인선이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단지 우발적인 사건으로만 보았다. 겨우 두 달 뒤 무수한 사람들의 반대에도 강행된 그 임명은 세계의 중심지 뉴욕에서 어글리 코리안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우리는 새 정부 출범도 전에 강행된 윤창중 임명 사건과 가장 최근의 최순실 사건에서 부인할 수 없는 일관성을 본다. 그리고 조금만 주의해서 살피면 그 가운데에 있었던 모든 사건들에서도 마찬가지의 일관성을 볼 수 있다. 전임 대통령 때 자행된 국정원 댓글 사건을 그렇게 처리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던가? 세월호의 비극적 사건을 맞아 유가족들을 그렇게 대할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던가? 거기에서 합리적 이유를 본 사람이 누가 있는가? 모든 것이 상식을 초월하고 있다.

▲ 윤창중(왼쪽부터), 윤진숙, 최순실. (이미지 출처 =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가장 유사한 사건 하나를 더 들어 보겠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윤진숙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을 데려와 앉혔다. 청문회는 웃음바다가 되었지만 대통령은 그녀가 모래 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존재라며 온갖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했다. 그 후 10개월, 그녀는 내내 웃음거리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었고 결국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여 주어 헌정 사상 두 번째로 국무총리가 해임 건의를 해서 해임을 시켰다.

그뿐인가? 개성공단 폐쇄. 그동안 시장 바닥에서나 나돌던, 경협해서 핵무기 만들게 했다는 저급한 논리로 두 정권이 혼신의 열정으로 세운 통일의 디딤돌을 하루아침에 추초(秋草)로 만들고 말았다. 통일 대박과 개성공단 폐쇄. 그것은 결코 한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이다. 그런데 한입에서 나왔다. 아무런 비전도 생각도 없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잘못은 대통령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국민에게 있다. 또 다시 이런 잘못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야당이 도사리는 이유는 안다. 탄핵의 악몽을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히 역사에 교훈을 남겨야 한다. 박근혜 - 그녀는 윤창중과 윤진숙과 최순실의 합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를 찍은 모든 국민들의 무지와 무능에 대해 정신 차리라는 차원에서도 이번에는 자진사퇴든 탄핵이든 대통령의 직에서 쫓아내는 전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비전도 생각도 없는 사람이 단지 저 혼자만의 영광을 위해 대선 가도에 뛰어드는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수태
저술가, 칼럼니스트, 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행정부원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