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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당신 혹시 신자유주의 부모?"청춘 심리 상담-병든 한국 사회는 청년들의 내면을 어떻게 파괴했는가", 김태형, 다시봄, 2016
김지환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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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13  13: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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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란 나쁜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생기는 것이다. 나쁜 환경에 저항하거나 그런 환경을 바꾸지 않고 이에 적응하면 정신건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처를 치유하는 것 못지않게 현재의 상처가 더욱 심해지지 않도록 나쁜 환경을 바꾸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심리치료자들이 부모라는 존재 자체가 나쁜 환경일 때는 부모와 떨어져 지내라고 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청춘 심리 상담", 김태형, 다시봄, 2016. (표지 제공 = 다시봄)
20, 30대 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삶에 여유가 없어 보인다. 기성세대는 그들을 향해 개인주의화되었다느니, 이른바 ‘싸가지’가 없다느니 말들이 많다. 그들은 진정한 개인주의를 체득했다기보다 파편화되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고, 그들 싸가지의 근원은 기성세대가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하여튼 청년들의 삶은 여러모로 불안하다. 이처럼 불안한 청년들의 삶은 이 사회의 미래에서 적신호다.

이 책은 청년들의 불안한 마음의 구조를 파헤쳐 간다. 저자는 심각한 원인 제공자로 ‘신자유주의 부모’를 지목한다. 여기서 신자유주의 부모란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에 적응해야 했으며, 불안과 공포의 서사에 짓눌려 자식들에게 일류 대학과 대기업에 들어가는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다. 다시 말해 아이들을 경쟁력 있게 키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부모다. 물론 예전부터 부모는 자식이 성공하기 바랐을 터인데, 신자유주의 부모는 경쟁력 있는 자식 외에 다른 것을 못 본다는 데 차이가 있겠다.

이런 부모는 자식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을 키우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심각하게 상처를 입는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개성이나 성향은 뒷전이고 오로지 공부를 잘해 일류대에 입학해야 인정을 받는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정체성, 자존감, 자신감에 상처를 입는다.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이는 ‘나는 쓸모없는 아이야’라는 생각을 내면화하기 십상이다. 일단 청년들은 가정에서부터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청년기 내내 정신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훗날 성공했다고 갑자기 정신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수는 없는 일이다. ‘인생의 봄’을 잃어버리면 그의 나머지 인생이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한국 사회가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에게서 유년기를 빼앗은 것은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서 대인 관계 능력을 빼앗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왔다. 젊은 세대의 정신질환과 자살율 증가, 무력감과 사회적응 실패, 신혼부부의 이혼율 급증과 출산율 저하 등이 이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148쪽) 극단적으로는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자신을 해하거나 부모를 해하는 극단적 상황까지 발생한다.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한 개인의 삶에서 주로 부모로 대변되는 가족 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가족의 두 얼굴"(최광현, 부키, 2012)이란 책에서는 한 개인의 인격을 형성하는 데 가족의 역할을 이렇게 말한다. “가족은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곳이다. 우리가 가족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감정을 경험하였는가는 평생 동안 간직될 감정의 채널을 고정시키게 만든다. 어린 시절 경험한 외로움이 평생 지속되는 이유다. 우리는 가족 관계를 통해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형성하게 될 대인 관계에 대한 기본적 믿음과 기대를 갖게 되며 이것은 친구, 연인, 부부, 자녀 등 여러 관계 속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가족 관계는 우리의 인간 관계를 찍어 내는 붕어빵 틀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여러 청년이 자신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주로 가족과 관계 속에서 어떠한 상처를 받았는지 잘 드러낸다. 그들의 상처는 일차적으로 가정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사회가 가정에 끼친 영향을 고려한다면 그들의 상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맥락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저자가 말한 ‘신자유주의 부모’는 그러한 배경에서 나온 용어다.

저자는 지금의 청년들은 무한경쟁의 끝이 없는 ‘헝거 게임’에 내몰렸다고 진단한다.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사례로 ‘칠레식 해법’을 이야기한다. 2011년 칠레의 대학생 수십만 명이 무상교육 실시를 요구하며 위력적인 시위를 벌였고, 이 운동이 정권 교체를 이루었다. 마침내 칠레 정부는 2016년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선언했다. 칠레의 예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언젠가 20대를 향해 ‘20대 개새끼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들을 비난하기 전에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해 보았는지, 그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보았는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청년 문제는 청년 스스로가 헤쳐 가야 하면서 동시에 기성세대도 같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이해를 위해 청년들의 마음 깊숙한 곳을 비춰 준다. 현실이 많이 어둡지만 희망이 전혀 없지만은 않다. 우리의 청년들도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김지환(파블로)
마포에서 나서 한강과 와우산 자락의 기운을 받으며 살아왔다. 역사를 공부했고 그중에서도 라틴 아메리카 역사를 한참 재미있게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이 지역 이야기는 가슴을 뜨겁게 한다. 현재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여전히, 좋은 책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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