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정신 필요", "탈시설이 근본 해결"

최근 폭로된 인권유린, 회계부정에 대한 희망원의 사과문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의당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진상조사위원회 정중규 공동위원장(베네딕토)은 희망원 통합원장 박강수 신부 등의 이름으로 11일 발표된 사과문이 “아쉽고 대단히 미흡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9월 2일 희망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고, 9월 19일 현장 방문을 나서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사과문 중 ‘희망원 입소자 중 많은 경우가 만성질병으로 고통 받다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시설을 찾는다. 그러한 이유로 사망자가 다른 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는 해명을 비판했다. 그는 2014년부터 2년 8개월간 숨진 희망원 입소자 129명 대부분이 “시설장들의 말대로 다 병원에서 돌아가신 분들이더라도 ‘유감스럽고 마음 아프고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는 말이 나오면 좋은데 면피성 성명을 내놓은 것이 가톨릭 신자로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희망원의 사과문이 ‘정치인들의 말’과 비슷하다면서, “가톨릭교회라면 고해성사를 하는 마음으로 잘못을 참회하고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하는데, 아직 (희망원 대표들에게)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마음으로 희망원 사태가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될지 의혹과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6일 희망원의 ‘생계비 이중장부 작성’, ‘연간 4억 원 횡령’ 의혹을 제기한 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의 은재식 공동대표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희망원의 사과문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희망원 사과문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 희망원에 와서 죽었다. 비리는 모르겠다’는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낸 임성무 씨(도미니코)는 교회가 국가인권위, 대구시 등의 조사 결과에 따라 대응할 것이 아니라, 교회의 정신과 원칙에 따라 희망원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씨는 희망원 사과문은 “원장들의 답변일 뿐이며, 그 답변조차 교회의 언어가 아니고 세상의 것과 똑같은 방식이어서 오히려 대구 시민사회의 분노를 자아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임 씨는 대구대교구 차원의 입장 발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100 중 교회의 잘못이 50이라 하더라도 사과해야 한다. 50은 잘했으니 칭찬해 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교구가 교회 원칙에 맞는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희망원 문제 해결이 “교회가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지난 8월부터 SNS를 통해 희망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구대교구 평신도들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며 동참할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이 활동에 대해 임 씨는 “대책위원회와 같은 말을 신자가 할 수는 없지만, 불구경하듯 가만히 볼 수도 없다”면서, 자신이 모은 신자들의 의견은 교구에 충분히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명운동은 주로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신자들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며,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원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구시립희망원지회 황성원 지회장(리노)에 따르면, 지회는 이번 주 중 희망원 사과문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 대구광역시립 희망원 (사진 출처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월 8일 방송 화면 갈무리)

“대형수용시설, 시대 흐름에 맞게 구조 개선 필요”

장애인 등의 “탈시설”과 “지역사회 통합”을 주장해 온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희망원과 같은 문제는 대규모 사회복지시설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5개 장애인 단체는 지난 10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시설 문제는 사회적 약자를 격리하고 통제하며 자유를 뺏어 온 시스템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비를 지원받지만 사유재산, 조직으로 생각하는 운영법인으로 인해 시설 내 인권유린과 비리문제를 해마다 목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중규 위원장은 “한국의 대형수용시설의 1, 2, 3위(꽃동네, 서울특별시립 은평의마을, 희망원)를 가톨릭교회가 운영하고 있다”며, 제도와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주교가 수용시설 위주의 사회복지, 장애인복지 사업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사회 통합’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천주교가 1990년대 이후 사회복지시설을 위탁받으며 국가 예산의 굴레에 묶여 있다”면서, 이 때문에 천주교 고유의 사회복지 영성과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10월 11일 희망원 통합원장 박강수 신부(대구대교구) 등은 교구 홈페이지에 실린 ‘희망원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교구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신자들에게 사과하고, 희망원의 규정과 운영방식을 철저하게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보다 앞서 희망원은 10월 7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희망원이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노숙인 수용 시설”이라는 생각은 “고정관념”이라며 “거동이 힘든 오갈 곳 없는 이들이 자유의사로 들어오는 시설”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또 2014년 1월부터 2016년 8월 25일까지 생긴 사망자 129명 중 123명은 의료기관 입원 중 숨졌으며, 시설에서 기도폐쇄 등으로 죽은 2명은 “희망원의 관리 소홀이 있는 부분”이지만 “생활인 중 10퍼센트가 2년 동안 사망했다는 의혹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대구광역시립 희망원은 노숙인 복지시설로 1958년 설립됐으며, 1980년 4월 1일 재단법인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운영권을 수탁해 운영해 왔다. 대구 달성군의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으며, 홈페이지에 따르면 1300명 넘는 생활인들이 전체 건물 규모 연면적 약 2만 2000제곱미터 공간에 모여 사는 큰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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