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의 부검영장 청구는 패륜”

천주교 단체들이 9월 28일 백남기 씨 사망사건에 대해 책임자 처벌과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사회운동 연합단체인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과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는 28일 오후 백 씨의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언문을 내놓았다.


천주교 단체들은 백 씨 사망을 ‘경찰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살인의 진실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 있는 모든 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살인의 가해자인 경찰과 수사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검찰 대신 특별검사의 수사와 기소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우선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들의 마음을 모으는 운동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살인자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세상, 수백의 생명을 수장시키고도 책임지지 않는 세상,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며 “불의한 권력이 활개 치는 이 땅에서 하느님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백남기투쟁본부도 백남기 씨에 대한 물대포 사용 등 국가폭력에 대한 고발이 있었지만 검찰이 조사하고 있지 않다며 국회 의결로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백 씨 장례식장 등지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9월 28일 천주교 단체들이 백남기 씨의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강한 기자


이날 천주교 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한 50여 명은 특히 경찰, 검찰의 백 씨 시신 부검영장 청구에 대해 “패륜적”이며 “무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25일 밤 청구했던 영장이 기각되자 26일 밤 영장을 재신청했으며,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남자 수도자 대표로 발언한 이상윤 신부(한국 순교복자 성직수도회)는 “고인의 숭고한 마지막 길과 조문마저 막고 검문하며, 고인을 부검하겠다며 다시 죽이고자 하는 패륜적 모습에서 더 이상 법과 양심을 기대할 수 없다”며 개탄했다. 이 신부는 정부와 경찰이 진실을 밝히고 사과해야 “진정한 화해와 용서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최 벨라뎃다 수녀도 “정부, 경찰이 사과 한마디 없이 침묵하더니 백남기 농민이 세상을 떠나니 급성신부전이라고 거짓말하고 있다”면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앞장서서 법을 어기고 불법을 자행함을 식견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수녀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수도자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럽다”며 대통령으로서 체면을 차려 달라고 말했다.


평신도 대표로 나선 박순희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지도위원장은 경찰, 검찰의 부검 요구가 “미친 짓”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박 위원장은 백남기 씨 사망에 대한 사과 요구, 용서, 규탄을 말할 상황을 넘었다며 “박근혜 정권은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검영장 청구와 관련해 “우리가 150년 전 박해 받다 돌아가신 천주교 순교자의 정신을 오늘날 되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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