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주교 등 천주교인 수백 명 동참

백남기 씨 사망사건에 대해 3000명 이상이 연명한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이 나왔다.

9월 29일 오전,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 등 250여 명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국민이 준 힘으로 더 이상 국민을 짓밟지 말라’는 제목의 선언문에서 참여자들은 백 씨의 사인이 명백하고 유가족이 원하지 않는데도 부검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법률, 의학, 상식, 도의적으로 용납될 수 없고 사인을 은폐, 왜곡하려는 시도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자들은 정부가 백 씨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조의를 표할 것과 함께,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부검 시도 중단, 물대포 등 국가폭력 추방을 요구했다.

▲ 9월 29일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 등 250여 명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강한 기자

선언문과 함께 공개된 참여자 명단을 보면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 등 사제를 중심으로 400명 넘는 가톨릭 신자가 동참했다.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혜용 위원장 등 개신교, 이웃종교인들도 함께했다. 농민, 노동, 법조, 의료, 교육 등 사회 각계각층과 야3당 국회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백남기 씨의 둘째 딸 백민주화 씨는 시국선언문이 발표되는 자리에 나서 “저희 유가족은 사인이 명확한 아버지의 시신이 아버지를 죽인 경찰의 손에 부검되는 일을 반대한다”고 유가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울음을 어렵게 참는 듯한 모습으로, “살인자가 피해를 어떻게 진상규명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왜 저희에게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못하는가” 물었다.

▲ 9월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백남기 씨 사망사건 규탄 시국선언 발표에 참여한 이들이 백 씨 둘째 딸 백민주화 씨(앞줄 가운데)와 함께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한 기자

이 자리에는 야3당 국회의원들도 참여했으며, 백 씨 사망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다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백남기 선생에 대한 공권력에 의한 살인행위 수사를 검찰에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특검을 채택해 새롭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숙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특검을 만들겠다”면서 “야3당이 힘을 합쳐 백남기 농민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백남기농민문제 대책 TF위원장)은 현재 상황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셀프 국정파탄”이라며, “무슨 짓이든 할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 달라고 요구할 단계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SNS에서 불만과 성토를 토해내지 말고, 1987년 6월 대항쟁같이 광장으로 나와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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