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그간 열심히 속풀이 질문에 답하면서 지내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영신수련"(Exercitia spiritualia(라), Spiritual Exercises(영))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던 기억은 없습니다. 영신 수련(혹은 영성 수련)이란 말과 예수회원의 삶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기에 당연히 설명을 드렸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설령 질문이 없었다고 해도 제 편에서 질문했어야 바람직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이런 질문을 받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영신수련"은 일단 유형의 사물로서, 로욜라의 이냐시오가 쓴 피정 지침서를 의미합니다. 공식적으로는 1541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로욜라의 이냐시오가 개인적으로 자필 원고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뚜껍지 않은 책입니다. 그리고 무형의 것으로서는 이 책 안에서 안내하는 기도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 ‘훈련’ 즉 수련을 통해 우리 각자는 하느님의 뜻이 우리를 이끄는 쪽을 깨닫고 따라 나설 수 있게 됩니다.

"영신수련"은 교황 바오로 3세의 인준을 계기로 교회 안에서 영성 훈련을 위한 안내서로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성 이냐시오의 영적 체험이 토대를 이룹니다. 이냐시오는 자신의 영적 체험에 성경과 신학과 교회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담아 놓았습니다.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드리고자 하는 이들을 도와주는 지침이 담겨 있습니다.

"영신수련"이란 책에서 이야기하는 개념으로서 영신 수련은 양심을 성찰하고, 묵상하고, 관상하며, 말과 마음으로 기도하고, 다양한 영적 수행(실천)을 하는 모든 방법을 일컫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이나 간단히 주님의 기도를 외는 것도 모두 영신 수련의 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혼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훈련으로서 절제와 고행 등도 포함됩니다.

"영신수련" 21번째 항목에서 설명하듯이, “무질서한 어떤 애착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정돈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영혼이 선입견이나 상처 혹은 공포 등에 영향을 받는다거나 인정에 사로잡혀 중심을 잃지 않고 냉철하게 사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영혼에 근육을 키우는 일이 영신 수련입니다. 우리가 건강한 신체를 위해 하는 훈련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굳이 Exercises로 복수 표기한 것은 그런 훈련이 일회성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하루 열심히 해서 초콜릿 복근이 생겨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영혼에 건강한 근육을 키우는 일도 일회성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영신수련"은 이냐시오가 자신의 영적 체험을 추가한 영적 식별과 훈련 안내서다. (이미지 출처 = he.wikipedia.org)

"영신수련"은 이냐시오가 예수님과 전적으로 일치하는 삶을 살고자 열망을 보이고, 순례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나서 순례의 첫 단계에서 찾아간 장소에서 얻게 된 작은 책에서 기인합니다. 이냐시오는 예수님이 활동하셨던 이스라엘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곳을 가기 위해 거쳐 가야 했던 곳이 오늘날 스페인 바르셀로나 근처의 몬트세라트라는 영험한 산이었습니다. 그곳에 가서 자신이 군인으로 살았을 때 가지고 있던 ‘연장’들을 그 유명한 검은 성모님께 봉헌했습니다. 그리고 순례를 떠나기 전에 자신의 생애에 관한 총고해를 그 산에 있는 몬트세라트 베네딕도수도회 소속의 한 사제에게 했습니다.

장 샤농이라는 프랑스 국적의 신부였습니다. 그는 이냐시오의 총고해를 듣고 그의 열정을 알아챘지만, 그의 열정이 성령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영웅적인 허영을 부추기는 악신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이냐시오에게 본격 순례에 앞서 그것을 식별할 시간을 가지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냐시오에게 “영성 생활 수련(Ejercitatorio de la vida espiritual)”이라는 영의 식별에 관한 안내서를 소개해 줬습니다.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은 바로 그 소책자와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성 생활 수련”이라는 책과 "영신수련"의 차이가 있다면, 전자가 영의 움직임에 관한 단순 안내서였다면, 후자는 이냐시오 개인의 영적 체험이 추가되어 있고, 자기 삶에 오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식별하고 결정하는 작업이 새롭게 쓰였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이 가지는 독창적인 면입니다.

여러분도 서점에서 구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독서용 책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책을 가지고 "영신수련" 피정에 들어가신다면 이해를 좀 더 쉽게 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 책을 읽지 않으신다고 해도 묵주기도든 기타 다른 형식의 기도든 일상적으로 꾸준히 기도하는 분들은 일단 영신 수련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영신수련"은 그런 노력이 개인 차원 안에서만 머물지 않도록 하는 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생각한다는 것은 이웃과 함께 나누고 연대하는 것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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