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정권 사법외 살인 급증

필리핀 교회지도자들이 두테르테 정권이 들어선 뒤 늘어나는 사법외 살인을 막기에 자신들은 “힘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사범에 대해 감옥에 넣지 않고 바로 처형한다는 강경책을 내세우고 있다.

필리핀 주교회의 기초교회공동체위원장인 아마도 피카르달 신부(구속주회)는 “내가 예측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고, 교회는 이런 살인들을 막을 힘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살인이 “이미 막을 수 없는” 상태라면서, 일부 교회지도자들은 희망을 잃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카르달 신부는 두테르테가 지난 5월 대선에서 이긴 뒤 필리핀의 앞날이 “어둡다”면서, 1424명을 처형한 한 처형대와 두테르테가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두테르테는 다바오 시장이던 시절 마약범을 비롯한 범죄자들에게 즉결 처형을 비롯한 초법적인 강경책을 써서 치안질서를 잡은 뒤, 소수 족벌의 오랜 연합통치로 인한 뿌리 깊은 부패와 무능에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으로 떠올랐다.

두테르테는 선거 운동 중에 자신이 집권하면 반 년 안에 범죄와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가 지난 5월에 당선된 뒤 600명이 넘게 피살되었는데, 이 가운데 211명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총잡이들에게 당했다. 필리핀은 이전에도 (주로 군이나 족벌세력에 의한) 사법외 살인과 이에 대한 불처벌이 커다란 문제였다.

▲ 8월 3일, 즉결 처형된 것으로 의심되는 한 희생자가 마닐라에서 매장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UCANEWS)

이렇듯 살인이 일상이 되는 가운데 주교회의 의장인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링가옌-다구판 대교구)는 필리핀인들의 인도주의에 호소하고 나섰다.

그는 성명을 내고 “내가 믿기로 이런 살인들에 불편해 하는 우리들 안에 작은 인도주의의 목소리가 있다”고 했다. 이 성명은 지난 주말 대교구 안 각 성당에서 낭독됐다.

그는 “불편해 하는 인도주의의 목소리는 복수를 외치는 더 큰 목소리에 묻히거나, 정치적 맹공의 달콤한 특권에 짓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약 중독을 쓸어낸다는 우리의 꿈 속에서 우리는 ‘킬링필드’ 나라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내가 꼭 주교이어서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뉴스를 듣거나 보거나 읽을 때마다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이 살인들에 불편해 하는 것은 내가 꼭 가톨릭 신자여서가 아니다.“

그는 “전적으로 믿건대, (살인이) 참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많다”고 했다. 성명서 제목은 “우리 안의 인도주의가 말하게 하자”였다.

“우리는 마약 중독자의 세대에서 길거리 살인자의 세대가 될 것인가? ‘제멋대로 정의’가 우리에게 더 안전하고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가?”

팔로 대교구의 비르길로 카네트 신부는 살인이 “통제 불능”이라고 했다. 타클로반 시에서는 지난 주에 3명의 마약 용의자가 피살된 채 발견되었는데, 장소는 2015년 1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사를 집전한 곳에서 멀지 않았다.

피살자들은 여러 방을 맞았다. 셋 가운데 둘은 여성이었다. “나는 마약밀매꾼입니다. 주여 죄송합니다”라고 쓰인 조악한 팻말이 주검들 옆에 놓여 있었다.

8월 3일에는 마약 조직에 연계된 6명이 레이테 주의 알부에라에서 벌어진 경찰 작전 중에 피살됐다.

카네트 신부는 "경찰과 대통령만이 일시 정지를 선언함으로써 이런 살인을 중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교회는 이미 이런 결과를 경고했었다. 이런 피바다를 시작한 사람만이 이를 중단할 수 있다”고 했다.

기사 원문: http://www.ucanews.com/news/church-leaders-powerless-to-stop-philippine-killings/76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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