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 칼럼] 미국의 중국 전략보다 한국의 안보가 우선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기지를 한국에 배치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찬성하는 여론은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하고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계속 시험 발사해서 그 성능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않느냐고 주장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묵과하자는 말이냐고 반박한다.

반면 반대하는 여론은 미국의 사드 배치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것이란 주장 자체가 믿기 어렵고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며 사드를 이 땅에 배치하면 우리의 제1 수출국인 중국의 보복을 초래하게 돼 한국 경제가 막심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편다. 한마디로 미, 중 싸움에 어느 한쪽에 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영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드 배치가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사드가 과연 찬성파의 주장처럼 날아오는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막아낼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사드는 미국이 해외에 처음 배치하는 탄도미사일 방어체제(ABM)가 아니다. 미국은 이미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이름으로 지난 5월 12일 동유럽의 루마니아에 ABM 기지를 설치했다. 루마니아, 미국, 나토 대표가 군악대까지 동원된 축제분위기에서 기지 개설 행사를 치렀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과 같은 날(7월 8일) 나토 바르샤바 정상회의에서 동유럽의 폴란드와 나토 회원국인 터키와 스페인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포위전략의 일환이다.

▲ ABM 미사일 시험. (이미지 출처 = no.wikipedia.org)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가 루마니아에 ABM을 배치하기로 결정할 때 미국의 ABM 기지는 러시아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러시아는 이미 1972년 미국과 ABM제한협정을 체결한 국가다. 미국은 ABM 동유럽 배치가 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ABM이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동의 이란 같은 '부랑국'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러시아인들은 미국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분노한 러시아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핵전쟁이 일어나면 루마니아가 맨 먼저 핵 공격을 받아 잿더미가 될 줄 알라고 루마니아를 위협했다.

경북의 성주 군민들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사드 레이더에서 발산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해독을 들고 나올 것이 아니라 미, 중 사이에 핵전쟁이 일어날 때는 성주가 핵 공격의 제1차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제기했어야 했다.

루마니아 ABM 배치가 일으킨 후폭풍으로 바르샤바 나토정상회담에서는 ABM 배치문제가 미국과 동유럽 나토 회원국 간에 논란의 쟁점이 됐다.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 폴란드에 배치될 ABM을 미군이 아닌 나토가 운영한다는 조건으로 배치에 겨우 합의를 봤다. ABM을 러시아를 가장 적대시하는 미군이 아닌 나토 군인이 관리하면 미국이 주장한대로 ABM 공격 대상이 러시아가 아닌 중동의 이란이라는 주장이 좀 더 러시아의 의심을 줄일 수 있고 그래서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제1차 핵공격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의 타협이다.

만약 성주에 배치될 사드 기지도 미군이 운영하지 않고 한국군이 운영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사드 레이더가 자기들 나라를 감시할 목적이라는 의심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사드가 중국을 목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3년 미국이 괌에 처음으로 사드를 배치할 때 북한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가상 목표로 삼았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 땅에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사드를 또 설치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진다. 결국 미국이 북한이 아닌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심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러시아는 ABM에 관한 한 미국의 의도를 가장 잘 간파하고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사드 배치의 목표가 북한보다는 중국이나 러시아라고 의심하고 있다. 사드의 레이더를 전진배치 형태로 가동할 때 2000킬로미터 밖의 레이더까지 움직임을 탐지할 수 있다. 푸틴 정권도 한반도의 사드 배치로 러시아의 미사일 움직임이 미국의 감시망에 포착될 수 있으며 핵전쟁 발발시 미국이 그만큼 적대국을 선제공격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사드에 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의문은 사드의 성공률이 100퍼센트냐는 것이다. 미국의 과학자들을 포함해 그렇게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사드는 그 성능을 너무 믿다 핵전쟁을 촉발하는 위험한 유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결국 ABM기술에 앞선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협박하는 심리 무기로 이용되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핵전쟁을 유발할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의 사드 전략에 참여하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국적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 사드가 배치될 성주군 모습. (이미지 출처 = www.youtube.com)
그러므로 한국은 사드 문제에 관해서 독자적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미 방위조약은 한국을 북한의 공격에서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이 미국의 세계전략 방조자가 돼서는 안 된다. 한국전쟁을 제외하면 미국은 냉전 70년사에서 무리한 전쟁모험으로 엄청난 파국을 여러 차례 겪었다. 그러나 회복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파국에 한번 빠지면 다시 일어날 여력이 없는 약소국이다.

따라서 사드를 배치하는 일이 있더라도 한국이 국익을 치밀하게 검토하고 독자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제시했다고 해서 미국의 정책에 무조건 추종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시민이 정부의 활동을 주지할 수 있게 정책을 알려야 한다. 정부가 정부 밖에 있는 시민들에게 그 활동을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 이것은 민주국가 정부의 책임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같은 중대 사안을 국회와는 논의하지 않았고 사후 통보만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12일 경향신문과의 회견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결정과 같은 중대사안을 국회와는 의논하지 않고 사후 통보했다. (대통령이) 이렇게 하면 되겠나?"라고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북한도 핵이나 미사일 몇 개로 미국을 위협하고 협상해서 “대박”을 맞겠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미국은 지금 가상적인 중국을 근거리에서 위협하는 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멸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정책을 빨리 버리고 민족끼리의 대화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의 전환이 절실하다.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의 괌에 도달하는 순간 북한은 미국의 핵 공격으로 잿더미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장행훈(바오로)
언론인.
파리 제1대학 정치학 박사,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초대 신문발전위원장, 현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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