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다시금 연대를 생각합니다. 연대란 내 이웃의 아픈 상황을 외면하지 않는 것입니다. 연대란 내 이웃의 눈물과 절규를 외면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치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 맞아 초주검이 된 사람을 버려두지 않고 돌보아 주고 살린 것과 같은 것입니다.

정부가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를 아주 작은 시골마을인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민주적 절차나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합니다. 성주군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군민들은 매일 밤 촛불집회를 열고 정부의 사드 배치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 수도자들이 수도원 밖을 나왔습니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길 위에 섰습니다. 길 위에 선 수도자들은 주민등록등본이 성주군 밖에 있는 '외부세력'입니다. ⓒ장영식

국무총리가 성주를 방문했지만,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었습니다. 성주 군민들은 분노했습니다. 국무총리는 분노한 성주 군민들에 의해 몇 시간이나 고립되었습니다. 그것은 성주 군민들의 아픔과 함께하겠다는 진정 어린 마음이 아니라 하나의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무총리가 성주에서 곤욕을 치른 뒤, 공권력은 외부세력을 엄벌하겠다고 합니다. 이 나라의 공권력에는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이나 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사드가 배치되었을 때,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 과정과 설득 과정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로 사드를 받아들이라는 고압적 자세는 민주정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 수녀님들이 수도원 밖을 나왔습니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길 위에 섰습니다. 길 위에 선 수녀님들은 주민등록등본이 성주군 밖에 있는 '외부세력'입니다. ⓒ장영식

서공석 신부는 “불쌍히 여김과 가엾이 여김은 사마리아 사람의 마음에도 우리의 마음에도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가 실천하면 하느님의 숨결이 우리 안에 살아 계시고,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가 됩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사마리아 사람과 같이, 자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이웃이 되어 주는 것이 사랑입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63)

▲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밀양과 강정이 연결되어 있고, 세월호와 성주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장영식

문정현 신부는 “옆에 쓰러진 사람, 빼앗기는 사람한테 다가가는 것이야말로 사회를 향한 관심이자 동정심이요 연대이고 참여로서 종교적 심성의 발로”라며 “이를 남의 일로 치부하는 게 죄악이고 우리 사회의 병폐인데 정부가 이들한테 관심 갖지 말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http://m.media.daum.net/m/media/society/newsview/20160719202604536)

경북대 물리학과 이형철 교수는 “원전 유치 반대나 사드 배치 반대는 과학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분명히 실존하는 사회적 현상이다.”고 말합니다.
(http://m.imaeil.com/view/m/index.php?news_id=34735&yy=2016)

▲ 연대는 중립과 침묵을 포기하고 억압받는 이들 편에 서는 것이며, 투쟁하고 있는 그들 옆에 있는 것이고,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싸우는 것입니다. ⓒ장영식

다시금 이 나라의 공권력에게 국민을 향한 연민의 마음과 사랑의 마음을 가질 것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공권력은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성주 군민들의 분노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울부짖고 있는 성주 군민들과 사랑으로 연대하는 이들을 ‘외부세력’으로 매도한다면, 우리 모두가 ‘외부세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