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지난 6월 23일, 원안위는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건설을 승인했다. 겨우 9명의 원안위 위원이 5200만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필요 충분한 검증 없이 투표로 결정한 것이다. 그중의 5명은 임기가 곧 끝난다.

고리와 신고리 지역은 내년 상반기에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가 건설 완료되면 핵발전소 8기가 가동되는 세계 최대 핵발전 밀집 상태였다. 고리 1호기가 내년 6월에 영구 정지된다고 하더라도 2022년에는 이 지역에 9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단지가 된다. 또한 이 10기의 핵발전소는 모두 3.5킬로미터 안에 있다. 그럼에도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한국수력원자력은 다수 핵발전소에서 동시에 사고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한 확률론적 분석(PSA)을 하지 않았다.

▲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의 모습.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는 후쿠시마의 교훈인 다수호기 안정성 평가 없이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 지역에 건설된다. ⓒ장영식

그린피스에 의하면 후쿠시마 핵발전소 대폭발 뒤 캐나다는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회사에게 2017년까지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방법을 개발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핵발전소 부지 4곳인 영광, 고리, 월성, 울진이 모두 초대형 밀집단지로 운영하고 있으므로 다수의 핵발전소에서 동시에 사고가 일어났을 때를 가정한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

▲ 2015년 4월, 원안위에서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건설 승인을 하기 전부터 한수원이 수중 취배수구조물 축조 공사를 시작했음을 알리는 표지판. ⓒ장영식

이러한 문제에 대해 6월 24일, 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의 시민들이 원안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개 원전이 밀접해 운영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이며,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았듯이 여러 개의 원전이 모여 있을 경우 사고가 나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고리 원전 30킬로미터 안에 부산, 울산, 경남을 포함해 380만 명이 살고 있어 그 위험이 더욱 큰 상황이다. 이번 신고리 5, 6호기 승인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 2015년 5월,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건설 예정 부지에서 신고리 5, 6호기 수중 취배수구조물 축조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장영식

환경운동연합도 원안위 건설 승인 결정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는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최소 32-43킬로미터 떨어져야 하나 4킬로미터로 정한 것은 원자로시설의 위치제한(TID14844) 규정 위반이다"라는 지적과 함께 핵발전소가 "서울 인근에 있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한 것"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 최근 신고리 5, 6호기 수중취배수구조물 축조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의 모습. 최근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한수원이 원안위의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건설 승인이 나기 전에 이미 신고리원자력 5,6호기 주설비공사, 신고리 5,6호기 수중취배수구조물 축조공사, 신고리 5, 6호기 수중취배수 공사용 22.9kV 배전선로 설치공사, 신고리 5,6호기 콘크리트 시험실 보수공사로 총 273억 원을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장영식

이번 원안위의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건설 승인으로 고리 지역은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 지역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핵단지 지역,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주변 인구 밀집 지역이 되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의 800만 시민의 안전을 원안위 위원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원안위 위원들은 “도대체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Regrexit)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또한 이와 같은 다수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핵발전소 건설과 같은 중대한 문제의 결정이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승인되어져서는 안 된다. 이는 국민투표 또는 그 지역 지자체 구성원들의 민주적 절차에 의한 주민 투표에서 결정되어져야 함이 마땅하다.

▲ 휴일을 맞아 고리 핵발전소 1호기부터 4호기가 바라보이는 임랑 바닷가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역설적이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