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핵발전은 ‘죽음의 재’를 만들어 냅니다. 핵발전소가 가동하게 되면 반드시 쌓이는 죽음의 재는 몇십만 년 이상에 걸쳐 방사능과 열을 내뿜습니다.

월성 핵발전소는 중수로 핵발전소입니다. 중수로 핵발전소는 경수로 핵발전소에 비해 약 10배나 삼중수소를 더 배출하고 있습니다. 한수원의 자료를 보면 월성 핵발전소가 지난 10년간 방출한 삼중수소 양은 기체와 액체를 합쳐 연 평균 350조 베크렐입니다. 세슘이나 요오드보다 엄청나게 많은 방출량입니다.

▲ 월성 핵발전소 1-4호기는 중수로입니다. 중수로는 경수로 핵발전에 비해 약 10배 이상의 삼중수소를 배출합니다. ⓒ장영식

이 삼중수소가 위험한 것은 호흡이나 음식을 통해 체내로 들어왔을 때입니다. 체내에서 핵분열을 일으키고 베타선을 끊임없이 방출하며 헬륨이라는 핵종으로 전환됩니다. 수소에서 헬륨으로 바뀔 때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이 에너지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유전자 같은 인체 내부의 여러 물질들의 구조를 변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핵종 전환의 영향은 베타선의 영향보다 훨씬 커서 유럽 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는 이 위험을 방사선 피해의 100배 정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핵종전환 현상이 유전자인 DNA에서 발생하면 그 유전자는 손상되고, 변형되며 원래의 기능을 잃게 됩니다.

▲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은 2014년 8월부터 월성 한수원 앞에서 천막농성을 펼치고, 매일 아침 8시부터 상여를 메고 한수원 정문 앞까지 행진하며 안전한 곳으로 이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약 12.5년입니다. 인체에 흡수되었을 때, 소멸되는 생물학적 유효 반감기는 12일이고 절반이 소변이나 땀으로 배출됩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삼중수소 방사능으로 인한 피폭이 일회성이 아니고 월성 핵발전소에서 끊임없이 다량으로 삼중수소를 뿜어내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방사능에 만성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것입니다.(<탈핵신문> 제41호 참조)

실제로 월성 핵발전소 단지와 가까울수록 삼중수소가 100퍼센트 검출되었습니다. 월성 핵발전소 단지 인근 주민의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34.1베크렐/리터까지 검출되기도 하였습니다. 월성 핵발전소 단지로부터 17킬로미터 떨어진 울산시 북구 주민들에게서도 소변검사에서 삼중수소가 나왔습니다. 최근 월성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갑상선암 공동 소송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 천막농성장에서부터 한수원 정문까지 가는 길에는 핵발전소에 의한 상처와 한수원을 믿지 못하는 주민들의 아픔이 녹아 있었습니다. ⓒ장영식

정호준 의원은 2014년 10월 국감을 통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23기 핵발전소에서 방출된 기체와 액체 폐기물 방출량을 공개했습니다. 2004년부터 10년간 한국의 핵발전소에서 배출한 기체와 액체 폐기물 방류량을 보면 월성 핵발전소가 가장 많습니다. 월성 핵발전소에서는 지난 10년간 기체 폐기물을 2998.2조 베트렐 방류했으며, 액체 폐기물은 1031.8조 베크렐을 방류하였습니다. 기체 폐기물 배출량의 85퍼센트를 월성 핵발전소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삼중수소가 많이 나오는 중수로의 특성 때문입니다.(<탈핵신문> 제25호 참조)

특히 최근 핵발전소 주변지역 갑상선암 공동소송이 진행되면서 주민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주대책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50가구(200명)에 갑상선암 환자 8명, 질환자 4명으로 밝혀졌습니다. 약 200명에서 8명의 갑상선암 환자가 발생했으니 10만 명으로 환산하면 4000명이 됩니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갑상선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59.5명입니다. 결국 이주대책위의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우리나라 평균의 67배에 달한다는 충격적 결과입니다.

▲ 나아리 주민인 할머니(68)는 자신이 갑상선암 소송 중이지만, 생수를 마시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과 6살의 손주들에게서조차 소변검사에서 삼중수소가 배출된 것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삼중수소가 공기 중으로도 피폭된다는 뜻입니다. 할머니는 월성 핵발전소 단지 앞에서 핵발전을 반대하며, 손주들에게만은 자신의 아픔을 대물림 할 수 없다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월성 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권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핵발전소를 폐쇄 또는 가동 중인 핵발전소 수를 줄이거나 주민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이 지역의 땅이든 집이든 매매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월성 핵발전소 바로 곁에서 살고 있는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은 2014년 8월부터 월성 한수원 앞에서 천막농성을 펼치며 이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수원 측은 “이주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과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은 핵발전소의 핵반응로(원자로)로부터 914미터까지 토지수용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나아리 주민들의 이주 문제는 보상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인권 문제입니다. ⓒ장영식

월성 핵발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나아리 주민의 이주 문제는 단순한 보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아리 주민은 삼중수소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곳에서 살기를 희망합니다. 그들은 특별한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의 자산을 있는 가치 그대로 수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나아리 주민들의 이주 문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인권의 문제입니다.

최근 울산 앞바다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핵발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대폭발 이후 핵발전 안전신화는 무너졌습니다. 또한 동일 지역에서의 다수호기의 위험성도 잘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핵발전에 대한 불신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핵발전을 멈추는 일입니다. 지금 당장 핵발전을 동시에 멈출 수 없다면, 단계를 밟아 폐쇄의 길로 가야 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착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미 세계는 탈핵과 지속가능한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핵발전은 낡고 위험하며 비싸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없는 악마의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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