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라 즐거운 육아일기 - 51]

*제가 질문하고 제가 답했습니다.

Q1. 남편을 육아에 동참하게 하는 좋은 방법을 알고 싶어요.

독박육아라는 말이 있지요. 주로 육아를 함에 남편의 도움 없이 홀로 아이를 돌보는 고단함을 표현하고자 엄마들이 하는 말입니다. 육아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도 높은 노동이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노력에도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변수가 많은 일이고, 한번 시작했다 하면 죽을 때까지 은퇴하지 못하는 일이죠. 그렇게 힘든 육아건만 육아의 몫을 혼자 짊어지고는 그 버거운 현실에 지쳐 비틀거리는 엄마들이 얼마나 많나요? 다른 일들처럼 육아도 혼자보다는 여럿이 힘을 모을 때 장기적으로 좋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기에 가까이 있는 남편을 육아에 동참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게 절실하군요. 대개 현실은 안타깝게도 처음부터 엄마보다 아이를 더 잘 돌보는 아빠는 세상에 없어요. 후천적으로 변화할 뿐이지요. 남편이 어느 날 번개 맞듯 개과천선을 하든지, 아니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육아의 구체적 잡무에 익숙해질 때까지 직접 부딪히며 거듭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 직접 남편에게 어떤 지침을 내리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 종족이니까요. 대신 육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남편을 둔 부인들, 그들의 특성을 역추적해 보겠어요. 그러니까 배우 송중기보다 실질적으로 모든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육아 등 가사 일을 잘하는 남편’이 내 남편이기 위해서는 내가 이렇게 하면 됩니다!

첫째, 내가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
이는 성격 불문, 직업 불문, 재력 불문, 야근 불문, 게임취미 불문하고 인성이 좋아야 하는 것을 말해요. 인성은 갖은 악조건을 개선시키고 무마하는 데 가장 강력한 조건이죠. 관계의 소중함을 알고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살기 위한 덕목을 지녔고 행동을 통해 그것을 드러내는 사람이라면 아이를 같이 키울 수 있는 인재니 놓치면 후회할걸요. 물론 이쯤에서 이미 엎지른 물이다라고 생각하는 기혼 여성들께 저는 당부하고 싶어요. 인성은 타고난 기질과는 달라서 얼마든지 교육을 통해 바꿀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남편의 인성교육에 관심을 가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거죠.

둘째, 내 몸이 허약해야 한다.
독박육아를 하는 여성들은 유달리 골격이 튼실하고 무거운 것을 번쩍번쩍 잘 들고 에너지가 넘치고 부지런하더라고요. 이들은 남편으로 하여금 아이와 살림을 오롯이 맡겨도 아내가 무리 없이 해내겠다는 든든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육아는 장기전이고 살림은 끝이 없어 제 아무리 여장부라도 지치게 마련이죠. 하지만 그런 사실을 남편이 알아주고 도와주겠지 하는 기대는 마세요. 남편은 남편대로 늘 피곤에 쩔어 있을 테고 갈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배가 나오면서 걷는 것도 숨차 헐떡여 할 테니 말예요. 몸이 너무 건강해 슬픈 엄마들이여, 그렇다고 자신의 건강한 몸을 일부러 상하게 하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 아프면 엄살도 피워 가며 쉬었다 가자고요. 신나게 달리다가도 가끔 살짝 브레이크를 밟고 영 피곤하면 아예 운전대를 넘기고 조수석에서 눈을 붙이는 것이 가능한 정도로 말이에요. 원체 몸이 허약하거나 건강했지만 애 낳고 나서 아픈 데가 한두 군데쯤 생긴 것을 남편이 알고 있다면 육아업무 전담 고속도로를 달리다 폭주하여 전복되고 마는 사고를 막기가 훨씬 수월하겠죠.

▲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셋째, 남편보다 못해야 한다.
엄마가 아기를 돌보는 것이 너무 서툴러 남편으로 하여금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면 됩니다. 누구나 처음은 서툴지만, 엄마들은 엄마니까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아이 돌보는 일에 정성을 쏟아 어떡하든 잘 해내고 말아요. 그러면 곤란합니다. 못하는 건 못하는 대로 내버려 두고, 잘하는 것은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대충해 보세요. 내가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아도 꾹 참고 아주 쉬운 일부터 남편에게 미루세요. 그리고 서서히 많은 업무에서 손을 떼는 겁니다. 어떻게 되든 말든 태연하세요.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보다 못한’ 남편이 어느새 당신을 앞지르는 육아 전문가가 돼 있을 거랍니다.

Q2. 엄마가 되고서도 아줌마 소리 안 듣는 방법은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이미 20대 때 저랑 열몇 살 나이차가 나는 막내 동생을 데리고 마트에 갔다가 시식코너에 계신 분으로부터 ‘어머니~ 동그랑땡 한번 드셔 보세요’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절 자녀를 데리고 온 아줌마로 보신거죠.(그뒤로 동그랑땡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답니다.) 그런 제가 애를 셋이나 낳고 아줌마라는 소리를 안 들을 방법을 연구하다니요. 하지만 아줌마라는 호칭에 묻어나는 여러 가지 부정적 편견이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면 까짓 해 보자구요. ‘아니, 애 엄마 맞아? 이모인가?’하는 정도로만 목표를 잡으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마음은 아가씨, 아니 10대 소녀와 별반 다를 거 없다는 거 아니까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 한마디로 ‘외모’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 왜 자신의 외모 가꾸기에 소홀하게 된 걸까요? 엄마에게 아이는 자신을 잊을 만큼 엄청난 존재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엄마의 손길만 기다리는 아기와 의사소통은 잘 되지 않습니다. 엄마의 모든 감각이 아이에게 쏠리는 것은 그래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지요. 그런 엄마들은 자신의 모든 생활의 패턴을 아이를 중심으로 바꿉니다. 말하자면 엄마는 아이를 돌보기에 가장 효율적이고 편한 복장만 고집하고, 아이를 안아 주고 업어 주기 위한 체력을 보충하느라 밥을 많이 먹어 배가 나오고, 아이를 예쁘게 키우느라 정작 자신은 미용실에 가는 것을 미루게 되는 거죠. 그래도 아이는 이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고 하죠. 엄마의 헤어스타일이나 몸무게를 가지고 뭐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어느 날 거울 앞에서, 상점의 쇼윈도 앞에서 자신의 낯선 모습을 발견하고는 한때의 아가씨, 영원한 소녀였던 엄마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날이 옵니다. 인생에서 아이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잃은 것 같은 슬픔이 밀려옵니다. 네, 이럴 때 이 악물고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자신의 외모를 이전으로 돌릴 방법은 있어요. 아이를 유모한테 맡기고 자신에게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겁니다. 하지만 저처럼 아이를 24시간 돌보면서 시간과 돈도 쓸 여력이 없으신 분은 아줌마라는 소리를 피해 갈 속성 패션코드를 눈여겨보세요.

▲ 선글라스에 블랙 원피스, 큰 숄더백에 머리까지 아래로 묶으면 스타일 2 완성.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스타일 제안 1 : 먼저 화장 안 한 얼굴을 가릴 선글라스를 쓰세요. 트레이닝복을 입되 모자가 달린 걸 추천합니다. 감지 않은 머리에 덮어씌워야 하니까요. 기저귀가방 대신 집에 굴러다니는 에코백, 조카가 쓰다 준 고딩 가방, 그것도 구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다니세요. 여행지로부터 방금 돌아온 듯한, 나이가 의심되지만 애 엄마라고 보기엔 심히 껄렁한, 일명 백수 패션이에요. 귀에 이어폰을 끼고 어깨춤을 춘다면 패션 정체성을 나타내기에 더 효과적입니다. 이 패션을 위해 우리가 별도로 살 것은 없으며, 준비 시간은 단 5분이면 된답니다.

스타일 제안 2 : 자신의 옷장에서 아직 입을 수 있는 옷이 남아 있는 분들이라면 그중 가장 심플한 디자인의 블랙 원피스를 골라 볼게요.(모유수유 중이라면 지퍼가 앞가슴쪽이나 겨드랑이쪽에 몰래 달려 있는 수유원피스가 있더군요.) 이 경우에도 얼굴을 가려야 하니 선글라스를 써 주시고 머리스타일이 중요한데, 한 올 남김없이 아래로 묶고 안 감아 기름진 머리엔 약간의 동백기름을 덧발라 주세요.(없으면 콩기름이라도) 그리고 기저귀가방 대신 옷장을 뒤져 큰 숄더백을 찾거나 마땅한 게 없으면 역시 여행용 캐리어를 끕니다. 방금 해외 비즈니스 업무를 마치고 갓 돌아온 단정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일명 차가운 도시여자 패션이에요. 역시 추가 비용은 없으며, 준비 시간은 머리를 묶고 기름을 바르는 시간 정도겠지요.

스타일 3, 4도 준비되어 있는데 궁금하시다면 다시 문의 주시구요. 어쨌든 이 패션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포기한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 것,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표현하는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속성 패션코드를 소화시켰다 하더라도 길에서 만나는 아기를 보고 ‘아, 귀여워’라는 발언을 넘어 ‘아기가 몇 개월이에요?’하고 묻는다든지, 아기를 5초 이상 응시한다든지, 자기도 모르게 아기콧물을 닦아 주려 휴지를 꺼내는 오지랖을 부린다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줌마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김혜율(아녜스)
(학교에서건 어디에서건) 애 키우는 거 제대로 배운 바 없이 얼떨결에 메리, 욜라, 로 세 아이를 낳고 제 요량껏 키우며 나날이 감동, 좌절, 희망, 이성 잃음, 도 닦음을 무한반복 중인 엄마. 그러면서 육아휴직 4년차에 접어드는 워킹맘이라는 복잡한 신분을 떠안고 있다. 다행히 본인과 여러 모로 비슷한 남편하고 죽이 맞아 대체로 즉흥적이고 걱정 없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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