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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공지능 시대 대비법[서평] "인간은 필요 없다_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2016
강변구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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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19  10: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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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휴일, 밀린 집안일을 하다가 잠시 이런 상상에 빠져든다. 내가 없어도 혼자 힘으로 청소와 빨래, 설거지 등 모든 집안일을 다 해 주는 로봇이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파트 경비실에서 택배를 가져오거나 공과금을 대신 내주면 더 좋고. 그럼 그 시간에 나는 카페에서 아내와 책을 좀 읽을 수 있겠지. 아이와도 좀 더 놀아 주고 말이야. 로봇은 불평도 하지 않고 고장 나지만 않으면 쉬지 않고 계속 일하겠지. 그런 로봇이 언제나 생길까, 생긴다 해도 한 대 사려면 무척 비싸겠지? 비데나 정수기처럼 리스를 하게 될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런 로봇은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 바로 노예들이다.

인간과 거의 비슷한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 우리는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장밋빛 환상은 마치 노예 제도가 모두에게 부를 가져다 줄 거라는 주장과 비슷해 보인다. 노예 제도가 결국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노예가 바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공지능 로봇은 아무리 인간과 가까워도 인간 자체는 아니지 않을까? 참 오래되고도 어려운 문제다. 어찌 됐든 인간처럼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하면서 나에게 절대 복종하는 로봇이 있으면 좋겠다는 욕망은 노예를 갖고 싶다는 욕망에 가깝다.

   
▲ "인간은 필요 없다_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2016
구글의 인공지능 시스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뒤로 사람들의 관심은 단연 일자리였다. 기계가 일자리를 다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어떤 직업이 살아남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표로 정리한 기사들이 무수히 쏟아졌다. 그런데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것은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산업혁명 때 발명된 방적기 때문에 수공업자들이 무수히 일을 빼앗겼고, 지금도 공장 자동화 시스템으로 노동자들이 감원당하고 있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소매 서점이지만 고객들에게 책의 위치를 찾아 주고, 산 책을 종이 가방에 넣어 준 뒤 투명 테이프로 입구를 살짝 붙여 주기까지 하던 그런 점원이 한 명도 없다!

“인간은 필요 없다”의 저자는 인공지능(단, 이 책에서는 ‘인조지능’, ‘인조노동자’라는 용어를 쓴다.)이 수십 년 안에 (미국의 경우) 어떤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47퍼센트가량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수십 년이면 이 서평을 쓰는 내가 아직 살아 있을 확률이 높을 때다. 그런데 그때 직업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말이다. 그 광경을 꼭 보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직업이 무수히 사라지면 또 다른 직업으로 대체될 거라고 한다. 그 직업들은 기계가 대신하기 어려운 고도의 지식 노동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고도의 지식 노동은 오랫동안 고급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거나 그런 일이 적성에 맞는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노동세계의 변화를 지구상의 기후 변화에 비유했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막을 수 없고, 그 원인과 영향이 전 세계적이어서 통제할 수도 없는 그런 변화 말이다. 결국에 인간은 지구의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기술적 차원의 기후변화까지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을 막을 수는 없고, 다만 인간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제 막을 수 없는 가까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말 없는 마차라고 불렀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말도 없고, 마부도 없는 마차인 셈이다. 이런 텅 빈 마차가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고, 더욱 안전하며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면 사회가 자율주행 자동차를 막을 명분이 있을까. 그런데 상상하기를 어느 날 갑자기 연료비가 오르자 무인 자동차 택시들이 스스로 주행 거리당 요금을 인상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이 결정에 따라야 할까. 인간이 결정하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운행비용을 실시간 파악해 최적 요금을 산정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고 택시 회사 간에 저가 경쟁하는 구조라면 그 반대로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가능하다. 인간의 결정 없이 요금을 변경할 수 없게 프로그래밍하는 것 역시 우리 사회가 기술을 통제하는 한 방식이기 때문에 그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아주 밝다고 확신한다. 다만, 그 기술이 제대로 통제된다는 전제 아래서다.

저자는 인공지능은 큰 부를 가져온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그 이익이 누구의 것인지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그 이익은 사회로 환원되기 보다는 그 시스템의 주인, 곧 자본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 이익이 사회로 환원되려면 일단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얻는 이익에 과세해야 하고, 그 돈을 기본소득 같은 방식으로 모두에게 분배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평범한 사람들도 로봇을 가질 여유가 생길지 모른다. 이런 지난한 사회적 합의 없이 기술 자체가 어떤 긍정적인 미래를 보장해 준다는 말은 환상에 불과하다. 조금만 현실을 돌아보자. 우리 사회는 원자력 기술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는가. 또는 미래에 인공지능 시스템의 주인이 될 대자본을 통제하고 있는가. 통제는커녕 그 손아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중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어쩌면 “인간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는 이상 ‘사회’는 여전히 필요하다. 그 사회가 붕괴된다면 이익을 위해 프로그래밍된 시스템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릴 수 있다. 현 세대 또는 자녀 세대가 맞이할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한 전략과 더불어 더 건강한 민주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변구
출판 노동자, 파주에 있는 출판사에서 십여 년째 어린이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올해 딸이 태어난 새내기 아빠랍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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