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박홍기

가시나’가 욕이라고

- 박춘식


초등학교 다닐 때

내 종아리는 엄마의 전유물이었다


‘가시나’ 하고 말하면 욕이라고

천주님에게 죄를 짓는다고

벌건 회초리 그림을 그렸다

‘개새끼’ 또는 ‘이 자식’이라고 하면

그날은 방방 울고 엉엉엉 빌어야 했다

그런데 요즘 ‘가시나’들이 자주 보여

60년 동안 못했던 ‘가시나’ 욕설이

천주님 앞에서도 저절로 튀어 나온다

걱정이다

엄마의 어둑한 부엌 앞에

슬픈 회초리가 멀거니 나를 바라보고 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4월 18일 월요일)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말씨가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모든 이들이 경험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요한 복음서의 첫 구절 ‘말씀’의 의미는 곧 하느님과 직결되는 심원한 표현입니다. 그리스말 로고스(Logos)는 진리, 이성, 논리, 언어, 법칙, 관계, 설명 등등 매우 깊은 말인데, 요한 복음서에서는 말씀(Verbum)이라고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말씀이시다’라는 표현은 외형적인 모습으로 단순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말씀’은 무한한 힘, 사랑, 빛, 구원, 평화, 희망 등등 깊은 뜻이 있습니다. 한 말씀 하시면 다 이루어지는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불완전한 말을 하면서 하느님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중심으로 언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교육자, 예술인, 종교인, 경제인, 정치까들이 이기적인 입으로 말하지 않고, 깊은 마음으로 말하는 나라가 있다면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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