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박홍기

하느님의 안경

 -  박춘식

시골 성당 울타리

샛노란 개나리꽃 안에서

하느님의 눈동자가 반짝하여

감탄, 이내 눈인사로 꾸벅거린다


성당에 들어서니

화병의 목련꽃이 환하여 다가가 본다

허억

하느님이 안경 쓰고 계신다

그새 시력이 떨어지셨나

만져 보니 종이꽃이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4월 4일 월요일)


프란치스코 성인의 자연 친화 모습은 누구에게든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새들과 노래하고 늑대를 친구로 만나시는 성인의 삶은 거룩한 시편의 생생한 화면처럼 느껴집니다. 남보다 자연을 많이 사랑하였던 성인들의 전기에 꽃 안에서 하느님 모습을 자주 느끼거나 꽃들과 함께 기도하는 기록이 있는 듯합니다. 자연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일은, 믿음 깊으신 분들의 체험으로도 자주 전해 듣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맑은 물에만 계시고, 구정물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여기는 분도 계시리라 여깁니다. 저의 작은 느낌으로, 자갈길 쓰레기통 세차장 절름발이 골목길 같은 곳에도 하느님께서 더 가까이 계신다고 생각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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