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해발 9000미터

- 박춘식


몽골 초원에서 인도로 날아가는

쇠재두루미는

히말라야의 냉기류를 뚫어야 한다


천사들이 만든 동영상인 듯

해발 9000미터에서

두 날개로 끊임없이 기도하며

삼각 화살표를 그린다

그때 쇠재두루미들의 심장 박동은

성당 종소리처럼 태산을 어루만지면서

고풍(高風)으로 찬미의 합창을 부르고 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4월 11일 월요일)


참새의 심장이 얼마나 큰지 모르지만, 어릴 때 손 안에 잡힌 참새의 할딱거리는 진동은 온몸으로 느낄 만큼 콩콩거렸습니다. 새들이 하늘을 날 때 그들의 심장 박동이 얼마나 위대하고 얼마나 진솔한지, 경건한 자세로 묵상하고 싶습니다. 철 따라 이동하는 새들이지만, 쇠재두루미들이 히말라야를 넘어갈 때는 그 심장 박동이 어떤 새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께 열정의 노래를 바칠 때는, 히말라야 백설 산봉우리 위를 나는 쇠재두루미들의 심장을 생각해야지 하고 다짐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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