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요한 사도와 함께 있는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 프라 안젤리코.(?1400-1455)

성금요일의 일기

- 박춘식


요한의 부축으로 들어오는 어머니께

공포에 짓눌린 은신처의 사도들이 읍한다

불안 절망 비통함 침묵

도망갔던 사도들이 요한에게 조용조용 묻는다

골고타의 모든 일이 궁금하다면서 묻는다

요한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 베로니카의 참담한 몸부림

- 뼈마디 부서지는 망치 소리

- 오른편 죄수를 용서하심

- 어머니를 잘 모시라

- 론지노의 창날

- 십자가 지고 오르시면서 세 번 넘어지심

그때 베드로는 밖으로 나가

땅을 껴안고 끄윽끄윽 온몸으로 통곡한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3월 21일 월요일)


성주간의 정점은 성금요일입니다. 죽음이란 정점 위에서 눈부신 빛으로 부활하신 주님은 매일 저희 마음 안에서 부활하시기를 바라십니다. 십자가와 부활, 이 두 단어를 위하여 73권의 성경이 있다고 생각하여도 좋을 듯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이란 두 단어 안에 숨어 있는 글자는 ‘하느님의 무한 사랑’입니다. 사랑의 표현이 이처럼 장엄하면서도 극적인 사건은 세상 다시없을 것입니다. 사순절의 9부 능선을 묵묵히 거룩히 보내시기 바랍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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