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

세상이 어수선하다. 어쩌면 세상의 어수선함은 예수 시대에도 그러했던 것 같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끝에 원로 사제께 조언을 구했더니 로마서 12장에 답이 있다고 하셨다. 로마서 12장을 읽고 또 읽었다.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 열성을 줄지 않게 하고 마음이 성령으로 타오르게 하여 주님을 섬기십시오.... 악에 굴복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

벌어지는 상황과 사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서도 묵묵하게 당신의 일을 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에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변화가 너무 작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소리쳐 보지만, 그럼에도 동토는 녹고 새싹이 돋는다. 그것으로 주님께서 말씀하고 계시는 듯하다. “이제 싹이 틀 것이다. 이제 곧 움이 트고 가지가 뻗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라고 이 봄 풀꽃의 아름다움으로 보여 주신다.

요즘 나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묵상 주제는 “인권이 무엇인가? 그리고 평화란 무엇인가?”다. 물론 사전적 의미는 간단하게 정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에게 그리고 지금 여기 이 세상에 어떻게 임하며, 앞으로 어떻게 자리 잡아 가야 하는가가 새로운 소임지에 와서 더욱 절실해진 과제다. 생태적인 것에 더 가슴이 뛰고, 마음이 설레고 자연 안에서 위로와 힘을 얻지만 그 또한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생명이 내 안에 존재하고 그로 인해 생존하고 생활하고 있으니 당연하고 마땅히 해야 할 고민이리라 여겨 보면서....

ⓒ박홍기

세월호 2주기가 다가오고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자리매김 해야 하는가? 바오로 사도는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자신이 변화되게 하라고 권고한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지금 여기에서 악에 굴복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라고 하신다. 그것은 예수처럼 묵묵히 견디어 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야 부활을 살 수 있다고 말씀하고 계시는 것이다. 열성을 줄지 않게 하고 마음이 성령으로 타오르게 하자! 기운 빠지는 사건과 상황의 소용돌이 속에 있기에 더욱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바라보며 긴 호흡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가 중요하고 그들의 보금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내가 살 곳과 커다란 교회를 짓는 것으로 마치 필요에 응답하고 최선을 다한 듯한 착각과 안도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순간마다 예리하게 성찰하고 분별하며,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우리는 “예수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늘 염두에 두고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상세히 설명하신 것처럼 자신의 행동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부족하면 부족한 것을 인정하면서 열정을 가지고 성령과 함께 매일의 부활을 살아야 할 것이다. 부활은 우리의 희망이고 지금 여기에서 부활하고 계시기에....

지금까지 부드럽고 따뜻한 글로 '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를 맡아 주신 이진영 수녀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이진영 수녀(체칠리아)
광주인권평화재단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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