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하느님께서 너무나 사랑하신 세상, 만족스럽게 보시니 좋게 창조된 세상이 지금은 어떤 모습인가? 예수님의 성탄은 예수님이 세상에 태어나셔서 한 몸을 이루고 일원이 되셔서 변혁을 이루셨듯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의 가족으로 태어남으로써 서로에게 연결되고 투신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연결과 투신은 선택하고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형제요 자매인 미약하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무력한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고 품어야 한다.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주신 메시지다.

성탄 시기를 보내는 우리는 지금 우리 안에 태어나신 예수님과 더불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찬미받으소서” 회칙 제1장을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로 시작하셨다. 그리고 지난 대림절 시작에 자비의 희년을 선포하셨다. 자비의 희년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고 죄의 어둠을 환히 비추는 하느님의 자비를 묵상하면서 우리 모두가 확신에 차고 실효적인 증거자가 될 수 있게 해 주는 시간”으로 삼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셨다. 이는 복음의 핵심인 사람이 되어 오신 그리스도의 신앙이 우리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중심에 다시 자리 잡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지난 8월 1일부터 1박2일 동안 경남 산청 성심원에서 포르티운쿨라 축제에서 합창을 하는 지리산 종교연대의 성직자와 평신도. ⓒ한상봉 주필

하느님은 우리가 자비의 증거자가 될 수 있도록 초대하신다. 예수님께서 육화의 변화로 세상에 구원을 가져오셨듯이 우리는 증거자로서 어떤 변화를 살아야 하는가?

뭔가 변화되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변화를 원한다. 지금보다 더 자유로운 삶, 행복한 삶으로의 변화를 원한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하다. 자유로워질 용기, 평범해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 미움 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을 받을 용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인플루엔셜, 2014)

자유도 행복도 모두 용기의 문제일 뿐 환경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고, 그저 우리 안에 변하고자 하는 용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용기, 미움 받을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우리의 인간관계는 한 순간에 달라지고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올 한 해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메르스, 최근 백남기 임마누엘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진 것 등 여러 사건 사고로 멍든 한 해를 보냈다. 이러한 사회적 어둠과 아픔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하루하루를 살아냈고 앞으로는 어떤 용기를 내며 살아갈 것인가? 용기를 내어 보자. 현재의 세상에 대해서 깨닫고, 우리에게 주어진 중대한 도전 과제를 인식하며 희망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내보자. 밥통에 밥이 되어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여기에 하나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국의 교사가 인디언 마을에 파견을 받아 가르치고 있었다. 어느 날 그 교사는 자신이 가르친 것을 얼마나 아이들이 알고 있는지 시험을 통해 알아보고자 했다. 아이들을 모아 놓고 ‘오늘은 시험을 볼 거야! 시험 볼 수 있는 대형으로 앉아 보자’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둥근 원을 그리고 중앙을 보고 앉더란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교사는 어이없어 하며 “너희들 왜 둥그렇게 앉는 거야? 시험을 보겠다니깐....”하고 말하니 아이들이 이렇게 대답했단다. “어른들이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서로 상의해서 풀어가라고 했어요”라고.

2016년에는 경쟁에 경쟁을 더하는 사회 안에서 마치 이겨야만 잘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내려놓는 용기를 내보면 좋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경쟁의 사회에서 연대의 사회로 옮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내서 점차 변화시켜 갈 때 주님께서 원하시는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되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

 
 

이진영 수녀(체칠리아)
사랑의 씨튼수녀회 수녀
인천새터민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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