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

시인 이문재 님의 시를 소개하고 싶다.

ⓒ박홍기

지금 여기가 맨 앞
- 이문재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지금 여기’가 세상의 가장 정면에 있음을 이토록 분명하게 시어로 표현하고 있음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이문재 님께 상이라도 드려야 하지 않을까?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두 연결되어 있는 고리를 발견한다. 누구도 스스로 완전한 섬이 아니듯 표면에서 떨어져 있지만 깊은 곳에서는 이어져 있다. 시대가 돌아가는 꼴이 마치 끝을 향해 치닫는 것 같아 불안하다. 그렇지만 그 점이 시작이고 희망인 것을 ‘지금 여기’가 맨 앞이고 내가 정면이다. 김영사에서 펴낸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이란 책에서 김하나는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건 이미 당신 안에 있다. Everything you need is already inside.”고 말한다. 부족함이 너무나 많게 느껴지는 자신일지라도 창조주께서는 그 안에 필요한 모든 것을 넣어 두었다. 그것을 꺼내 쓰고 나누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식량이 아니라 남아도는 식량을 굶주리는 이들과 이어 줄 더 나은 아이디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시대의 가장 큰 아픔은 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분배가 이루어진다면 보다 더 많은 이가 행복한 매일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계의 많은 부분을 인간이 독식하고 인간들 중에서도 소수가 재화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어서 문제라는 것을 우리 인간은 또 그 소수는 알고나 있는지....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당신은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가? 그렇다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살아 있다는 것은 뭔가를 변화시키고 전환시킬 힘이 있는 것이다. 스스로가 변환자임을 인식하며 생명의 물을 길어 올려 보자.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다리를 이루며 말이다. ‘지금 여기’가 맨 앞이고 지금여기가 정면이며 ‘지금 여기’가 출발해야 할 곳이다.

 
 

이진영 수녀(체칠리아)
사랑의 씨튼수녀회 수녀
인천새터민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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