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계 총회, 한반도 비핵화, 남북대화 강조

천주교주교회의가 ‘생태환경위원회’를 새로 만들고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주교회의는 3월 14일부터 17일까지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2016년 춘계 정기총회를 마치면서, 생태계 위기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주교회의 차원의 환경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이 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산하에 있던 ‘환경소위원회’를 정평위와 같은 수준의 전국위원회로 격상한 것이다.

▲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2016년 춘계 정기총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강한 기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3월 17일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회 결과를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2015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타결된 파리 기후협정, 한국의 난개발과 환경오염을 볼 때, 천주교도 지구적 생태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활동해야 한다고 모든 주교들이 공감해 생태환경위원회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비핵화, 대화, 인도주의적 지원이 교회 정신”

주교들은 총회 본회의 개막에 앞서 3월 14일 주교 연수에서 ‘한반도 현안 문제와 이에 대한 남북관계의 전망’을 주제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강의를 들었다. 이 주제와 관련해 주교단은 지난 3월 6일 주교회의 민화위와 정평위가 함께 발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호소문’에 적극 공감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가 급박하게 나빠지는 상황에서 두 위원회가 호소문을 발표했지만, 모든 주교들이 동의하는 내용이라고 다시 확인한 것이다.

또 주교들은 2007년 사도좌(교황청) 정기방문 때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비핵화, 대화,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면서, 이것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교회 정신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 밖에도 주교단은 병인순교(박해) 150주년을 맞아 주교회의 명의의 사목교서를 발표하기로 하고 문안을 검토했으며, 주교들이 돈을 모아 만든 ‘착한 사마리아인 기금’으로 해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로 했다.

이번에는 미얀마의 카렌족, 시리아 난민, 방글라데시의 신학교를 돕고, 교황청립 로마 한인 신학원을 통해 아시아의 가난한 지역 사제 양성을 위한 장학금을 보내기로 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소액일 수 있지만 수혜자에게는 거액”이라고 말했다. 주교들은 지난 1월부터 다시 기금을 모으고 있으며, 매년 12월 31일 이를 합산하고 나눌 곳을 정하기로 했다.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가 제출한 개정된 혼인 무효 소송법의 번역문도 승인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자들의 교회 내 혼인무효소송 절차를 간소하게 하도록 2015년 교회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교회법의 한국어판은 주교회의 홈페이지에 실리게 된다.

이번 총회에서 4개 전국위원회 위원장도 바뀌었다. 교육위원회는 정신철 보좌주교(인천교구), 신앙교리위원회는 손희송 보좌주교(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위원회는 조규만 보좌주교(서울대교구),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는 문희종 보좌주교(수원교구)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또 주교회의는 정의철 신부(로마 한인 신학원장)를 시복시성 추진을 위한 로마 주재 청원인으로 임명했다.

오는 11월 28-12월 4일 스리랑카에서 열리는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FABC) 제11차 정기총회에 참석할 한국 대표로는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염수정 추기경, 조환길 대주교, 강우일, 이병호 주교가 선출됐다.

▲ 생태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한국 천주교에서도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2015년 11월 6일 현장 체험을 나선 주교들과 평신도 활동가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을 맨발로 걷고 있는 모습.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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