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 여성의 날 기념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대구에서는 이날을 기념하는 서로 다른 주제의 두 행사가 열렸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청에서는 다자녀 가정, 입양의 경험을 나누고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연이 열렸다.

반면 대구 시내 한복판에서는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을 위한 행사가 있었다.

대구대교구는 8일 교구청 교육관에서 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교구 내 여성 신자를 대상으로 '복음화의 첫 출발, 가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다자녀 가정과 입양 가정의 경험을 가진 신자들이 나와 경험을 나눴다. 조환길 대주교의 주례로 미사를 드리며 행사는 끝났다.

▲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여성의 날을 기념해 '복음화의 첫출발, 가정'을 주제로 행사를 했다. 교구 내 여성 신자 700여 명이 교구청 교육관을 가득 메웠다. ⓒ배선영 기자

천주교 대구대교구 여성위원회 남인숙 위원장은 여성의 날이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왜 가정을 주제로 하냐고 물을 수 있지만 교회의 현안에 맞춰 가정을 주제로 잡았다고 말했다. 남인숙 위원장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여성학 명예교수이며, 대구신학교에서 여성학을 가르치고 있다.

남 위원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여성노동자가 일을 하는 것은 가정과 자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가정을 지키기 위한 뿌리를 신앙에서 찾도록 힘을 주고자 강연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교구에서 많은 여성이 모여 여성의 힘을 나타내는 것도 의미있다고 했다. 이날 여성 신자 700여 명이 교구청 교육관을 가득 메웠다.

한국에서 천주교 교구가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대구대교구가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올해로 3번째다. 2014년 첫해에는 다문화가족 여성, 지난해에는 생명을 주제로 행사를 했다.

강사로 나선 예수의 꽃동네형제회 신상현 수사는 한국 사회에서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며, 높은 이혼율과 자살률, 낙태 그리고 저출산 등을 그 지표로 들었다. 그러면서 결혼, 출산에서 선택권이 있다고 여기는 자유주의가 가정이 무너지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피임, 낙태, 시험관 아기 등이 죽음의 문화라고 비판하며, 출산, 모성애, 가족을 위한 희생 등이 가정 안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대구 시내에서 대구 내 여성, 시민 단체와 진보정당의 주최로 23차 대구여성대회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한편, 대구 시내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행사는 교회의 그것과는 결이 달랐다.

대구 중앙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대구 내 여성, 시민 단체, 진보정당의 주최로 '23차 대구여성대회'가 열렸다. 여성에 대한 폭력, 차별, 비정규직 확산, 이주여성, 성평등한 국회, 탈핵, 한반도 평화 등의 이슈를 바탕으로, 여성의 권리와 정치의식을 자각하고, 성평등을 위해 구체적 실천을 요구하며, 연대하자는 취지다.

대구여성회 신미영 사무처장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에 대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육아휴직을 쓸 수도 없고, 경력 단절로 취업이 어려우며,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당하는데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도로 뒷받침을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많은 이가 아직도 자녀문제 등 집안일을 모두 여성 탓으로 돌린다며, 가정은 여자와 남자가 함께 꾸려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여성회는 성차별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그냥 의사가 아닌) 여의사,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 준다, 오빠가 지켜 줄게'처럼 일상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를 시민에게 설명하고 성평등에 대한 개념을 알렸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여성노동자 1만 5000여 명이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세계 여성대회는 올해로 108회째이며, 매년 3월 8일에는 전세계에서 여성들이 여성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외치며 집회를 열고 행진을 한다. 한국에서는 1985년부터 여성단체들이 연대해 한국여성대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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