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가톨릭의 여자 수도자, 즉 수녀님들은 대부분 머리를 베일로 가리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가리고 있다 보니 그분들의 헤어스타일이 궁금하신 분들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싶습니다. 다행이다 싶은 것은 제가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답을 드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수녀원에 침투하여 엿본 것은 아닙니다.

이모님과 친누님을 수녀님으로 둔 덕에, 이분들이 휴가를 나왔을 때 불편한 베일을 벗고 간편한 활동모를 쓴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모자의 형태는 유럽의 여인들이 집이나 밭에서 일할 때 쓰던 두건을 상상해 보시면 됩니다. 챙이 없고 머리카락만 모아서 가리고 묶을 수 있는 천입니다.

그 외에도 제가 지니고 있는 수도사제라는 신분상의 특이성을 이용해서 수녀원의 지원/청원소, 수련소 등을 방문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그런 때를 이용하여 확인한 것은 수녀님들이 세속과 거리를 두기 위해 비구니 스님들과 같은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수녀님들은 머리를 삭발하는 대신 그 위에 베일을 쓰고 살아간다는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듯 한데, 그것은 억측이라고 말씀 드려야겠습니다. 혹은 그것과는 반대로 베일의 길이만큼 긴 머리도 아닙니다. 좀 더 진실에 가까운 말씀을 드리자면 베일 속의 머리는 사실상 단발입니다.

▲ 2015년 11월 16일 광주 염주동 성당에서 '봉헌생활의 해'를 맞아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수녀들. ⓒ배선영 기자

여자 수도자들에게 베일, 곧 머릿수건은 그 자체가 세속과 인연을 끊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온전히 투신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여인이 보여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긴 머리를 가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혼식에서 신부가 베일을 쓰듯, 그리스도의 정배가 된 모습이 수녀님들의 베일이 담고 있는 뜻이기도 합니다.

좀 더 넓게는, 여자는 머리를 가리고 기도하라는 바오로 사도의 권고(1고린 11,3-5 참조)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바오로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어떤 문화적 배경에 의한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미사포는 왜 쓰며, 꼭 써야 할까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여자 수도자들이 쓰는 베일의 색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흰색과 검정색이 있는데 그 구분은 흔히 양성 단계에 의한 것입니다. 보통 수련자들과 같이 기초적 양성을 받는 이들이 흰색을 쓰고, 서원을 한 수녀님들이 검정색 베일을 씁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계절이나 사목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수도회가 어떤 색의 복장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색깔은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베일 밑으로 머리카락이 어수선하게 날리지 않도록 단발로 자른 머리는 머리핀이나 머리 고정을 위한 두건 등을 사용해 가지런히 모아 두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수녀회는 현대에 들어서도 하나가 아니라 두 겹을 써야 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한 겹으로 족하다는 합의를 본 것이 얼마 안 된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와는 완전 반대로, 아예 수녀회의 통일된 복장을 포기한 수녀회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여자 수도자들은 수도복을 입어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파견되는 현장에 더욱 깊이 있게 일치하려는 시도의 결과였습니다. 그분들은 보통 단발머리에 검소한 일상복을 입고 활동합니다. 대신 소속 수도회를 알려 주는 십자가나 특정한 표식을 복장 위에 달고 있습니다.

여성 수도자들의 헤어스타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리스도를 위해 온전히 삶을 봉헌하려는 마음이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각자, 남들이 쉽게 알아보지 못하지만 각자의 특별한 표현법을 찾아보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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