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영성체를 하고 나서 성체를 입 안에서 어찌 배려해야 하는지를 물어 오시는 분들이 꾸준히 있습니다. 성체를 모시는 구체적 방법에 관한 질문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씹어 삼키는 겁니까? 아니면, 침으로 녹여야 하나요?” 입니다.

교회법전에는 영성체를 하는 물리적 방식에 대한 법규는 없습니다. 마음가짐과 연관된 지침이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법전에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지존한 제헌 거행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지극한 정성으로 자주 이 성사를 배령하며 최상의 흠숭으로 경배하면서 지성한 성찬(성체)에 최고의 존경을 드려야 한다(교회법 898조)”는 정도로만 나와 있습니다.

▲ 성반 위에 있는 성체.(사진 출처 = www.flickr.com)

이 항목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응답하려 했던 해석이 성체는 씹을 수 없다는 식으로 이어진 듯합니다. 그래서 좀 엄격하신 교리교사로부터 교리를 배우신 분들은 성체를 받아 모시고, 자리에 돌아가 조용히 주님과의 일치를 마음에 새기며 그 사이에 성체를 침으로 녹여 삼켜야 한다고 들으셨을 겁니다. 우리의 상상력으로 그려 볼 때, 씹어서 삼키는 것은 주님이 너무 아파하실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 묻는다면, 영성체를 씹어서 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미사 때 잠자코 눈을 감고만 계시지 않는 분들은 목격하셨을 겁니다. 주례 사제가 성체를 씹어서 삼키고 성혈을 마시는 모습을 말입니다. 그는 사제라서 그렇게 성체를 모실까요? 그리스도의 삶을 더욱 본받아 살아가라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예수님의 거룩한 몸을 그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건가요?

사제는 자신이 성체를 영한 뒤에 바로 이어서 성체를 신자들에게 나눠 줘야 하기에 천천히 침으로 녹일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봐줘야 한다고 말씀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교회법을 통해 본다면, 그런 답은 뚜렷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합니다. ‘최고의 존경’을 꼭 천천히 녹여 먹는 태도로 표현해야 한다면, 신자들이 기다리면 됩니다. 더불어 성체 성가도 영성체 시작과 맞춰 바로 시작하지 말고, 미사 참례한 이들이 대부분 성체를 침으로 녹여 삼킨 뒤에야 노래를 시작해야 바람직하겠습니다. 입 안에 성체가 남아 있는데 노래 부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불편한 상황에 짜증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성체를 씹어서 영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신 주님께서 영성체 방식 때문에 우리와 당신의 일치에 장애가 생긴다고 생각하실 리 없습니다. 당신과 일치한 우리가, 넘어진 사람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갇힌 이들을 방문하고, 병자를 위로하며, 지금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어 주고, 비 맞고 서 있는 친구와 함께 비를 맞아 준다면 그로써 최고의 존경을 받으셨다고 기뻐하실 것입니다.

영성체를 통해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한다는 믿음에는 예수님이 보여 주신 삶의 태도로 변화되는 것까지 포함된 믿음이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 인간의 몸을 취하셨다는 것은, 우리가 이 몸을 통해 하느님의 일을 행하여야 함을 뜻합니다. 위로를 주고, 존엄함을 되찾아야 할 몸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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