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예비자 교리 기간이 본당마다 다른 것 같은데 왜 그렇죠?

천주교 신자가 되려면 아시다시피 예비자 교리를 받아야 합니다. 통상 예비자 교리 교육기간은 보통 6달에서 일 년 정도입니다.

지인 한 분이 길을 지나가다가 어느 본당의 예비신자 모집 현수막을 보고는 갑자기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자신은 거의 일 년 동안 교리를 배웠건만 그 본당의 예비자 교리 기간은 6개월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랍니다.

기간이 어찌 이리 차이가 나냐고 묻는 분들이 제 지인만은 아닙니다. 음.... 누누이 말씀드렸다시피 본당에서 벌이는 다양한 사목에 대한 결정은 본당 사제가 할 수 있습니다. 본당의 분위기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서 말입니다.

더불어 본당 신자들의 일반적 상황만 아니라, 종종 세례를 받아야 하는 개인의 처지를 고려해서 기간이 조정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혼인성사 날짜는 잡혀 있는데, 혼인까지 남은 기간이 6개월이 안 되지만, 가능하면 신랑과 신부가 모두 신자로서 이루어지는 성사혼을 바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본당 사제가 비신자인 쪽의 의사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결혼 뒤에도 부부가 함께 신앙생활을 꾸준히 지속한다는 뜻이 확인되면 본당 사제의 재량에 따라 짧은 기간 동안 기본적 교리를 알려준 뒤, 세례를 줄 수도 있습니다.

▲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는 모습.(사진 출처 = www.flickr.com)

간단히 말해서, 오늘날 교리서의 표준인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기준으로 할 때, 특수 상황을 고려해서 새 신자가 알아야 할 교리 교안을 작성해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무래도 주어진 기간이 충분할수록 교리가 깊이 있고 풍성해지겠지요.

전체 기간이 6달이라고 해도, 질을 높이고 싶다면, 한 번 교리를 할 때 시간을 한 시간이 아니라 두 시간 정도로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리 기간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교리 공부를 하는 동안 교회가 예비 신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미사 참례를 하도록 요청하는 시간이라는 점입니다.

각 본당은 교리를 받은 이들이 단순히 교리만 받도록 놔 두지 않습니다. 교리를 받는 기간 동안 주일미사에 계속 나오도록 초대합니다. 미사, 곧 성체 성사가 어떤 구조와 순서로 진행되고 있는지 몸소 익힐 수 있도록 이끄는 교리 수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미사에 익숙해지는 것은 가톨릭 신자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니 교리기간이 짧은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세례를 받고도 미사에 익숙해지는 데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면, 교리기간이 길긴 했지만, 그 사이에 충분히 미사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미사에 열심히 나오다 보면 신자들이 알아야 할 교회의 주요 기도문들이 어렵지 않게 입에서 흘러 나옵니다.

그럼에도 바쁜 일상을 감안하면, 기간이 짧은 쪽에 끌리긴 합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잘 따져 물어야겠습니다. 나는 세례를 진정 받고자 하는가? 규칙적으로 교리 시간에 맞춰 나올 수 있는가? 만약 세례에 대한 원의가 분명한데 규칙적으로 시간을 못 낼 상황이라면 인터넷 교리 등을 통해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대안을 찾기가 마땅치 않은 특수한 경우라면, 본당 사제를 찾아가 상의해 보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세례증명을 발급해 줄 수 있는 곳이 각 본당이고, 그 본당 운영을 책임지는 담당 사제가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을 조언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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