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뜻에 맡겨진 상황"

1월 12일, 농민 백남기 씨(임마누엘, 68)가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지 60일째다.

백 씨는 사건이 일어난 11월 14일 의식을 잃은 뒤 거의 같은 상태라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말이다. 한 가톨릭농민회 실무자는 백 씨가 "자가호흡(자발호흡)이 안 돼서 인공호흡으로 이어 가고 있다"면서, 가족들도 하느님의 뜻에 맡겨진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가톨릭농민회(가농)는 백남기 씨가 입원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 농성 천막을 치고 '국가폭력 재발방지, 강신명 경찰청장 파면,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백 씨가 쓰러진 민중총궐기대회가 내건 구호 중 하나였던 '쌀값 보장'도 요구 사항에 포함돼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오후 4시에 백 씨의 회복과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하는 미사도 봉헌된다.

▲ 1월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 백남기 씨 물대포 진압 사건으로 차려진 농성 천막이 있다. ⓒ강한 기자

앞서 가농은 2015년 11월 16일과 12월 10일 전국 상임위 결정으로 백남기 씨에 대한 '국가폭력사건'의 해결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가농의 소명이라고 판단하고, 전국본부의 기존업무를 대부분 멈추고 백 씨 사건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12일 오후 서울대병원 앞 농성 천막에서 만난 정현찬 가농 회장은 흰 수염이 턱을 덮은 얼굴이었다. 정 회장은 며칠 전 백남기 씨에게 병문안을 다녀왔다며, "현재는 전혀 차도가 없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정 회장은 여러 농민단체들이 함께 서울대병원 앞 농성장을 꾸리고 있고, 병원비를 비롯한 백남기 씨의 입원, 백 씨 가족들의 대외 관계 통로 역할을 가농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월 8일 손영준 가농 사무총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에서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원칙은 “국가배상을 받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톨릭농민회와 대책위는 백 씨의 가족이 병원비 때문에 고통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서 모금을 진행해 왔다.

▲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 ⓒ강한 기자
한편, 정현찬 회장은 1월 20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2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29일 가톨릭농민회 총회가 열린다며, 총회에서 모든 회원의 결의를 새롭게 모으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총회 뒤에 백남기 씨의 고향인 전남 보성부터 서울까지 걸어 올라오면서 홍보 활동을 벌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처음에는 백 씨 사건 대응에 120여 개 단체가 참여했지만 지금은 농민 중심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한일 위안부 회담 등의 새로운 현안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천주교 신자들이 백 씨 사건 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기도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을 백남기 동지 한 사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되고, 힘없는 농민, 노동자가 공권력에 의해 당할 때는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백남기 씨는 2015년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중태다. 이에 대해 가족과 농민단체는 강신명 경찰청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 현장지휘관을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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