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폭력을 고발하는 전국 시국미사 봉헌

“우리는 늘 기억하고, 매일 기도하며, 계속해서 외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 불통, 무책임을 따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날까지 계속할 것이며, 불의한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일을 오늘 시작합니다.”

12월 28일 ‘정부의 폭력을 고발하는 전국 동시다발 시국미사’가 전국 10개 지역에서 봉헌된 가운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도 서울, 의정부, 대전, 대구교구 사제단과 신자, 수도자 800여 명이 참여해 미사를 봉헌했다.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연합, 남녀 수도회,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등이 마련하고 전국 13개 교구가 함께 미사를 봉헌한 12월 28일은, 백남기 농민이 투병한 지 45일, 아기 예수를 대신해 죽었던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축일이었다. 이 미사는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 경당에서도 같은 날 봉헌됐다.

▲ 12월 28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4개 교구와 남녀 수도회가 참여하는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서는 ‘현 정부의 국가폭력을 고발하는 전국의 모든 신앙인들’의 이름으로 성명서가 발표됐다.

이들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정부의 폭력은 반인륜적 폭거이며 국민을 상대로 한 국가의 잔인한 폭력이라고 규정하고, “경찰의 폭력 역시 과거 독재 권력이 저지른 만행에 지나지 않으며, 만행의 결과는 정권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어린 예수를 대신해 국가 폭력에 희생된 베들레헴의 아기들은 바로 이 시대의 농민, 노동자, 가난한 사람들이라면서, “헤로데가 두려워 한 사람이 어린 아기예수였듯이 박근혜 정권이 두려워하는 사람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우리 민중일 것”이라며, 교회는 세상 끝날까지 기억하고 기도할 것이며, 불의한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사에 참석한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은 11월 14일 물대포를 쏜 경찰이 특진을 했다는 것과 밥쌀용 쌀 3만 톤이 들어올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벌을 줘야 할 사람에게 상을 주는 정부에 분노한다”며, “돈이 되는 것이라면 검증되지 않은 농축산물을 들여와 국민에게 먹이는 정부가 바로 매국노이며, 우리 농산물을 버린 이 정권은 이 땅의 심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정권이 농민을 짓밟아도 들불처럼 들고 일어나는 국민의 정신까지 짓밟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우리 농민들은 국민의 먹을 거리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농사를 지을 것이며, 백남기를 살리고 농민을 살리는 길, 이 땅의 심장을 지키는 일에 국민들이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미사 강론을 맡은 조해인 신부(의정부교구)는 기억과 연대, 저항, 죄를 드러내고 증거할 신앙인들의 소명을 강조하면서, “하느님을 닮은 인간은 폭력에 의해 길들여질 수 없고, 죽일 수는 있어도 지배할 수 없다”며, “예수가 권력에 대한 승리자가 아니라 희생자였으며, 진실과 정의는 희생자의 편이라는 신앙의 역설을 확인하고, 이 시대의 징표를 통해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자”고 말했다.

조 신부는 대한민국 전체가 폭력과 독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기억하고 그 폭력의 죄를 드러내지 않으면 그 폭력이 더 깊어지기 때문에 더욱 기억하고 연대해야 한다면서, “어둠과 같은 겨울에 구멍을 내고 뚫고 나오는 송곳 같은 우리가 되자”고 말했다.

대구에서 미사를 참여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을 찾은 서재학 씨는 “이 사태를 절대 잊으면 안된다”면서, “처음에 사건을 접했을 때, 정말 충격이었다. 구하러 간 사람들에게까지 쏘는 것을 보면서, 과거 박정희 정권이 다시 살아난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면서, “국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이겨 낼 수 있다. 이 시국을 견뎌내는 농민들에 감사하고, 이 땅의 농민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또 미사에 참석한 이창호 씨는 경찰의 특진 소식에 놀라며, “사람이라면 사과부터 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승진이 말이 되는가”라고 되물으면서, “책임 있는 경찰이 사과하고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경찰이 정상적인 그들의 역할을 하도록 촉구하는 일을 계속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 이날 미사에는 50여 명의 사제단과 800여 명의 신자, 수도자가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안동교구 목성동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미사에 참여한 진상국 회장(안동가농 쌍호분회)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정부의 행위는 독재 권력의 징표이며, 우리도 백남기라는 생각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쌀값은 이미 80킬로그램 한 가마에 10만 원에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됐고, 올해 농업 예산도 15조에서 14조 3000억 원으로 낮췄다면서, “총체적으로 모든 농민들이 암울하다. 그럼에도 언론은 물론 어느 누구도 농민 현실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회장은 온갖 국방비리에도 국방예산은 43조인데, 농업 예산에 5조만 더해도 농산물을 사 줄 수 있다면서, “가톨릭농민회는 다행히 우리농과 생협을 통해 출하할 수 있었지만, 다른 농민들을 생각하면 다행이라기보다 오히려 부끄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끊임없이 수탈당하는 현실을 농민 자체로는 어쩔 수 없다. 노령화된 농민들은 그나마 삶을 정리하는 단계지만, 남은 후세들이 안타깝다”면서, “백남기가 민중들에게 큰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건을 통해서 저항의 부활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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