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

지금 현재까지 지구와 다른 행성들을 구별하는 결정적 요소는 물이다. 지구, 혹은 가이아는 물에서 창조되어 물을 통해 유지된다. 물은 형상이 없어 보이나, 만물에 형상을 부여한다. 물이 없다면 모든 것은 형상이 없이 흩어진 가루처럼 보일 것이다. 물은 생명과 역사의 처음과 끝에 존재한다.

물은 사전에서 이렇게 설명된다. 표준 조건(상온 1기압)에서 무색이며 투명하고, 맛이나 냄새가 없는 액체 상태의 물질이다. 화학적으로 물 분자는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하나의 산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화학식은 H2O다.

천연으로는 바닷물, 강물, 지하수, 우물물, 빗물, 온천수, 수증기, 눈, 얼음 등으로 곳곳마다 있다. 통상 고체 상태인 것을 얼음, 기체 상태인 것을 수증기라고 부르며, 지구의 지각이 형성된 이래 물은 고체이자 액체이자 기체로 변화하는 물질로, 태고부터 우리가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로부터 정보를 운반해 주는 소우주라고 할 수 있다. 물은 지구 모든 곳에 존재하며 만물의 내부에 존재한다.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로, 지표면의 70퍼센트 정도를 덮고 있으며 물은 바다, 빙원, 호소, 하천의 형태로 지구표면을 차지한다. 이를 지표수라고 부른다.

이 물을 모두 합하면 약 13억 3000만 세제곱킬로미터에 이른다. 또, 지구 내부의 흙이나 바위 속에 스며 있거나 지하수의 상태로 약 820만 세제곱킬로미터가 존재한다. 이중에 3퍼센트가 민물이며 육상생물은 민물에 의존해 살아간다.

지구의 70퍼센트가 물이고 인간의 70퍼센트가 물이다. 마찬가지로 대부분 동식물의 몸체는 물로 이뤄져 있다. 마치 쌀에 물을 넣어 밥을 만들면 딱딱하고 작은 쌀이 부드럽고 탄력 있는 큰 밥알이 되고, 그 밥알에 물이 들어 있는 것처럼 몸속에 많은 물이 세포 속에 퍼져 있다.

또한, 물은 만물에게 형상을 부여하고 돌고 도는 흐름이 있으며 생명을 존재하게 한다. 그리고 만물에 힘과 에너지를 부여한다. 이 시대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흐르게 했던 창조의 영성을 단절시키고 소통을 막아, 만물의 흐름을 고이게 하여 썩게 만드는 데 있다. 계속되는 상변화(기체-액체-고체)를 통해 흐르고 흘러가는 것이 물의 본질이며 만물을 순환하게 하여 생동케 하고 생존케 한다.

강원도 양양군의 남대천.(사진 출처 = 양양군 홈페이지)

분단 70년, 광복70년을 맞는 오늘의 한반도! 백두산 천지의 물이 남으로 흘러 바다를 이루고 남대천(강원도 양양군을 흐르는 하천) 실개천이 북으로 흘러 바다에서 만나듯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방법의 소통을 기다린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한 겨울 고체(얼음)로 멈춰도 그 아래 생명이 살게 한다. 우리가 물과 같이 외부의 어려운 환경이나 외압에도 꺾이지 않고 생명을 부여하고, 생존하게 하는 열린 존재로 통교해 나아간다면 통일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

물이 멈추면 생명이 멈춘다. 물이 나에게 와서는 내가 되고, 풀에게 가서는 풀이 되며, 바위에게 가서는 바위가 되고, 하늘로 가서는 구름이 된다.

자기를 고집하지 않고 예수님처럼 자기를 낮추어서 세상 온 만물을 살리는 힘이 되는 것처럼, 우리도 부드럽게 돌아서 하느님의 살리는 힘으로 산다면, 더욱 아름답고 충만한 세상이 되리라 믿는다.
 

 
 

이진영 수녀(체칠리아)
사랑의 씨튼수녀회 수녀
인천새터민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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