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

지난 11월 14일 아파하는 땅을 지키며 묵묵히 삶으로 투신하며 살아온 농민 백남기 님이 직사로 쏘아댄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고 병상에 계신다. 가톨릭농민회와의 인연으로 알게 된 그분은 참으로 맑고 의지가 강한 분이셨다. 그리고 더없는 부드러움을 품고 계신 분! 막내딸의 이름을 민주화라고 할 만큼 민주를 사랑하고 몸으로 투쟁하며 가꾸시는 분! 5.18민주항쟁 유공자이시면서도 끝까지 보상을 거부하고 살아남은 자는 말이 없다신 분! 그분을 침상에 눕힌 이들이 어떠한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디 그뿐이겠는가? 매 순간마다 억압과 고통으로 아파하는 이들이 있다. 생태적 불평등으로 파생된 기후난민이 2만 5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공동의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으로 현재의 성찰을 촉구한다.

주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똑똑히 바라보자! 하느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았다고 하신 이 세상이다. 여기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결단코 분명히 보아야 한다. 우리가 올바로 바라보고 인식하고 진정한 의미의 성찰을 할 때 비로소 그 다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활동의 노선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은 우주적으로 하되 실천은 지구적, 지역적으로 나부터 하라고 했다. 지금 여기, 지금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의 올바른 인식과 시선으로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때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고 헤쳐 나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 향나무.(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park4642109/220386858200)

‘찬미받으소서’의 마지막에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가난한 이들과 이 땅이 절규하고 있나이다’ 하시며 권력과 재물을 소유한 이들을 깨우쳐 주시어 무관심의 죄를 짓지 않게 해 주시라고 호소하신다. 가난한 이들이, 이 땅이 절규하고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 외치고, 또 비에 젖어 대포를 맞아 가며 외치고 있다. 이 땅에 정의는 도대체 어디로 숨어 버렸다는 말인가?

가난한 사람들이 생태문제에 있어서도 가장 먼저 피해자라는 현실을 깊이 인식하라고 촉구하는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통한 교종의 말씀이 이 시대에 위로와 위안이 된다. 그러나, 참 좋은 문헌 하나 나왔다며 마치 뭔가를 뿌듯하게 해 놓은 것처럼 책꽂이에 꽂아 두고 위안을 삼고만 있지 않을까 두렵다.

“향나무는 자신을 찍은 도끼에게도 향기를 나누어 줍니다.”라는 말이 있다. 문득 눈에 띄는 말이 있어 주워 담았다. 누가 쓴 말인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 문구가 지난 몇 주간 내게 화두가 되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나를 찍어대는 도끼! 그 도끼에게 나는 어떤 태도로 대항하고 있는가? 다시 한 번 되뇌어 본다. 짙은 향기로 본질을 품어 내며 나누고 있는가?

 
 

이진영 수녀(체칠리아)
사랑의 씨튼수녀회 수녀
인천새터민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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