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이번 칼럼 내용에서 다른 종단 상황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필자의 요청에 따라 수정된 내용으로 다시 싣습니다. - 편집자 주 -

음.... 이런 질문이 진작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선 순위에서 미뤄 두었던 까닭은 여러분이 대신 답을 해 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질문에 답을 한다고 해서 여러분, 특히 여성 독자 분들의 속이 풀리지는 않을 거 같군요.

제가 아는 한, 여성이 사제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성서적 근거는 보이질 않습니다. 성경 텍스트상에 하지 말라고 명시된 것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여성 판관이며 예언자였던 드보라(판관 4,4), 미르얌(탈출 15,20)이나 한나(루카 2,36)와 같은 여성 예언자가 있었다는 점은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런 근거도 확실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예언자가 반드시 제관의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면 말입니다.

▲ 예수의 수난 전날 제자가 모두 모여 식사하는 장면을 묘사한 '최후의 만찬', 엘 그레코.(1568)

그러니까 신구약 성경을 꼼꼼히 살펴봐도 뚜렷하게 제례를 수행하는 여성 사제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톨릭에서 여성 사제가 없는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교가 유다교 전통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가톨릭은, 거룩한 전승이라는 맥락에서 그런 문화적 배경을 그대로 이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약의 레위 가문은 전통적으로 사제직을 세습했고, 이 사제직은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전해지게 된 것입니다. “아들”을, “딸”을 포함한 자손의 개념으로 확대해석하지 않은 것이지요.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예수님께서 여성을 당신 사도 중에 넣지 않으셨다는 점입니다. 어떤 성경학자는 요한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제자"가 여자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요한 복음의 저자와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제자는 동일 인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사도가 여자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 한계입니다. 어찌하여 하느님께서는 남자 사람으로 이 세상에 오셨을까? 그 많은 장소들 중에서 사람이 되시려고 선택한 곳을 유다 지방 베들레헴으로 잡으셨을까?와 같은 류의 질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어찌하여 예수님은 그 많은 여성 제자들 중에서 여성을 사도로 뽑지 않으셨을까요?

결국, 예수님께서도 당신이 그 안에서 성장하신, 유대 문화를 존중하셨던 모양입니다. 여성을 최측근인 사도 그룹 안으로 부르시진 않았다는 사실을 통해 예수님의 의중을 헤아려 보자는 것이 여성 사제 반대론의 기본 입장인 셈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성경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통해 예수님께서 (일단은) 여성의 사제직을 허락하지 않으신 것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이어져 온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