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 교수, "특정 사관 주입은 파시즘"
“역사 교육에서 특정 집단의 애국심을 강조하고 특정 사관을 주입하는 것은 파시즘이죠.”
인터뷰를 위해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 만난 원로 사학자 조광 교수는 “40년 전, 유신 초기 국정교과서 추진 때부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며 입을 열었다. 한국 역사교과서는 놀랍게도 1974년부터 2010년까지 36년간 국정 교과서로 발행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 연구와 교육을 후퇴시키는 것이고, 불행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조광 교수는 지난 10월 21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규탄하는 원로 사학자들의 기자회견에 참여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역사는 정치 공방과 이념 대결의 대상이 아니라, 연구자들의 다양한 논의의 결과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연구와 교육의 영역을 정치문제화 시킨 것이 박근혜 대통령인 만큼,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국정화, 흑백카메라로 다양한 세상을 찍겠다는 것
“역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되어야 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다양한 색을 가진 세상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컬러사진을 찍는 것과 같아요. 그런데 국정화는 그 다양한 색을 흑백사진으로 찍어 보겠다는 것이죠. 그것도 예술성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 때문에. 국정화는 과거의 역사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루트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역사관을 단순화시키는 문제입니다. 역사관은 세계관, 인생관인데, 그것을 단순화 시키는 것이므로 반대할 수밖에 없어요.”
‘역사’는 다양한 세계를 이해하고 인류가 존중하는 평화, 공존, 인간성의 고양을 추진하는 데 이바지해야 하는 학문이라는 조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국정화 문제는 진영 논리가 아니라 학문의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역사 교육을 특정 애국심 교육으로 후퇴시키려는 것인가. 그것은 파시즘이다. 역사 교육은 역사 학자들에게 맡길 일이고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광 교수는 역사 교육을 통해 특정 집단의 애국심을 강조하는 파시즘적 교육, 나아가 유신 시절의 국민윤리 교육으로 퇴행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역사 교육이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국정화가 아닌 검인정도 거치지 않는 자유발행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학이 갖는 고유한 가치와 기능은 학자들의 공론에 의해 이뤄지고 제시되어야 한다는 그는, “지금처럼 진영논리로 역사학이 흔들리고 정치화 되면,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문제가 될 것이다. 스탈린의 역사, 히틀러의 역사 둘 다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광 교수는 역사 교과서 집필에 역사학자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학자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2010년 유네스코가 발간한 ‘교과서 연구 및 수정 가이드라인’에는 역사교과서 집필에 정치인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지침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는 역사교과서가 정치화되면 폐쇄적인 민족주의가 발동, 국가 간 대립을 조장할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관점 사이의 논의를 통해 진실을 제시하는 역사의 본래 기능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정치가들은 역사에 개입할 것이 아니라 존중해야 한다면서, “국정화는 역사를 국민윤리화 하려는 것인데, 이는 역사학이 가진 특성을 말살하려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정치의 개입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중립성에 대한 도전이며, 헌법적 가치에 대한 도전”이라고 못 박았다.
하나의 교리를 가르치는 가톨릭 교회조차 학문에는 열려 있어
“보수적이라는 비오 10세 교황도 바티칸의 성경 사본을 개신교 신학자들이 열람하도록 허락하기도 했죠. 중요한 건 진리, 진실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가톨릭이든, 개신교이든 구분하지 않은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조광 교수는 정통 교리 외에 다른 교리를 인정하지 않는 가톨릭 교회도 역사를 하나로 규정하지 않는다면서, 교회의 역사관을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역사 신학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제기되고 그 과정에서 학문적 결론에 이르며,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 역사신학의 기본 입장이라며, 과거의 사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한 시대정신이 개입되면서 변화하기 마련이고, 이는 교회사 안에서도 분명히 목격된다고 말했다.
“국정화 추진하는 세력이 오히려 종북”
마지막으로 조광 교수는, 북에 관련된 교과서 분량 문제를 두고도 “논리적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헌법에서 내세우는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과 대결이 아닌 이해를 해야 하고, 그렇다면 지금보다 북한에 대한 서술 분량을 더 늘리고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북에 대한 사진이 1장이니 3장이니 하며, 양으로 내용을 따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마음에 안 들면 검정과정에서 수정할 수 있는데도, 부분적 문제를 들어 전체를 국정화 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부분을 전체로 확대해서 싸잡아 비난하는 논리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국정화를 주장하는 것이 바로 종북주의자들이고 북한과 같이 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애국심을 독점하면 건강한 애국심이 나올 수 있나? 종북으로 가는 것은 오히려 그들”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