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계, “교육, 학문 중립에 위배”
정부가 결국 중,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는 10월 12일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국정’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중, 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 검, 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행정예고 기간은 11월 2일까지인데, 466개 단체가 참여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반대 선언을 한 1200여 개 단체와 6만 8428명의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등 반대 목소리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이들은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필요 이상의 강력한 통제권과 감독권을 갖고 있어 헌법이 강조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김수태 충남대 국사학과 교수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에서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역사학자 전체가 모여서 국정화를 하자는 것이면 몰라도, 국가권력이 나서서 이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어떤 정부든 학문의 자유와 독립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역사학이 ‘독립된 학문의 권위’를 갖지 못하면 ‘이용물’이 될 수 있으며 나라를 위해서도, 학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역사학자들 스스로가 학자의 양심을 갖고 학문적 수준을 높여서 정치권력이든 그 무엇이든 한국사 연구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기존의 검정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서도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잘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종종 지적되어 왔듯이 졸속으로, 겁 없이 쓴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면서, 초, 중, 고등학교 역사 교육이 학생들의 세계관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고 정성스럽게 서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태 교수는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위원인 이광호 ‘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은 역사교과서 단일화는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 소장은 “특정 시각을 바탕으로 사실을 재구성하는 것이 역사이므로, 하나의 역사는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논쟁적인 주제이므로 역사 교육에 의미가 있으며 청소년들의 비판적 사고가 촉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화해 단일화한다면 (역사는) 암기과목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소장은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해 논란을 일으킨 교과서가 학교에서 선택 받지 못하고 도태됐다면서, “이런 시각은 국민들에게 냉정하게 평가 받고 폐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지지 받지 못하는 친일파 등의 역사관을 유일한 국정 교과서로 만들려는 시도로 본다면서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10월 12일 보도자료에서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약칭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끊임없는 사실 오류와 편향성 논란이 제기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다는 것이 이유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구체적 방안으로는 학계 권위와 전문성을 인정받는 우수한 전문가로 집필진을 구성하고, 충분한 합의와 검증을 거친 내용으로 교과서를 구성하며, 외침과 국난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소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책임 편찬 기관은 국사편찬위원회로 하며, 교과서 개발 전 과정에서 단계별 의견 수렴과 검증을 통해 오류, 편향성 시비를 막겠다고 알렸다.
교육부는 ‘중, 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 검, 인정 구분(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11월 2일까지 하고, 5일 이를 고시할 계획이다. 2015년 11월말부터 1년 동안 교과서 집필을 거쳐 2017년 3월 학교 현장에 적용한다는 계획까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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