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움직임에 대해 교회 안의 관련 인사들은 현재의 검인정 체계가 낫다는 의견이다.

최근에는 9월 2일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교사 2254명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및 교육과정 개악에 반대하는 2차 역사교사 선언’을 발표한 데 이어 서울대, 부산대, 연세대 등 교수들과 지방 의회에서도 중단 촉구 결의안이 나오고 있다.

이 논란은 검정 교과서의 ‘사실 오류, 이념 편향’을 문제 삼는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교육부 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발언이 잦아지면서 쟁점이 됐다. 지난 8월 4일 황 장관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교실에서부터 역사에 의해 국민이 분열되지 않도록 (역사를) 하나로 가르쳐야 한다”며 “필요하면 국정화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 역사 관련 전과목은 교육부가 편찬하는 국정도서로 가르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에서는 정부의 검정심사를 통과한 검정도서를 쓰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강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초등학교 5학년 역사 수업을 맡고 있는 임성무 교사(도미니코)는 중, 고교 교과서에 대해 지금의 검정, 인정 교과서 체계를 그대로 두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그는 검인정 제도는 “국가가 최소한의 범위와 서술해야 할 내용을 정해주는 것”으로 “그 집필 기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시각은 다양하게 가질 수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설명했다.

임 교사는 한국은 친일과 독립운동, 민주와 반민주, 친북과 반북 등 갈라지는 구도가 많아서 근현대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하며, 따라서 다양한 역사적 시각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사는 정부가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하나의 해석’을 가르치려 하면 “그 해석을 두고 전쟁터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바뀌면 교과서를 또 바꾸어야 하며, 그에 따라 역사관이 바뀌고 교육이 춤추게 된다”고 걱정했다.

원로 사학자이자 교회사학자인 조광 교수(이냐시오)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더 나아가 가르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에서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검인정마저도 없다”면서 “검인정은 최소한 가르쳐야 할 범위를 정하는 것이라면, 그 범위와 틀도 무너뜨리고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인정은 과도기적 제도로 볼 수 있지만, 국정화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역사관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화는 다양성을 거부하고 국가 차원의 유일한 역사 해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945년 이후 한국의 역사 교과목 발행 체제는 크게 6번 바뀌었다. 가장 최근의 2009 개정 교육과정 하에서는 초등학교 역사교과서는 국정교과서이며, 중고교는 검정 교과서다.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면 ‘초, 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국, 검, 인정 구분고시’가 개정돼야 한다. 9월 23일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해 발표함에 따라, 새로운 ‘교과용도서 국, 검, 인정 구분고시’도 곧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 담당자는 9월 23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통화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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