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축복식, "더 높은 평화 추구"

강정 생명평화 운동의 구심점이 될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가 6800명이나 되는 이들의 참여와 도움 속에 완공되어 축복식을 열고 "더 높은 평화"를 다짐했다.

9월 5일 평화센터 1층에서 열린 축복식에는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문정현 신부, 광주대교구 옥현진 보좌주교를 비롯한 사제 40여 명, 수도자와 제주교구 신자, 강정마을 주민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에 자리잡은 평화센터는 총 면적 748제곱미터에 5층 규모로 카페, 사무실과 전시실, 기도실, 숙소와 식당, 모임방 등으로 구성됐으며, 전시와 문화행사, 평화교육, 영성, 평화활동 공모 사업, 생명평화마을 만들기 사업, 국내외 평화단체와 연대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강정마을)에 자리잡은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정현진 기자

평화센터는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 싸움을 이어 온 전주교구 문정현 신부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옥살이 한 것에 대해 받은 국가배상금으로 땅을 사고, 제주, 전주, 광주교구를 비롯한 각 교구에서 6800여 명이 모금과 후원에 참여한 기금으로 완성됐다. 지난해 9월 29일 기공식을 한 뒤, 올해 6월 말에 완공됐으며, 8월 12일 열린 창립총회에서 강우일 주교가 초대 이사장, 제주교구 고병수 신부가 센터장을 맡았다.

“우리가 전쟁을 긍정하려는 폭력적 심성과 싸우고 평화를 갈구하는 것은 어떤 계층, 민족이든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알아보며, 사람을 이 세상 어떤 존재보다 존중하고 사랑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평화센터가, 어떤 이유가 된다면 전쟁을 해도 좋다는 폭력적 심성과 싸우고, 예수님과 같은 사랑의 심성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참평화를 추구하는 전초기지가 되기를 희망하고 기도합니다.” 

강우일 주교는 축복미사 강론에서 평화센터가 제주 해군기지 완공과 관계없이 하느님의 평화를 지향하고 살기 위해 마련된 곳이며, “평화를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임을 강조했다.

강 주교는 2007년부터 8년여 동안,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성찰하고 반대의사를 밝혀 왔다면서, 2차 대전때 일본의 전초기지화, 4.3사건으로 인한 상처에 이어 해군기지까지 들어서게 된 제주는 수많은 희생을 딛고 참된 평화를 꽃피우는 섬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강 주교는 지난 8년여 동안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외치면서 힘든 싸움을 이어 온 이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면서, “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다 맞고 체포되고 재판받고 벌금을 내고 옥살이를 하면서 몸과 마음이 멍들고 골절되는 아픔을 겪어온 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8년 4개월의 긴 세월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한 강정 주민 모두에게 송구하고 더 가까이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강 주교는 올해 말 해군기지 완공이 예정된 가운데,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라며, “해군기지가 그곳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큰 소리로 온 국민과 세상을 향해 평화가 전쟁준비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호소하고 외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우일 주교는 “우리가 앞으로 싸워야 할 대상은 구럼비를 덮은 콘크리트 덩어리나 무기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이들이 아니라 전쟁을 긍정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 울타리 밖의 인간을 말살해도 좋다는 우리 안의 폭력적 경향과 판단”이라면서, 무기 개발을 위해 국민 대다수의 가난과 복지를 담보 삼아 전쟁 준비를 하고,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심성을 국가 안보라는 이념으로 포장하는 세력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 9월 5일 오전, 강정마을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축복미사. ⓒ정현진 기자

축복미사에 참석한 광주대교구 옥현진 주교는 주교 서품을 받고 첫 대외 활동을 시작한 곳이 강정이었다면서, “목표가 없는 배가 맞는 바람은 늘 역풍이라는 말을 들었다. 강정 평화센터로 우리에게 ‘평화’라는 구체적 목표가 생겼으니, 앞으로 순풍과 함께 평화를 향해 나아가자”고 독려했다.

센터장을 맡은 제주교구 고병수 신부는 앞으로 평화센터 운영 방향에 대해 “정관에 규정한 대로 평화센터는 예수님이 내어 준 생명과 평화를 실현하는 곳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평화센터를 통해 해군기지로 갈라지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강정 주민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군기지 사업장 앞 미사에 꾸준히 참석해 온 양재희 씨(제주교구 복자성당)는 평화센터 건립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금까지 강정의 평화, 제주의 평화를 위한 많은 이들의 노력이 이 평화센터를 통해서 끝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센터를 중심으로 이어질 평화운동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정 주민인 김미량 씨(미카엘라)는 “센터의 처음 목적이 마을 주민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평화 활동가들을 돌보는 목적이 있었던 만큼, 그 목적에 맞도록 잘 운영되기를 바란다”면서, “ 종교나 어떤 입장을 떠나 누구에게나 열린 센터, 누구나 쉽고 편하게 갈 수 있고 어울릴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답했다.

축복식에 참석한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 박유미 책임연구원은 “해군기지 반대 싸움이 끝났다고 우리의 싸움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면서, “평화를 위한 우리의 싸움은 계속 이어져야 하고, 그 지평을 확대해가야 한다. 강론에서 들은 말씀처럼 우리 안의 폭력성과 싸워 평화로 풀어 가기 위한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잊지마라 곧 별들의 폭격이 있을 것이다. 곧 달빛의 입항이 있을 것이다.
천년 파도가 다시 너희들의 무지를 허물고 구럼비 바위를 따라 세상 모든 바위들이 함께 일어설 것이다. 어느 핵폭발보다 거대하고 존엄한 연대의 행진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평화센터 완공을 축하하는 축시를 선물한 송경동 시인은, “저들은 군사기지를 지었고, 우리는 평화의 센터를 지었다”며, “이 평화센터가 강정해군기지보다 작지만 역사 속에서 더 큰 가치와 사랑이 있는 곳으로 남겨질 것”이라고 축복했다.

평화센터는 첫 활동으로 9월 7일부터 9일까지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가 주관한 제 2회 강정평화컨퍼런스를 치른다. 또 강정마을 평화 활동가들이 주축이 된 팀이 꾸려져 평화센터를 중심으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평화학교’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는 등, 다양한 평화운동과 프로그램, 평화 사목 활동이 이어질 예정이다. 

▲ 평화센터 머릿돌. ⓒ정현진 기자

 

▲ 수원교구 정평위원장 최재철 신부와 용인 우쿨렐레 동호회가 함께 축하공연을 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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