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 박병상]

지난 70주년 광복절 바로 전 금요일, 과연 주요 관광지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꽉 막혔다. 늦은 아침을 먹고 들른 이발소도 의외로 대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오늘 쉬시니 직장이 좋은가 봐요?” 대체휴일 혜택이 직장인의 4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뉴스를 들었다며 공무원이나 은행, 그리고 규모가 큰 회사에 다니는 이만 쉬는 걸 테니 이발사는 부럽다고 했다. 10년 단골이라도 가끔 들르니 이발사는 손님의 직장을 일일이 알기 어렵겠지.

지난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정부는 그로 인한 경제효과가 1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 전문가의 근거가 있을 텐데, 언론은 1인당 하루 소비 지출액을 7만 9235원으로 추산했다고 전했다. 대략 8만 원이니 4인 가족이면 32만 원, 14일부터 16일로 이어지는 이번 광복절 연휴에 적어도 90만 원 가까이 소비하리라는 예측이었을까? 주변에 뜻밖의 연휴를 기대하는 이 드물었어도, 크든 작든, 과외의 돈을 추가로 쓴 가장은 적지 않았겠지.

뜻하지 않은 휴일 연장으로 시민들이 돈을 더 써 발생한 국가의 경제효과는 긍정적인지 아닌지 분별할 능력이 없는데, 통장이나 지갑에 여윳돈이 없어 1일 하루 8만 원은 언감생심인 인생도 적지 않을 것이다. 쉴 틈 없이 택배 트럭을 운전하는 비정규 기사의 가족은 뜻하지 않은 연휴로 가족과 큰맘 먹고 외식을 했더라도 1인 8만 원의 소비는 자제했겠지. 고단했던 몸을 모처럼 쉬겠지만, 일당이 줄었으니 일하는 시간을 늘려야 하지 않았을까?

▲ 인천의 한 공원에서 휴일을 즐기는 어린이들. ⓒ지금여기 자료사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의 붕괴가 위축시킨 소비를 호주 정부는 국내여행 권유로 풀어 내려 했다. 휴일을 더 늘린 건 아니었다. 일정액을 별도 지불하며 여행을 종용했던 건데, 국제여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후 호주 경제가 얼마나 호전되었는지 그 방면 문외한답게 알지 못한다. 우리의 70주년 광복절 연휴의 경제효과가 호주의 사례보다 긍정적일지 예측할 능력도 없다. 하지만 연휴기간이 하루 늘었다고 빠듯한 소비를 더 늘린 이는 우리나라에 그리 많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할 따름이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고 산 정상에 번듯한 호텔을 지으면 손님이 없었을 때보다 늘어날 것이다. 찾아온 손님들이 그 호텔에서 지구온난화의 대안행동을 고민하는 회의를 열지 아닐지 여부는 모르지만, 케이블카와 호텔이 지역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소문이 나면 지리산과 월악산, 덕유산과 한라산도 비슷한 요구로 뒤덮일 것이 분명하다. 온갖 경제유발 효과가 전가의 보도가 될 테지.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가 허가한 시설마다 예상했던 경제효과는 충족될까? 그런 시설이 늘어난다고 이용자가 느는 것은 아니다. 돈과 시간의 여유가 비례해 늘어야겠지만, 보전해야 할 생태계를 헐어 내는 행위에 분노하는 이도 늘어난다.

강원도 양양의 국제공항은 당초 예상한 비행기 이착륙은 없다. 그를 위해 주변에 관광시설을 추가해야 할까? 설악산 케이블카와 호텔로 충족될 것 같지 않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시설에 관광객이 몰리면 그때 양양의 공항은 활기를 찾을까? 그를 위해 아이스링크와 봅슬레이 경기장을 사시사철 가동해야 할까?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면서 강원도 기슭을 파헤치는 골프장이 모조리 문을 열면 일본과 중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 테니 괜찮아질까? 강원랜드 같은 카지노를 곁들이면 금상첨화일까?

휴가와 레저시설을 지으려는 공사 주체들마다 긍정적으로 끌어내는 추산은 부질없다. 대체휴일을 늘리면 이용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사회에서 공허하다. 자식의 취업을 위해 자신의 월급 액수를 줄여야 하는 가장은 대체휴일을 무작정 반가워할 수 없다. 스펙 목록을 늘리려 휴학을 거듭하는 대학생은 임금피크제가 미덥지 않을 것인데, 최저임금 인상안은 누굴 위로할 수 있을까? 여유 없는 사람에게 소비를 종용하며 계산하는 경제유발 효과는 부실하다. 그들의 씀씀이로 국가의 보편적 경제가 긍정적일 수 없다.

울릉도와 흑산도, 그리고 백령도는 공항 신설을 기대한다. 그런다고 주민과 방문자의 왕래가 편해지는 건 아니다. 여객기 이용료가 만만할 리 없지 않은가. 공사 도중에 돈이 생긴다고? 그런 마약 같은 돈은 잠깐이다. 발전소 추가할 때마다 생기는 돈, 가동할 때 생기는 지역발전기금에 취한 주민들이 영흥도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그 결과 인천시는 감당할 수 없는 미세먼지에 시달리는데, 늘어난 전기의 소비를 위해 전기가격을 낮춰도 에어컨을 사기 어려운 이는 여름이 무덥다. 누진되는 전기요금은 벅차다.

대통령에게 14일 임시공휴일로 4만 60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생긴다고 보고한 정부는 근거가 되는 연구가 있다고 했다던데, 준비된 연구결과는 다양했겠지. 재작년 재계는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면 경제적 손실이 32조 원에 이른다며 반발했다. “연간 공휴일이 3.3일 늘어나면 전체 기업의 생산 감소액이 연 28조 1127억 원이고 추가 인건비 부담도 4조 2989억 원”이라며 뒤집어진 재계는 이번에 입을 꽉 다물었는데, 2년 전 재계에 귀 기울였던 정부는 이번엔 어떤 자료를 편집한 걸까?

휴가철이 끝날 즈음 안긴 대체휴일과 덕분에 늘어난 연휴가 1조 3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그날 일당을 벌지 못한 사람들은 곧 6030원으로 인상될 시급에 감지덕지하며 힘겨운 일에 치일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와 호텔, 섬 지방 활주로, 강원도의 40여 개 골프장, 인천 미단시티를 비롯해 20여 곳에서 경쟁하는 카지노를 남의 일로 여길 텐데, 그 시설마다 장담하는 경제유발 효과는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왜 계산한 걸까?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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