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 박병상]

아직 아침저녁으로 선선하지만 걷다보면 셔츠에 땀이 밴다. 곧 여름이니 조금만 걸어도 땀으로 흠뻑 젖겠지. 여름방학 전까지 학교에서 뛰어놀 아이들이 걱정이다. 요즘 교실에 에어컨 빵빵하니 괜찮을까? 덥기 때문이 아니다.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땀 뻘뻘 흘리며 뛰어 호흡이 바빠질 텐데, 그때 중금속이나 방사능이 몸에 스며들지 않겠나? 입 벌리며 놀다 새까만 고무 알갱이를 삼키는 것은 아닐까?

최근 녹색당에서 학교 운동장에 깔린 인조잔디의 문제를 크게 제기했다. 아이들의 발길에 밟혀 인조잔디가 뜯겨 나가지 않도록 뿌려 놓은 고무 알갱이에서 강력한 발암물질인 중금속과 유기화학물질이 기준치보다 훨씬 높게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중금속과 유기화학물질만이 아니다. 방사능도 허용기준치의 10배 가까이 검출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는 그 알갱이의 원료를 의심한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지진과 쓰나미 때 생긴 일본 후쿠시마 일원의 폐타이어를 수입해 가공했다는 것이 아닌가.

인조잔디의 상상초월 유독물질

천연잔디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가면서 보기에 근사한 인조잔디는 학교 운동장에 깔기 시작할 때부터 의식 있는 학부모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는 납과 수은과 카드뮴, 그리고 6가크롬과 같은 중금속이나 벤조피렌 같은 휘발성 유기화학물질이 문제가 아니었다. 설마 폐타이어를 사용하리라 짐작하지 않았으므로 그저 뛰어놀며 미끄러지다 다리와 팔에 화상을 입을까 염려했는데, 아니 발암물질이라니. 그것도 독성이 강한. 녹색당의 검사 결과를 본 해당 학교의 학부모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지진과 쓰나미 뒤에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4기의 폭발사고는 그 일원에 생긴 막대한 쓰레기를 영원히 재활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막대하게 배출된 방사능으로 오염되었기에 일본이 함부로 수출할 리 없는데, 어떻게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일까? 비양심적인 수입업자가 헐값에 팔아넘기려는 악덕 수출업자와 은밀하게 계약한 건 아닐까? 처리하느라 골머리 앓던 일본의 쓰레기 처리 업자에게 돈을 받아가며 냉큼 반입했을까? 그렇다면 어처구니없다. 아니 참담하게 창피하다. 싼 가격으로 손을 턴 일본 업자는 한국이란 나라를 어찌 생각할까?

방사능 오염 분유를 수입하는 나라, 한국

구소련 체르노빌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독일 바이에른 주에서 소를 방목해 생산하는 우유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는 것을 독일이 알았다. 환경단체의 반대로 바다에 버릴 수 없던 그 우유를 분유로 가공해 굶주리는 아프리카에 무료로 주자고 제안한 사람이 있었지만 언론의 뭇매를 맞고 포기해야 했는데 한순간 다 팔렸다고 한다. 그저 화물열차의 원통 화물칸에 넣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건만 한국의 기업에서 몽땅 가져갔다는 것이 아닌가. 그 소식을 들은 이항규 박사는 귀국해 한동안 반핵운동 선봉에 섰다.

체르노빌 방사능에 오염된 분유를 거침없이 수입한 한국의 기업들은 과자와 같은 가공식품을 먹는 아이에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에 식품에 대한 방사능 허용기준치가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기보다 소비자의 건강 따위를 아랑곳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그 기업인은 오염된 과자를 식구에게 내밀 수 있었을까? 일본의 폐타이어도 그런 배짱으로 수입했겠지. 그 운동장에 제 아이는 뛰어놀지 않으리라 확신했을까?

인조잔디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병원에서 진단 또는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사용하는 방사능은 허용기준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치료를 위한 일이므로 양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지나치다. 병원은 방사선량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을 뿐 아니라 병원을 바꿀 때마다 반복 촬영을 요구하지 않던가. 다니던 병원에서 촬영한 결과를 컴퓨터로 얼마든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지만 막무가내인 이유는 결국 돈일 것이다. 그 때문에 환자는 방사능에 찌든다.

 사진 출처 = pixabay.com

일본의 방사능 오염 폐타이어가 시멘트의 원료가 된다

일본 폐타이어는 우리나라 시멘트 공장에도 공급되었다. 석회석과 섞어 태우며 만든 우리나라의 시멘트에 방사능이 나올 가능성은 그러므로 매우 높다. 창조세계의 진정한 청지기인 최병성 목사는 최근 펴낸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그 사실을 밝혔다. 시멘트를 만드는 소성로에 쓰레기를 같이 넣을 수 있다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중금속이나 방사성물질이 포함되지 않도록 사전에 분명하게 검사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상식을 내버린 시멘트 회사는 2011년 3월 이후 지은 아파트에 이사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 먹는 과자를 만드는 식품회사가 방사능에 오염된 우유를 알고도 수입하는 나라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된 것이 틀림없는 일본산 폐타이어 수입에 여념이 없다. 일관성이 있는 걸까? 그들은 당시 한국에 기준치가 없었으므로 합법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것 참! 당국의 느려 터진 대응이 두고두고 큰 문제를 일으켰지만 돈벌이 혈안으로 양심을 내던진 기업인들의 반생명적 자세가 자식 키우는 이의 불안감을 키웠다.

방사능 측정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최병성 목사는 지하철에서 이따금 깜짝 놀란다. 어떤 이 옆을 지나갈 때 요란하게 측정기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방금 퇴원한 걸까?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 아이가 없지만, 낡은 아파트는 화장실 수리가 시급하다. 아파트에 방사선은 나오지 않을 텐데, 기술자들이 가지고 올 시멘트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방사능의 크기는 거리에 반비례하는데 벗은 몸을 접촉해야 하지 않는가. 이참에 방사능 측정기를 하나 구해야 하나?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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