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 생산규정,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는 우리농 먹거리

“농민주일에 그날 하루만이라도 농민이 각 본당에서 강론을 하고, 농민들의 어려움이나 전체 농사이야기를 들어 보면 (신자들이 농촌문제에) 실감이 나지 않을까요.”

▲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 ⓒ배선영 기자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66)이 제안한 농민주일에 농민을 생각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다가오는 7월 19일 농민주일에 그는 마산교구 옥봉 성당에서 강론을 한다. 지난해 농민주일에는 춘천에 있는 본당에서 강론을 했다.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한 지 35년. 지난해부터 가톨릭농민회 회장을 맡은 그는 생산자이기도 하다. 주말에는 진주에서 쌀과 고구마, 참깨, 들깨 등의 농사를 짓고 주중에는 전국의 교구로 강의를 나간다.

오늘 점심에 먹은 쌀이 어디서 왔을까. 먹거리가 넘치는 만큼 이에 대한 소중한 마음은 잃어 가고 있다. 정 회장은 사제들이 농민주일만이라도 농민을 기억하고 소중함,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강론을 해주길 당부했다.

정현찬 회장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생명살림’의 정신에 대한 걱정이 크다. 그는 “농촌, 도시 할 것 없이 공동체가 파괴되고 농민들끼리 경쟁하고 유기농 시장마저 상업화되는” 현실을 말하며 교회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깔이 좋진 않지만, 인간과 자연을 생각한 건강한 먹거리

우리농에서 만나는 생산물은 울퉁불퉁하고 작고, 한마디로 때깔이 좋지 않다. 이것은 가톨릭농민회의 엄격한 생산규정 때문이다.

생산규정은 품목마다 다르지만 퇴비를 직접 만들어야 하고, 무농약이어야하고, 항생제, 유전자 조작 종자도 안 된다. 농약이 불가피한 과일 등은 저농약으로 하며, 농약 횟수가 정해져 있으며, 고독성 농약은 금지한다.

이 생산규정은 단순히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태적으로 순환이 가능한 자연 본래의 생산력을 중요시하기에, 좋은 땅을 만드는 것에 애를 많이 쓴다. 땅 속에 유기물을 많이 만들어 주려면, 잘 띄워진 퇴비를 써야 하고, 그러려면 산과 들에서 풀을 헤치고 직접 긁어모은 것과 똥오줌을 섞어서 직접 만든 퇴비를 써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량으로 농사를 짓는다면 이런 방식을 고수하기 힘들다. 우리농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농사를 짓는 '가족농'과 다품종 소량의 농사를 강조하는 이유다.

대량으로 농사를 지으면 때깔이 좋고, 균일해지며, 굵어지는데, 사람들은 장을 볼 때 이런 것들을 고른다. 가톨릭농민회의 생산자 회원은 늘고 있지만, 소비는 그에 못 미치는 이유 중 하나다.

▲ 서울교구본부 양평동 우리농 직매장. (사진 제공 = 가톨릭농민회)

“농업은 농민의 문제만이 아니다. 농민을 동정해서가 아니라 전 국민의 건강 문제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는 1994년 가톨릭농민회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본당 매장을 통해 소비해 내는 것이 ‘생명운동’, ‘공동체운동’을 행한 교회의 역할이라고 정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다.

우리농은 20여 년간 “생명을 가치의 중심에 둔” 생명농산물을 본당 상설매장, 본당 미사 전후에 열리는 주말매장, 직매장, 인터넷 우리농 등을 통해 공급해 왔다.

그러나 우리농 매장을 만들고 우리 농산물을 신자(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더 필요해 보인다. 현재 전국 본당 1695개 중 총 155개의 본당에 우리농 매장이 있으며, 주말매장은 37개, 직매장은 23개다.

가톨릭농민회에서 생명농업실천위원회를 맡고 있는 김현승 부장(39)은 우리농 매장뿐만 아니라 우리농에 대한 관심을 갖고, 우리 농산물을 본당에서 만나도록 봉사해줄 우리농생활 공동체가 많이 꾸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명중심의 가치 변화 필요

올해부터 정부는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또한 한미 FTA, 한중 FTA로 농촌의 현실은 어느 때 보다 위기다.

정현찬 회장과 김현승 부장 모두 입을 모아 농촌의 문제가 결코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GMO(유전자조작식품)나 원자력발전 등은 인간이 편리를 위해 만들어 놓고 인간이 감당하지 못하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승 부장도 “20년 안에 우리의 친환경 농산물을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며 어느 때보다 농업이 심각한 위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돈이 최우선이 아닌 불편하더라도 생명을 가치의 중심에 두는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생명살림의 가치에 중점을 둔 우리농운동을 많은 신자들이 접하길 바라며. 김 부장은 신자들이 이번 농민주일에 각 교구에서 열리는 농민주일 축제를 경험해 보라고 당부했다.

오는 19일 서울, 춘천, 광주, 전주, 대전, 청주, 마산, 부산, 안동, 의정부교구에서 농민주일 축제가 열린다. 농민주일 행사는 우리농 직거래 장터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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