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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왜 문제인가[김영희 변호사의 핵 이야기]

최근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여부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중수로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모델이 두 가지가 있는데, 경수로와 중수로다. 경수로는 중성자 속도를 늦추는 감속재로 보통의 물을 쓰는데 농축 우라늄을 핵연료로 쓰고, 중수로는 감속재로 중수를 쓰는 데 천연 우라늄을 핵연료로 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중수로는 2013년 9월 현재 운영 중인 것은 전 세계에 44기뿐인데, 캐나다와 인도가 대부분이다. 캐나다는 천연우라늄이 풍부하고 개발 당시 대형 원자로를 제조할 중공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사정 등으로 중수로를 많이 건설했고, 인도는 주로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군사적 목적에서 중수로를 가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짧게 태우는 중수로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은 순도가 높아 핵무기로 만들기 더 좋기 때문이다.

중수로 종주국 캐나다도 더 이상 중수로를  건설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유엔이 이란이 국제시장에서 중수로 부품을 수입하려 한 정황이 포착되었다며 제재를 검토한 것도 중수로의 핵무기 제조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염려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러한 핵무기 비확산 흐름에 역행한다는 문제점 말고도, 중수로는 사고가 날 위험이 크고 특히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를 배출한다는 이유 때문에 세계 핵산업계에서 선택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중수로 종주국인 캐나다조차도 구조적 결함과 잦은 사고 발생으로 더 이상 새로 건설하지 않고 있다.

   
▲ 1월 15일 오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종교계, 시민사회계, 각 정당이 참여하여 노후 원전 즉각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정현진 기자

월성 1호기와 같은 중수로는 경수로와는 달리 냉각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핵분열반응이 급격히 진행되는 핵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원자로의 압력이 커질 때 경수로는 핵분열을 억제하게 되는데 중수로는 오히려 핵분열반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있어 이를 양(陽)반응도라고 한다. 양반응도는 체르노빌 사고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지진이 나면 원자로는 폭발

중수로의 안전성에 양반응도가 가장 문제라는 것은 핵공학 교과서에도 지적하고 있고, 핵산업계도 공히 인정하는 것이다. 월성 1호기 민간검증단 보고서도 내진 설계를 넘어서는 지진이 나면 원자로 안에 제어봉과 중성자를 흡수하는 독(毒)물질을 넣는 기계장치가 작동되지 않을 수 있는데, 1-2초 안에 핵폭주에 의해 원자로가 폭발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반응도는 중수로의 결정적인 구조적 결함이고, 이 때문에 특히 체르노빌 사고를 통해 양반응도의 위험성을 경험하게 된 세계 각국은 중수로 모델을 도입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캐나다는 체르노빌 이후 1991년 2월 안전규제 기준을 강화하여 중수로에 이중적이고 독립적인 차단 시스템을 장착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한수원, 밸브 이중화로 눈가리고 아웅

2012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는 한국수력원자력에게 월성 1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하여 비상냉각 열교환기가 1대뿐인데 이를 다중화할 것을 요구했다. 월성 1호기는 캐나다 새 규제기준이 나온 1991년 이전에 건설되어 차단시스템이 이중으로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약 5600억 원 정도의 돈을 들여 설비를 교체했다고 한수원은 자랑하지만 여전히 비상냉각 열교환기는 1대뿐이다. 한수원은 비상냉각 열교환기가 1대이지만 냉각용량이 40퍼센트 정도 여유가 있고, 열교환기 계통의 밸브를 이중화하였기 때문에 캐나다의 새 규제기준에 맞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발전소 안전시스템의 다중화 요건은 비상냉각 열교환기 자체가 2대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지, 비상냉각 열교환기가 1대뿐인데 밸브를 이중화한다고 하여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한 대뿐인 비상냉각 열교환기가 만일 고장이 나면, 아무리 밸브가 이중 삼중으로 되어 있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1991년 이후 운전되고 있는 월성 2호기-4호기는 비상냉각 열교환기가 2대인 것이다. 비상냉각 열교환기를 1대 더 설치하지 못하는 것은 설계상 설치할 공간이 없어서라고 한수원은 주장하지만, 이를 추가 설치하려면 원자로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원자로의 엄청난 방사능 때문에 불가능하고, 사실상 원자로를 교체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너무나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필자는 짐작한다.

월성 1호기와 같이 비상냉각 열교환기가 1대 뿐인 캐나다의 젠틸리 2 핵발전소는 설비개선비용이 너무 커서 2012년 말 영구정지하였다고 한다. 사업자인 하이드로퀘벡은 2008년 설비개선비용 19억 달러, 폐로 비용 16억 달러, 합계 35억 달러가 들 것으로 분석하였으나, 2012년에는 설비개선비용 43억 달러, 폐로 비용 20억 달러, 합계 63억 달러가 든다고 다시 분석하였다. 놀라운 것은 젠틸리 2 설비개선 프로젝트 분석에 있어서 오히려 월성 1호기 설비교체 과정이 참고가 되었다는 점이다. 한수원은 5600억 원만으로 월성 1호기가 새것이 된 것처럼 홍보하고 있는데, 같은 모델인 젠틸리 2는 오히려 월성 1호기 설비개선 과정을 보고 2008년 19억 달러에서 2012년 43억 달러로 설비개선 비용을 크게 늘린 이유가 뭘까? 월성 1호기를 제대로 재정비하려면 실제로는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하이드로퀘벡은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더 중요한 것은, 하이드로퀘벡이 젠틸리 2를 설비개선을 하지 않기로 결정할 당시까지도 여전히 젠틸리 2의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과연 5600억 원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하여 한수원은 비상냉각 열교환기가 1대뿐인 포인트르프로 핵발전소도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아 수명을 연장했다는 것을 주요한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포인트르프로 핵발전소도 2002년 애초에는 설비개선 비용이 8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으나 2010년에는 2조 5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설비개선에 대해 불과 5600억 원을 들인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월성 1호기와 포인트르프로의 설비개선 내역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안전시설의 이중화라고 하는 규제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포인트르프로 수명연장에 대해서는 캐나다 국민들이 소송을 해야 할 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또한 국토가 넓은 캐나다의 경우 포인트르프로 핵발전소는 주변 인구나 밀집한 산업시설 등이 월성 1호기에 비하여 매우 적을 것이다. 이것은 핵발전소 수명연장에 대한 안전성 분석에서 매우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만일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 범위가 비교될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중수로, 특히 월성 1호기는 방사능인 삼중수소를 너무나 많이 배출한다. 월성 1호기는 2008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기체폐기물인 삼중수소 농도가 677.7테라베크렐로 우리나라 최고를 기록했고, 이는 영광 2호기의 91배나 된다. 액체폐기물인 삼중수소 농도 누적량도 월성 1호기가 348테라베크렐로 최고로 나타났으며, 고리 1호기의 15배에 이른다. 더군다나 월성핵발전소는 제염계수가 낮고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는 이온교환 수지를 쓰기 때문에, 증발기를 사용하는 다른 핵발전소에 비하여 방사능 제거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증발기를 사용하면 시설비와 운전경비가 더 비싸진다는데 이래저래 월성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2015년 1월 20일 공포된 개정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려면 지자체는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주민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개정 원자력안전법 제103조 제1항은 핵발전소 수명연장 허가를 받으려는 자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때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공람하게 하거나 공청회 등을 개최하여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원자력안전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2015. 7. 21.)로부터 시행한다고 하면서도 유독 제103조 제1항의 개정규정은 공포한 날(2015. 1. 20.)로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월성 1호기 수명연장에 대하여 반드시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 과정 필요하다. 수명연장으로 가장 큰 피해를 떠안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수명연장을 결정하는 것은 명백한 원자력안전법 위반이라고 할 것이다.
 

 
 
김영희 변호사
재벌개혁과 소액주주운동을 주로 하는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이며 4대강조사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법학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진행한 주요 소송으로 새만금소송, 4대강소송,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 현대차 주주대표소송, 신고리 5,6호기 관련 소송이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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