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변호사의 핵 이야기]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가 난 뒤 독일은 매우 신속하게 2022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탈핵을 선언하였다. 독일이 탈핵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체르노빌 사고에 이어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된 것과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한 배출하게 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인류가 100퍼센트 해결할 방법이 없고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떠넘길 수밖에 없다는 윤리적 동기에서였다. 그러한 탈핵선언이 가능했던 것에는 독일이 이미 1980년대부터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정책을 펴 오고 있었다는 매우 중요한 배경이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태양, 바람, 지열, 해양에너지 등 지속가능한 자연에너지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등을 신에너지로 포함시켜 국제적 분류와는 다른 분류기준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3.1퍼센트인데 이중 폐기물이 68퍼센트, 풍력 4.7퍼센트, 태양광 5.7퍼센트에 불과하여, 폐기물을 포함하지 않는 유럽 기준을 따르면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량은 1퍼센트에 훨씬 못 미친다고 한다. 이렇게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 재생가능에너지 분류는 일반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재생가능에너지가 실제보다 더 보급됐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세계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는 획기적으로 투자와 보급이 늘고 있다. 왜냐하면 화석연료의 고갈이나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인 데다가, 더 중요하게는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개발이 혁신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경제성이 매우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풍력은 화석연료 대비 경제성이 확보된 것으로 인정하고 있고, <블룸버그>도 2030년 쯤 태양광이나 풍력의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에 비하여 훨씬 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양광 발전 비용은 지난 30여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내렸고, 용량이 2배가 될 때마다 가격은 19.3퍼센트 떨어진다는 ‘19.3퍼센트의 학습비율’로 나타났다. 독일은 태양광발전 설치비용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만에 66퍼센트 가량 싸졌고, 풍력은 2010년 기준으로 1990년에 비하여 20년 만에 출력이 40배 높아졌으며, 38만 명 이상이 재생가능에너지 산업분야에 일하고 있다고 한다.

2012년 현재 재생가능에너지는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 중 1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데, 현대적 재생에너지 10퍼센트와 전통적 바이오매스 9퍼센트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적 재생에너지 10퍼센트는 현대적 재생에너지원에서 나오는 태양열 등 열에너지 4.2퍼센트, 수력 3.8퍼센트, 나머지 2퍼센트가 태양광, 지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양광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약 55퍼센트 성장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전 세계 풍력발전 설비는 2004년부터 2013년 사이에 연간 25.3퍼센트 증가율을 보이며 19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핵발전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 [세계 최종에너지에서 차지하는 재생가능에너지 비중(2012)]자료: REN21. 2014. Renewables 2014. Global Status Report.

2013년말 기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설비는 중국, 미국, 브라질, 캐나다, 독일이 세계 상위 5개국인데 수력을 제외하면 중국, 미국, 독일 순이다. 수력을 제외한 재생가능 에너지 단위 인구당 설비용량에서 세계 1위인 덴마크는 2013년 기준 신축건물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한 보일러 사용을 금지하였다. 덴마크는 2020년까지 총 열공급의 40퍼센트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는 목표를 세웠다.

[2013년 세계 재생가능에너지 투자 상위 5개국]

 
1
2
3
4
5
재생가능에너지 전체 투자
중국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태양광 설비
중국
일본
미국
독일
영국
풍력설비
중국
독일
영국
인도
캐나다
태양열 난방설비
중국
터키
인도
브라질
독일
태양열 발전설비
미국
스페인
UAE
인도
중국
▲자료: REN21. 2014. Renewables 2014. Global Status Report.에서 재구성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OECD 34개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1차에너지 대비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이 꼴찌인 34위(1.9퍼센트)다. 그런데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관련 예산’은 2012년 1890억 원, 2013년 1580억 원, 2014년 1334억 원, 2015년 983억 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참고로 미국은 2019년까지 에너지효율 향상과 재생가능 에너지 연구분야에 모두 272억 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핵발전소 중심 정책을 펴면서 재생가능 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이러한 결과는 ‘원전마피아’로 통칭되는 산업부, 원안위, 한수원 등 원전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결정되는 에너지정책이 빚은 결과라는 지적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원전마피아’가 재생가능에너지를 억압한다는 것은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독일은 총 전력공급량에 대하여 2020년에는 35퍼센트, 2030년에는 50퍼센트, 2040년에는 65퍼센트, 2050년에는 80퍼센트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재생가능에너지법(EEG)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2050년에 독일 총 전력공급량의 100퍼센트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하리 레만 독일연방환경청 지속가능전략국장은 지난 2월 국회 강연에서, 독일에서 2050년까지 핵발전소와 화석연료 없이 100퍼센트 재생가능에너지로 전력생산이 가능하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고, 이를 위한 100개 정도의 세부 정책이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독일은 2000년에 제정한 재생가능에너지법으로 국제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 모범국이 되어 47개국이 이 법의 기본형을 도입했고, 재생가능에너지법은 재생가능에너지 역사의 성공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독일은 1990년대부터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홍보를 계속해 오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원자력문화재단 등을 통하여 교과서 수정요구까지 해가며 일방적으로 핵발전소 중심의 홍보를 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하여 예산과 지원을 줄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는 국민들이 재생가능에너지가 ‘비싸다’거나 ‘현실적이지 않다’고 잘못 알게 만든다.

에너지정책은 산업과 경제전반의 근간이다. 동시에 핵발전소 유지확대 등은 잘못된 정책방향이고, 이것은 나라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정부는 국민들을 속이지 말고, 지금이라도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정책을 펴야 한다. 동시에 원자력문화재단부터 폐지해야 한다.


 
 
김영희 변호사
재벌개혁과 소액주주운동을 주로 하는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이며 4대강조사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법학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진행한 주요 소송으로 새만금소송, 4대강소송,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 현대차 주주대표소송, 신고리 5,6호기 관련 소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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