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도 참여하는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불기 2559년인 올해 불교계는 스스로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로 스님과 불교 신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종에서 진행하고 있는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대부중 100인 대중공사’가 무엇이고, 어떤 뜻이 있는지 살펴봤다.

대중공사(大衆公事)란 출가승과 재가자가 나이와 지위에 상관없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것으로, 부처님 당시부터 이어져 오는 불교의 전통적인 대화 문화다. 대중공사는 특별한 때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이뤄지며 한마디로 절에서 하는 회의다.

2015년 일 년 동안 이뤄지는 ‘100인 대중공사’는 좀 특별하다. 현대 불교역사에서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대중공사는 처음이다. 사부(四部)대중은 남자스님인 비구와 여자스님인 비구니, 남자신도인 우바새와 여자신도인 우바이, 네 집단을 말하며 100인 대중공사에는 종단 집행부, 불교대학, 참선수행을 하는 선방에 있는 스님, 비구니, 시민사회계 등 불교 안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고려대 철학과 조성택 교수(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에 따르면 불교에는 그리스도교와 같은 ‘성직’이란 개념이 없고 모두 ‘수행자’다. 예전부터 승가(승단)와 재가 지식인들 사이에는 평등한 교류가 많았다.

▲ 지난 4월에 열린 제4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모습 (사진 제공 = 대한불교조계종)

이번 조계종의 ‘100인 대중공사’에서는 종단의 재정구조, 선거제도 등 공동체가 안은 문제들을 직접 드러내고 해결책을 찾는다. 조계종은 신도가 줄고, 고령화되면서 겪는 어려움과 공동체 안의 갈등을 열린 광장에서 투명하고 정직하게 다루기로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1월에 열린 대중공사 출범식에서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오늘날 한국불교는 이 시대의 바람직한 불교관, 시대를 성찰하는 실천관, 현대적인 사상관을 정립하지 못했다”며 불교의 사회적인 역할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또한 2월에 열린 제2차 대중공사에서는 반말로 포교(선교)하거나 승과 재가 사이에 반말로 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실천방안이 나왔다.

3월에 열린 제3차 대중공사에서는 가장 민감한 문제인 재정문제를 다뤘고, 7월부터 사찰 재정을 대중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 29일에 열린 제4차 대중공사에는 111명이 참여했고, 11월 25일에 마지막 9번째가 열린다.

조성택 교수는 이번 대중공사의 가장 큰 목적이 종단 안의 부정적인 것을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사부대중이 함께한다는 형식은 처음이지만, (불교계는) 지난 100년간 끊임없이 개혁하고 도전해 왔다. 이런 노력은 좋은 의미도 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100인 대중공사’라고 해서 딱 100명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100인’은 모든 존재는 가득하고 만족하며 완전히 일체가 돼 서로 융화하며 또한 공평하고 한편으로 치우침 없다는 것을 상징한다. 실제로는 180여 명이 위원이다. 또한 대중공사에는 위원뿐만 아니라 발언은 할 수 없어도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다.

불교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100인 대중공사’는 가톨릭교회의 개혁을 시작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불교닷컴> 1월 30일자에서 대중공사 공동추진위원장 지홍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관련 자료를 수십 번 읽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