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망재단, 지금여기 공동 캠페인 - 22]

국제개발협력단체인 ‘한국희망재단’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에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캠페인을 2015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5월에는 카스트제도의 폐해로 소중한 보금자리가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인도 달리트 마을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모든 걸 잃어버린 인도 누굼발 주민들

인도 남부 칸치푸람 지역의 누굼발 (Nugumbal)마을에 끔직한 불이 난 것은 2014년 6월이었습니다. 나무 잎사귀와 흙으로 얼기설기 지어진 연약한 집들은 금세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식사를 준비하던 어머니들, 친구들과 뛰어놀던 아이들, 누구랄 것 없이 ‘불이야’를 외치며 허겁지겁 집 밖으로 뛰쳐나와야 했습니다. 다행히 주민들이 긴급 대피해 마을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손때 묻은 소중한 가옥이 타들어 가는 현장을 주민 모두 울먹이며 지켜봐야 했습니다.

법적으로 카스트 제도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막강한 카스트의 힘

불이 난 누굼발 마을에는 불가촉천민(달리트) 100가구 800여 명이 살고 있었습니다. 카스트제도는 법적으로 사라졌지만, 사회적으로 카스트의 관습이 온존하고 있는 인도에서는 가장 낮은 계급인 달리트와 신체적 접촉을 하면 더러워진다는 악습이 있는데 이 때문에 달리트는 많은 차별과 핍박을 당해 왔습니다.

이번 사건은 5월 말 힌두사원에서 종교적 기념행사가 진행되었는데, 몇몇 젊은 달리트 청년들이 카스트제도의 불평등한 악습에 반대하며 사원에 들어가 기도를 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법적으로 카스트제도가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뿌리 깊은 관습에 항거하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이를 목격한 상층 카스트들은 크게 반발하며 달리트 청년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고, 이날 2명의 청년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도 모자라 상층 카스트들은 지난 6월 14일 분풀이로 달리트 마을에 불까지 지른 것입니다.
 

▲ 불타는 마을을 지켜보는 주민.(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이번 화재로 옷, 식기도구, 저축할 돈, 서류,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학용품, 증명서류 등이 모두 불에 타고 말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집이 사라진 피해주민들은 노상에서 잠을 자고, 학생들은 교복과 학용품이 불에 타 학교에 갈 수 없었습니다.

2014년 긴급구호 물자 지원, 피해가정 경제적 자립을 위한 창업 지원

한국희망재단은 인도 현지 협력단체인 HRDF(Human Resources Development Foundation)의 긴급 요청에 따라 2014년 6월 화재 피해 지역에 구호물자를 지원하였습니다. 주민들에게 한 달치 분량의 음식이 제공되었고 비누, 의류, 학용품, 주방용품, 생필품, 침구류 등이 지원됨에 따라 주민들도 안정을 찾고 삶의 터전을 다시 복구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생계활동이 막막해진 22가구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창업지원금을 전달하였습니다. 일자리를 제공했던 상층 카스트와의 갈등으로 달리트 피해 가구들은 생업 및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지원금이 전달된 뒤 1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화재피해 입은 달리트 마을 주민들에게서 정말 반가운 소식들이 한국에 전해졌습니다.
 

▲ 화재 초기에 긴급 지원하는 모습.(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상층 카스트에게 멸시 당하지 않고 생업을 가지게 된 주민들

한국희망재단은 당시 화재로 피해를 입은 여덟 가구의 요청에 따라 한 가구에 각각 20마리의 염소를 주었습니다. 현재 각 가정에 제공된 염소들은 새끼를 낳아 총 38마리가 되었습니다. 수혜자들은 가장 가까운 시장에 염소 고기를 팔아 수입을 내고, 염소의 배설물은 유기농 비료로 판매되며, 가정의 텃밭에서도 비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재봉기술이 있었던 쿠마리 부인은 재봉틀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상층 카스트의 농장에서 일일 노동자로 살았습니다. 이번 창업지원금 덕분에 그녀는 재봉틀을 사서 양장점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쿠마리 부인은 마을 사람들의 옷을 수선하며 하루에 100루피(1700원 정도)를 벌고 한 달에 3000루피(5만 1000여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푸자 부인은 간이 음식 판매점을 열어 마을 사람들에게 아침 식사, 도세, 간식, 차, 등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판매점 덕분에 그들은 하루에 250루피(4200여 원)를 벌고, 한 달에 7000루피(11만 9000여 원)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요리를 하고 남은 음식과 음식물 찌꺼기는 마을의 양계장에서 사료로 쓰이며 환경 보호에도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카루파이 부인과 한 명의 여성은 기존에는 수산물 판매업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화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자본을 모두 잃었습니다. 두 여성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판단 아래 다시 수산물 판매업을 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하였으며, 그들은 당당히 두 가정을 부양하는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기술이 전혀 없는 두 여성에게는 인도의 협동 농장에서 채소를 싼 값에 산 뒤, 인근 마을에서 채소를 되팔 수 있도록 초기 자본금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들은 야채 가게를 운영하며 한 달에 6000루피(10만 여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자신들이 가정을 부양한다는 생각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외에 두 명의 수혜자에게는 양계장 사업을 할 수 있도록 10마리의 수탉과 그것들을 기를 수 있는 헛간을 제공하였습니다. 벌써 35마리의 병아리가 태어나 누굼발 양계장에 활기를 주고 있습니다. 병아리가 3-4달 안에 다 자라면 인근 시장에 팔아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수탉의 똥은 유기농 거름으로 판매된다는 사실을 알고 해당 수혜자들은 예전과 달리 기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 간이 음식판매점(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인도 달리트들의 자립을 위해 힘을 모아 주세요

삶의 절망 끝에서 하루 하루 버텨야 했던 인도 달리트 누굼발마을 주민들. 하지만 한국 후원자들의 따스한 나눔은 이곳 주민들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인도 달리트들이 상층 카스트의 만행으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거나, 모진 핍박과 차별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곳 달리트들이 교육사업과 경제적 자립사업을 통해 삶의 자존감을 높이고, 절망을 딛고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희망재단과 함께 힘을 모아 주세요.
 


 
인도 달리트들의 자립을 위해 힘을 모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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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희망재단(이사장 최기식 신부)은 가난과 차별로 소외된 지구촌 이웃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국제협력단체입니다. 빈곤국가 마을공동체 개발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고, 현지 NGO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합니다. 현재 인도와 방글라데시, 짐바브웨, 탄자니아 등 8개국에서 식수 개발, 빈곤극복,  집짓기,  빈곤아동 교육 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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