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주일,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생각할 기회

다가오는 부활 제4주일, 4월 26일은 ‘성소주일’이다. 가톨릭교회는 성소주일에 젊은이를 사제직과 수도자의 길로 초대하는 ‘하느님의 부르심’ 곧 성소를 위해 기도한다. 더불어 성소 의식을 깨우기 위해 신학교와 수도원을 개방하는 행사도 열린다.

성소는 사제와 수도자에게만 있는 것일까? 신부와 수녀가 되는 것만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하는 것일까?

예수회 이영석 신부(서강대 인성교육원)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성소가 있다고 했다. 그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세례를 받음으로서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탄생한다”고 했다면서, 세례를 받으면서 개개인은 모두 그리스도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예수님과 사랑의 관계가 형성되면 모든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비밀을 듣게 되고 어떤 이는 아내로, 남편으로 또는 사제, 수도자가 돼 ‘주님의 종’으로 응답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신자가) 나에게도 부르심이 있다고 자각하고 교회 안에서 능동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 연구실장도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며 성소가 완성되려면 부르심에 “응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밥을 먹거나 친구와 대화를 할 때, 사회생활을 하거나 뉴스를 보는 등 일상에서 비그리스도인과 어떻게 다르게 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월호참사 또한 하느님의 부르심이며 이런 부르심에 신앙인으로서 응답해야 한다고 했다.

평신도 양성에 힘쓰고 있는 한국 CLC(그리스도 생활 공동체)의 현재우 교육국장은 “평신도가 한 인간으로, 그리스도인으로 (충실히) 산다는 것 자체가 하느님의 부르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고, 그 부르심은 굉장히 다양하다”며, 그래서 평신도 성소를 결혼성소로(만) 보거나 성소를 결혼성소, 독신성소, 사제성소 등으로 나누는 것이 다양한 부르심을 이해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 국장은 또한 부르심은 사명과 같이 하며, 부르심에 대한 자각을 깊이 가져야 직장인, 시민, 가정의 구성원으로서의 사명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성소 의식을 위해 평신도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신도가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 수 있도록 양성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적지않은 신자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신앙인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 정치적 판단 등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하느님이 세월호참사와 어떻게 함께 하고 계시고, 어떻게 우리를 부르는지 깊이 기도하고 현장에서 함께 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일상에서 성소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영성적 훈련을 제안했다. 그는 내가 있는 이 자리에 초대받음에 감사의 기도를 하는 것과 성경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감사와 성찰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성소 의식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에서는 “교회의 가정 성소”를 강조하며 가정 사도직의 사명을 다하길 다음과 같이 예를 들며 권고한다.

“버려진 아이들을 자녀로 입양하는 일,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일, 학교 운영을 도와주는 일, 청소년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일, 정혼자들이 혼인을 더 잘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일, 교리를 가르치는 일, 경제적 도덕적 위기에 놓인 부부들과 가정들을 도와주는 일,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의 혜택도 공평하게 돌아가게 하는 일 등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3장 사도직의 여러 분야, 11.가정 중에서)

▲ 서울대교구 금호 1가동 선교본당의 평화의 집에서 주변 저소득층 주민에게 반찬을 나눠 주는 모습.ⓒ배선영 기자

한편, 이미영 연구실장과 현재우 교육국장은 한입처럼 “성소주일이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을 자각하는 날”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교회가 성소주일에 신학교와 수도원 체험을 통해 성소를 알리는 것도 좋지만, 이로 인해 사제, 수도 성소에만 관심이 쏠리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을 잊게 되는 게 아닌지 아쉬워했다.

성소는 영어로 vocation이다. 이는 삶의 목적을 실현하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뜻하는 소명(召命)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 올 때”라는 책에서 파커 J. 파머는 소명을 ‘마음 깊은 곳에서의 기쁨과 세상의 절실한 요구가 만나는 지점’이라고 했다.

‘하느님의 부르심’과 마음 깊음 곳에서의 기쁨이 통할 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을까. 이번 성소주일은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할지 성찰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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