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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이라면 해고 했을까?”명동성당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는 정당한가

2년 전 봄날이었다. 2011년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복직투쟁 그 불씨가 대학도시 경산지역으로 옮겨 와 5개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연대해 총파업을 펼칠 때, 마침 대구대가 본관 점거농성 등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본관을 방문해 농성자들을 격려하는 것이 보람된 일과였다. 어쩌면 처음으로 주먹을 쥐고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는 구호를 외쳤을지도 모를 그들의 약간은 쑥스런, 그러나 결연한 모습에서 이 사회의 희망을 보는 듯했다.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그날 캠퍼스가 한결 밝아진 느낌이 들었던 기억도 난다.

어쩌면 우리나라 노동자 가운데서 가장 열악한 청소, 경비노동자의 노동현실 개선 움직임은 대단히 고무적으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슬라보예 지젝이 “쌍용 해고 노동자들을 생각할 때마다 간디의 ‘너 자신이 세상에서 보고자 하는 변화가 되라’는 지침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런데 갑질이 만연하는 이 사회에서 약자들의 저항이 얼마나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익히 알고 있기에 세상을 바꾸어 가는 그들의 행동을 사회 인간화 여정에 대단히 의미 있는 몸짓으로 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예전엔 언론에서 다루지도 않던 그들의 노동현실이 이슈화되고 지난번 강남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분신사건에서 보듯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게 사회는 또 한걸음 전진하는 것이다.

   
▲ 2013년 4월 25일, 대구대, 영남대, 경일대, 한의대, 대구가톨릭대 등 경북 경산지역 5개 대학 청소노동자 250여 명이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촉구하며 경산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 출처 = 티엔티 뉴스 동영상 갈무리)

정규직 전환 희망에 부풀었다 청천벽력 같은 해고 소식 접한 경비원들

새해 벽두부터 명동성당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어 뜻있는 이들에게 아픔을 주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명동성당에서 근무하던 용역업체 동방DS시스템 소속 경비노동자 12명 가운데 8명이 지난해 말로 재계약이 끝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됐다. 명동성당이 그동안 용역업체를 통해 경비직원을 고용해 오다 올해부터 직접 고용으로 바꾸면서 기존의 경비노동자 대부분을 고용 승계하지 않은 것이다.

명동성당 측은 “직접고용으로 고용 주체가 바뀌면서 직원을 새로 모집한 것이다. 기존 경비원들이 해고됐다기 보다 새로운 구직자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기존 경비원들을 무조건 수용해야 할 의무는 있느냐”고 반문하는데, 이번에 정규직으로 고용됐다는 그들도 사실은 1년 계약직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명동성당은 주보에다 새로 채용공고를 내면서 기존 용역회사에선 요구하지 않았던 ‘교적 사본’을 채용 조건으로 달아 해고 노동자들의 공분을 샀다. “교회 주보에 공고를 낼 때는 통상 가톨릭 신자여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지만 그게 필수 조건은 아니다”는 명동성당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신규 채용된 직원은 모두 가톨릭신자로 채워졌으며, 재고용한 4명도 반장을 제외하면 모두 신자였다. 5년 넘게 명동성당 별관에서 경비로 근무한 비신자 구교원 씨는 “모든 종교를 포용한다는 게 추기경님 말씀 아니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마저 신자인 진성철 씨(프란치스코)는 서류심사에서 탈락해 선발 기준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명동성당에서 간접고용이 아닌 직접고용 한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꿈꾸며 희망에 부풀었다, 청천벽력 같은 해고 소식을 접한 경비원들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대교구 교구청 본관의 염수정 추기경실을 직접 찾아가 “이 엄동설한에 불쌍하고 가난한 우리들을 해고시키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추기경께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베풀어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지만, 추기경으로부터 답신도 받지 못하고 끝내 해고당하고 말았다.

‘박애’를 외치는 교회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박해’ 사건

   
▲ 진성철(프란치스코)씨 등 해고자 7인이 염수정 추기경에게 보낸 편지.ⓒ진성철
이번 사태는 때마침 개신교 소망교회에서 명동성당처럼 새해 첫날 청소·경비노동자 4명을 ‘사실상’ 해고한 사례와 더불어 ‘박애’를 외치는 교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박해’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소망교회 역시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해고된 것이니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해고된 경비노동자는 “소망교회는 그동안에도 맘에 안 드는 직원들은 별다른 기준 없이 해고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책임회피성 태도는 가난한 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표방하는 교회가 이윤을 최고 가치로 생각하는 기업처럼 노동자를 대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마침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 활성화’를 목적으로 천주교와 정교회, 성공회, 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참여해 지난해에 만든 초교파 단체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에서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1월 18-25일)을 앞두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나그네와 같은 처지의 이들을 환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우리 사회 비정규직노동자 관련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야말로 ‘제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살피는’ 공허한 외침으로 사회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고급 취향의 복합쇼핑몰 ‘1898 Myeongdong Cathedral’과 성당에서 쫓겨난 노동자들

더 가슴 아픈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 8명을 자른 명동성당의 모습이 명동성당 신관 복합쇼핑몰 ‘1898 Myeongdong Cathedral’의 화려한 모습과 대비되는 것이다. 지난 9월 22일,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창립 40돌 기념미사와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찾았던 명동성당의 변화된 모습은 민주화의 성지로 기억하고 있는 내게 무척이나 낯설기만 했다. 그때 그 시절 명동성당은 벼랑 끝에 내몰린 사회적 약자들의 피난처였으며, 오랜 시간 모두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문을 걸어 잠근 명동성당, 특히 재개발된 명동성당에 그런 피난처는 없어 보였다. 열린 공간이었던 명동성당 광장을 폐쇄적 지하공간으로 옮긴 것도 의미심장하다.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힘없는 이들에게 희망이었던 성당 언덕이 이젠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숨차다. 2029년까지 명동성당을 관광특구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킨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진행되고 있는 명동 재개발 사업의 성격을 전광수 커피 하우스, 커피 리브레와 비스트로74, 르빵, 홍밀밀 등 먹거리는 물론, 래코드, 인터파크 북파크, K' Arts 명동 스튜디오, 갤러리 1898 등이 자리 잡아 고급 취향의 쇼핑센터로 ‘탈바꿈’한 신관에 들어서면서 파악할 수 있었다.

   
▲ ‘1898 myeongdong cathedral’에서 명동성당 앞으로 올라올 수 있는 엘리베이터.ⓒ강한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당시 한국천주교주교단과의 만남에서 한국가톨릭교회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주문하면서 “교회의 예언자적 구조에서 가난한 이들을 ‘제거’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마십시오”라고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명동성당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통해 가난한 이들을 교회에서 실제로 ‘제거’해 버린 꼴이 되었으니 뼈아프다. 물론 이제껏의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그것이 내치는 것이 아니라 보듬는 모양새를 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돌보는 곳이 성당이라면서요. 엄동설한에 왜 해고하는지 설명도 없이 쫓아낼 수가 있어요? 용역업체 소속이었지만 명동성당에서 일한 거잖아요. 그런데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아요”라는 해고 노동자의 절규 앞에 시민들의 반응이 “김수환 추기경이라면 해고 했을까?”가 대세인 까닭을 명동성당과 염수정 추기경은 헤아려야 할 것이다.

“복음의 기쁨”은 교회 안에서부터 누려야

이번 사태가 교회 내 노동자들의 노동 문제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권고 “복음의 기쁨” 192항의 “우리는 단순히 모든 사람을 위한 양식이나 ‘품위 있는 생계’의 보장만이 아니라 그들의 ‘모든 복지와 번영’도 바랍니다. 이는 교육, 의료 혜택, 무엇보다도 고용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바로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참여적이고 연대적인 노동을 통하여 삶의 품위를 드러내고 드높이기 때문입니다. 정당한 임금은 노동자들의 보편적 목적을 지닌 다른 모든 재화에 적절히 접근할 수 있게 해 줍니다”라는 언급은 교회 내부에서부터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 내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더 이상 사랑과 봉사라는 미명 아래 덮으려 해선 곤란하다. 사랑과 자비를 외치는 입술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잘라 버리는 손을 함께 지니는 현실도 곤란하다. 비정규직 노동자 하나 보호하지 못한 교회가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마태 11,28 참조) 할 수 있을까? 교회 자체가 가난하고 작은 규모일 때는 그마저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느 사회조직 보다 탄탄하고 거대화되어 버린 작금의 교회 현실이라면, 교회 안에서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제까지의 행태를 깊이 반성하고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 뒤에야 우리 사회 양극화의 가장 근본 원인인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에도 떳떳하게 앞장설 수 있을 것이다.
 

 
 
정중규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이자 정책네트워크 내일 장애인행복포럼 대표로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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