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의 리얼몽상]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여기 대한민국은 안전한가?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대다수 사람들이 실제적인 위협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 밥상이 공포의 대상이 됐다. 아무도 밥상을 마음 놓고 차리지 못한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신문 방송에서 떠들어 봤자 믿는 사람은 없다. 하는 수 없이 ‘기존’대로 장을 보고 밥상을 차린다고 해도, 믿음이 가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최악이다.

어디서 어떤 경로로 유통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원산지 표시나 각종 ‘라벨’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유통 중 얼마든지 ‘거짓’이 끼어들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 급식마저 안전하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 핵없는 세상, 여성환경연대 등 17개 단체는 2013년 8월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의회는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를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난 뒤로 국내 705개 초·중·고등학교에 일본산 수산물이 2231킬로그램 납품된 것이 지난해 10월 밝혀졌다”며 “발표가 있은 지 11개월이 흘렀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서울시와 경기도 등 조례가 제정된 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아이들이 다 먹어 치운 다음에서야 밝혀진 것들이었다.

핵발전소 폭발을 ‘수해’처럼 보도한 우리 정부

2011년 3월 11일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시작은 자연재해였지만, 정작 크게 터진 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였다. 2011년 3월 12일, 도호쿠 지방 태평양 앞바다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의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냉각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발생했다. 4월 12일,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ES) 최고등급인 7등급 판정을 받았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동급이다.

한마디로 일본 국토의 70퍼센트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수치상 세슘을 다 치우려면 짧아야 30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수치일 뿐이다. 대표적 일본산 어종인 명태, 고등어, 대구는(확실한 국내산이 아닐 경우) ‘300년 동안 먹지 말라’는 말까지 나왔다. 후쿠시마 반경 350킬로미터는 모두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만일 남한 어딘가의 핵발전소 중 하나에서 사고가 난다면, 국토 전체가 오염되고 만다. 요즘 문제가 심각한 고리 원전에서 300킬로 반경 안에 있지 않은 남한 땅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 후쿠시마 핵발전소.(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우리가 3년 10개월여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기억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강력한 조치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리는 안전하다.”는 대대적인 홍보, 그리고 실의에 빠진 일본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한 대대적인 모금 활동. 나눔과 봉사 활동을 통한 인류애 실천. 이것은 국내에서 일어난 여느 수해지역 상황 보도와 참으로 비슷해 보이는 각도와 풍경이었다. 국내 텔레비전 뉴스 속 후쿠시마의 모습 또한 ‘수재민’들과 비슷해 보였다. 일시적 자연재해처럼 둔갑했다.

우리 정부는 2013년 9월 6일이 되어서야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수산물 수입 금지’를 발표했다. 사고발생 뒤 2년 6개월 동안, 전혀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동안은 주변 8개현은 물론이고 ‘후쿠시마’에서 나온 농·수산물과 가공품에 대해 그 어떤 수입 제한 조치도 없었던 것이다. 지리적으로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대한민국에서는 2년 반 동안 후쿠시마와 후쿠시마 주변을 비롯한 각종 일본 농수산물을 그대로 유통시켜 먹어왔다는 얘기다. 이것은 ‘괴담’이 아니다. 기초적인 추정이다.

게다가 그 조치는, 일본산 전면 수입 금지가 아니었다. 그간의 경험 때문에 원산지 표시에 대한 믿음을 갖기 어려운 소비자 입장에서, 이것은 눈속임이 될 수도 있었다. 일본산 전면 금지가 당연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끝내 그것을 안 했다. 중국과 타이완은 즉각 사고 이후 내린 조치였다. 당연한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증폭 된다. 이 와중에 정홍원 국무총리는 ‘방사능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을 엄벌에 처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에 가까운 조치를 내렸었다.

후쿠시마의 원자로가 완전히 ‘녹아 내려’ 모든 방사능 물질이 땅과 하늘을 뒤덮고 바다로 흘러들어 갔다. 사건 직후 전 세계적으로 탈핵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계적으로 원전이 집중된 동아시아 3개국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원전 재개를 꾀하려는 ‘원자력 마피아’들의 전방위적 공세가 날로 활발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원전 사고 발생 ‘후보국’ 1위다. 밀집도와 노후도에서 그렇다. 이미 각종 사고들은 크고 작게 터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 가을에는 빗물에도 멈추는 위험천만한 일이 있었다. 한수원에서는 무조건 덮으려고만 했다. ‘안전하다’ ‘죄송하다’는 미덥지 않은 말 외엔 어떤 조치에 대해서도 들은 게 없다. 삼척과 영덕에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정부는 지금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말이다. 이미 수명이 다 된 고리와 월성의 핵발전소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사용 연한을 늘리겠다고 한다.

수입재개, 원전과 방사능을 일상화하란 뜻인가?

2013년 9월 16일, 드디어 걱정하던 뉴스가 나왔다. 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 인근 5개현에서 총 8000여 톤의 수산물이 국내로 수입됐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현 근처의 미야기 현에서 국내로 수입된 수산물 양은 2011년 11톤에서 2012년 1844톤으로 167배나 증가하는 등 방사능 오염 우려가 큰 후쿠시마 인접 지역의 수산물이 대량으로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이후에도, ‘수산물’만 수입하지 않았지 후쿠시마 현 수산물가공품과 식품첨가물은 수입해 왔다. 2013년 한국이 수입한 후쿠시마 현 가공식품 등은 6만 3244킬로그램에 이른다.

그런데 지난 1월 15일 외교부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를 사실상 선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은 우리 정부에 수산물 규제를 빨리 풀라고 요구하고 있고 법적인 근거가 약한 조치여서 전문가 현지 실사를 하고 있다"며 "양국 간 이견을 좁혀야 한일 경제관계가 다독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에 대해 "과학적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한민국 정부는 자국 국민들에게 열렬히 대변해 주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산 전면 수입금지’를 원하는데, 정부는 그나마 ‘시늉’이라도 하던 규제를 아예 풀겠다는 것이다.

일본산 방사능 쓰레기가 우리나라에 대량 수입되고 있으며 각종 ‘세탁’을 거쳐 건설 현장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을 대놓고 버젓이 수입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우리 국민들이 방사능에 완전히 무감각해지기를 바라는가? 방사능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오염된 채, 국민 대다수가 방사능과 관련된 질병과 유전병을 앓게 되기를, 그리하여 방사능 오염이 일상화된 나머지 더 이상 ‘탈핵’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무 의미 없어지기를 기다리는가?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이번 외교부 발표만은 철회되어야 한다. 아니 강화되어야 한다. 이미 주변 다른 나라들이 하고 있듯이, 일본산 전면 수입 금지로 말이다.
 

 
 

김원 (로사)
문학과 연극을 공부했고 여러 매체에 문화 칼럼을 썼거나 쓰고 있다. 어쩌다 문화평론가가 되어 극예술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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