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너무나 고통스런 일이 많아 숨쉬기 곤란했던 2014 갑오년을 보내며 모순되게도 ‘위로’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위로받은 일이 뭐하나 제대로 있었나...? 갑작스레 떠오르지 않는 분들은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시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그분이 다녀가셨잖아요! 프란치스코. 시복식이 있던 날, 전 국민이 현장과 TV를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차에서 내려 야위디 야윈 유민이 아빠를 향해 가시던 교황님은 저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장면을 남겨 주셨습니다. 꽃동네에 가셔서 손가락을 빨고 있는 아기의 입에 손가락들 가져다 대셨던 모습도 생각만 하면 미소가 머금어 집니다.

▲ 8월 16일 시복식 전 카퍼레이드 도중 유민 아빠를 위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교황방한위원회
그렇습니다. 절망의 파도가 멈추지 않고 밀려왔건만 위로라는 텃밭에 뿌리내린 희망은 흔들릴지언정 뽑히지 않았습니다. 이것으로 당장 내일로 다가온 내년이 두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로가 얼마나 큰 힘인지 보여 주신 어른께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올해에는 이것이 마지막 감사가 되겠지만, 내년에도 여러 번 감사드릴 것입니다. 더불어 사목자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제대로 모델이 되어 주셨음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실 위로를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위로를 주는 사람, 곧 위로자가 되는 것이 사목자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교황님께서는 형제 사목자들에게 경영자가 되지 말고 사목자가 되어 달라고 청하셨습니다. 사목자는 양떼를 지키는 사람, 하느님의 백성에게 위로를 주는 사람입니다. 오래 헤매다 어렵게 찾아온 하느님의 백성을 꾸짖어 돌려보내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너무 가슴 깊이 와 닿는 초대요 당부였습니다.

우리의 신앙 생활에서 위로(consolation)가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하느님의 길을 보여주는 표지이기에 그렇습니다(“나의 일이 하느님 뜻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참조하시길). 과연 나는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길을 따라 가고 있는가? 그런 질문과 더불어 자기 삶을 성찰하는 이에게 하느님께서는 따스하고 평화로운 느낌으로 위로를 주십니다. 달리 표현하면 나도 나의 행복을 바라고, 하느님도 나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십니다. 그래서 내가 행복해지고자 결정한 일이 나의 행복을 고대하시는 하느님이 뜻과 맞으면 평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위로입니다.

혹여 내가 나의 행복을 위해 선택하였지만 그것이 비윤리적인 일이 분명할 때, 내적인 평화는 오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나의 행복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젠가 그 일이 나의 불행의 근원이 될 것이기에 혹시 선택 당시에 위로를 느낀다면, 그것은 자기 합리화의 부산물이고 거짓 위로일 것입니다.

위로가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는 대신 고독과 실망(desolation)감이 엄습해 온다면,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잘못된 선택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흘러가기 전에, 우리는 언제나 다시 숙고하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지받는 느낌, 따스함, 평화로움 같은 위로가 오는지, 아니면 불안하고 두렵고 냉대받고 버려진 기분 같은 실망이 오는지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돌아오려고, 혹은 하느님을 만나고 싶어 교회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을 환대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 일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낯선 사람을 의심치 않고 받아들이고 그의 이야기를 자기 일인 양 정성껏 들어 주고 격려해 주는 것은 목자나 기존 신자들에게 도전이 되겠지만, ‘두려워 마십시오.’(마태 14,27 참조) 환대하고 위로를 줘야 할 사람들이 두려워 떨고 있다면, 어떻게 하느님을 보여 줄 수 있겠습니까?

자, 올해 이루려다 못 이룬 계획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더 완성해 보시길 바랍니다. 저의 내년 계획은 당연히 위로를 주는 사목자로서 조금 더 교황님스런 모습을 구현해 보는 것이고, 정말 조금씩 규칙적으로 시간을 내서 교황님의 모국어 스페인어를 기초 수준만이라도 해 보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에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를 애독해 주시고, 친구 한 명씩 더 끌어들여 독자층 좀 키워 주세요. 그리고 거리로 내몰린 이들의 손을 잡아 위로를 전하는 이웃이 되어 주시길 청하나이다. 올해의 마지막 날이 특별히 더 복된 하루가 되길 기원합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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